05.27(월)

‘조현병=위험인물’ 낙인찍지 마세요!

| 2019-04-23 07:46:10

■ 잘 조율 안되는 현악기 같은 ‘조현병’

정신분열증으로 불린, 뇌질환·뇌장애 상태

망상·환청, 사고·언어 혼란 광범위한 이상

복합적 원인…가장 보편적 치료법은 약물

호전돼도 계속 복용·심리사회적 치료 병행


20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경남 진주 아파트 방화·살인사건의 피의자는 과거 68차례에 걸쳐 치료받은 기록이 확인됐다. 또 김해에서는 주위 사람들에게 ‘죽이겠다’고 협박하고, 주민센터에 찾아가 기초생활수급자 지정을 빨리 해주지 않는다며 ‘담당 공무원을 죽이겠다’고 난동을 피운 30대 A씨가 경찰에 의해 정신병원에 응급 입원했다. 각종 영화나 뉴스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정신 질환이 있다. 바로 정신분열증, 즉 조현병이다. 조현병은 정신분열증을 개명한 것으로 잘 조율되지 않은 현악기와 같이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인다고 하여 이름 붙여졌다. 조현병이란 무엇일까.


◆조현병이란?

뇌는 인간의 정신, 신체적 기능을 조절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뇌에 이상이 생기면 다양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데, 이중 조현병은 사고, 감정, 지각, 행동 등 인격의 여러 측면의 이상을 일으키는 정신 질환으로 뇌질환과 뇌장애가 발생한 상태를 말한다.

조현병은 망상, 환청, 혼란스러운 사고와 언어를 비롯해 광범위한 이상 증상을 일으킨다. 조현병 상태에서는 현실 검증력이 떨어져 현실과 환각을 구분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자료에 따르면 조현병으로 진료를 받은 인원은 2015년 11만7천352명, 2016년 11만9천162명, 2017년 12만70명으로 3년 사이 2.3%가량 증가했다. 2016년 연령별로 살펴보면 40대가 34%(3만4천346명)로 가장 많았고, 30대와 50대가 각 25%(2만5천911명, 2만5천913명)로 뒤를 이었다. 성별로는 여성 53.6%(6만3천765명), 남성 46.4%(5만5천397명)로 여성 진료인원이 남성보다 1만명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조현병

조현병은 한 가지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질환이 아니다. 크게 생물학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으로 나눌 수 있다.

생물학적 요인 중에서는 유전, 즉 가족이나 혈연관계와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일반인이 조현병에 걸릴 수 있는 확률은 1% 정도인데, 1차 직계가족이 조현병일 경우엔 10%, 2차 직계가족도 일반인보다 높은 확률로 조현병에 걸린다고 알려져 있다.

쌍둥이의 경우 한 쪽이 조현병에 걸렸으면 다른 한 쪽이 걸릴 확률은 무려 40~65%나 됐다. 하지만 유전적인 성향이 조현병 발병의 유일한 원인은 아니다.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조현병이 발병하며, 유전적 요인이 있다 해도 여러 가지 환경에 따라 발병이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다.

또한 신경전달 물질인 도파민과 세로토닌이 불균형을 보일 때 조현병이 나타날 수 있으며, 뇌척수액을 담고 있는 뇌실의 크기가 일반인보다 크거나, 일부 뇌 부위의 대사가 감소돼 있는 경우, 일반인과 뇌세포의 차이를 보이는 경우 등에서 조현병이 발병할 수 있다.

이러한 생물학적 요인을 제외한 나머지 요소가 바로 환경적 요인이다. 환자의 출생 전후, 성장 과정에서 겪는 심리적 요인, 환경적 요인 등에 의해 조현병 발병이 결정될 수 있다. 조현병의 발병은 환경적 요인보다 생물학적 요인이 좀 더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져 있다.

◆조현병의 네 가지 증상

조현병의 증상은 네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양성증상은 건강한 사람에게서 발견할 수 없는 비정상적이고 괴이한 정신병적 증상을 말한다. 환청, 환시와 같은 감각 이상, 비현실적이고 기괴한 망상과 같은 생각 이상, 생각의 흐름에 이상이 생기는 사고 과정 장애 등이 대표적인 양성증상이다.

둘째는 음성증상이 있다. 정상적인 감정반응 및 행동이 줄어들고 둔한 상태가 되며, 사고 내용의 빈곤, 의욕 감퇴, 사회적 위축 등이 음성증상이다. 상황에 맞지 않은 감정 표현을 하다가 점점 감정 표현이 줄어들고 마치 가면을 쓴 듯 무표정에 가깝게 변한다. 또한 일상적인 생활이나 식사 예절, 위생 관리 등이 어려워지는 등 남들이 보기에 게으르고 답답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셋째는 인지증상이다. 집중력 유지가 어렵고 새로운 정보의 학습이나 자신의 생각 정리를 하지 못하는 증상을 보인다. 기억력과 문제해결능력의 감소를 보이며 추후 사회적·직업적 기능을 감퇴시켜 실직으로 인해 좌절을 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위의 세 가지 증상이 가장 심한 단계를 벗어나면 잔류기에 접어들게 된다. 이때는 음성증상과 인지증상이 주로 나타나며 이러한 증상으로 인해 환자가 일상생활을 어려워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항정신병 약물치료가 우선

조현병의 원인이 다양한 만큼 치료법도 다양하지만 그중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치료법은 약물치료다.

조현병은 분명 나을 수 있는 병이다. 전문가들은 조현병 치료의 가장 큰 어려움을 바로 조현병의 증상 중 하나인 ‘의심’과 ‘무기력’을 꼽는다. 의심 증세가 심해지면 자연스레 병원에서 주는 약을 먹지 않는다는 것이다. 진주 아파트 방화·살인사건의 피의자가 조현병 치료를 중단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약을 먹으면 증상이 좋아지지만 ‘무기력’으로 인해 매일 약을 복용하는 것을 어렵게 하기도 한다. 완치가 거의 없는 조현병 특성상 약을 끊기 어렵다. 당뇨병처럼 계속 약을 먹으며 조절해야 한다. 하지만 많은 환자가 잠시 약을 먹지 않아도 악화되지 않으면 ‘다 나은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에 복용을 중단하는 경우가 많다.

같은 이유로 조현병 환자가 자발적으로 병원을 찾는 경우는 드물다.

항정신병 약물을 복용하면 환자의 급성기 증상의 상당 부분이 호전된다고 한다. 이와 함께 심리 사회적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좋다. 급성기 증상이 호전된 후에도 환자는 직업, 자아실현, 대인관계 등으로 고통을 받기도 한다. 이때 심리 사회적 치료를 통해 직장이나 학교, 사회생활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고 꾸준히 약물 복용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한다.

정신의학과 관계자는 “조현병은 분명히 치료법이 있는 병이다. 또한 각종 정신치료, 재활치료, 인지치료, 사회복귀요법 등도 점점 발전하고 있다”면서 “잘못된 판단과 오해로 치료약을 두고도 수많은 환자가 끊임없는 환청과 망상에 시달리면서 고통받고 있다”고 말했다. 홍석천기자 hongsc@yeongnam.com

▨ 도움말=건강보험심사평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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