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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성] 사이시옷 유감

2019-07-12

『대학생인 큰 딸에게 요즘에 대학가에서 많이 쓰이는 유행어 몇 개만 대어보라고 했다. … 딸은 별로 오래 생각하지도 않고 ‘가슴 땁땁하다’와 ‘빠갠다’는 말을 가르쳐 준다. “땁땁하다니 가슴이 뭣에 찔린단 소리냐?” “엄마도…가슴이 답답해 죽겠다는 소리야.” 답답하다는 말을 강조하기 위해 그렇게 경음화시킨 모양이다. 점점 말이 모질어진다. …. 이를 악물고 안간힘을 써가며 소리를 내야 한다.』(박완서 ‘답답하다는 아이들’)

장마철이라는데 비가 잘 오지 않는다. 어느 해부턴가 마른 장마가 예사로운 일이 됐다. 그냥 마른 장마가 아니다. 몇 년째 가뭄을 겪고 있는 곳에서는 장마에도 제대로 된 비 한 번 구경을 못하는데 어느 지역은 물폭탄을 맞는다. 오랫동안 많이 내리는 장맛비는 없고 지역적인 집중호우와 감질나게 찔끔 내리는 비만 있는 것 같다. 장맛비에 대한 개인적 불만은 또 있다. 장마와 비 사이에 들어가는 사이시옷이다. ‘ㅅ’이 뒤 음절의 경음의 음가를 대신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지만 너무 많은 곳에 붙이는 것 같다. 그냥 장마비·장미빛이라고 쓰고 싶다. 표준말을 써야 하므로 신경을 쓰지만 번번이 틀린다. 박완서의 글대로 이를 악물고 안간힘을 써가며 발음해 놓고 사이시옷을 끼워 넣는 억지를 부리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가기도 한다. 그 때문에 점점 말이 모질어지는 것은 아닌지. 부드럽게 발음하면 그만 아닌가. 순댓국·북엇국이 표준이지만 식당 메뉴에 그렇게 적어 놓은 경우가 있는가.

과학분야에서의 사이시옷에 대한 불만은 필자의 경우보다 훨씬 높다. 합성어를 많이 쓰게 되는 과학에서 단어를 이어 붙일 때마다 사이시옷을 붙여야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면 여간 성가신 일이 아니다. 논문을 쓰면서 사이시옷을 표준어규정에 맞게 써넣으려면 신경이 많이 쓰이고 시간이 걸려 논문에 집중하기 어려울 정도란다. 게다가 ‘ㅅ’이 들어가면 본 뜻이 왜곡되는 느낌이며, 그것 때문에 색인어 검색이 막힐 수도 있다. 다른 학자들이 논문 등에서 ‘북어국’으로 쓰는데, ‘북엇국’으로 검색하면 찾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이 때문에 대부분 학자들은 사이시옷을 아예 안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동안 장맛비 답지 않게 추적추적 내리던 비 마저 완전히 그쳤다. 비는 또 언제 오려나. 장마비든 장맛비든 굵은 줄기로 시원하게 주룩주룩 내리기나 하면 좋겠다.

이하수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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