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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의 그늘] (하) 상생의 길

2019-07-23

“불공정 거래 막고 규제완화 시급” 노사 모두 ‘정부 역할론’ 강조

20190723
지난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마친 근로자위원측 이성경 한국노총 사무총장(왼쪽)과 사용자위원측 이태희 중기중앙회 스마트일자리 본부장이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양 위원들의 미소와는 달리 경영계와 노동계는 여전히 결정사안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노사 양측이 끊임없이 미소 짓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절한 개입이 필요하다고 노사전문가들은 주장한다. 연합뉴스

내년도 최저임금안이 나온 지 10여일이 지났으나 정부와 노동계·경영계 등 3자간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지고 있다. 3자 모두 다른 길만 보고 있지만, 함께 걸어나갈 수 있는 상생의 길은 분명 존재한다. 정부의 적절한 개입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가 경영자에 대한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건전한 상행위가 이뤄질 수 있도록 중재한다면 최저임금인상에 대한 사용자측의 불만이 다소 누그러질 것이라는 얘기다. 노동계와 경영계, 그리고 이를 지켜보는 노사전문가는 “최저임금 문제는 정부의 개입에 해결책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깊어지는 갈등의 골

내년도 최저임금이 결정된 지난 12일 이후 경영계와 노동계는 정부의 정책에 반발하며 거센 후폭풍을 일으키고 있다.

노동계는 정부의 최저임금 1만원 공약 파기에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번 결정으로 현 정부의 임기내 1만원 인상책이 사실상 물 건너 간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위원직에서 잇따라 사퇴하며 반발모드에 돌입했다. 민주노총은 지난 18일 총파업을 단행하며 정부에 대한 반발 수위를 높였다. 정부가 해법을 내놓지 않을 경우 반발수위는 갈수록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사실상 사용자측의 손을 들어줬다. 최저임금 결정일에 경영자위원들이 만족감을 표하기도 했다.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 경영계 주요 단체들도 정부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그러나 실제 경영계 현장은 여전히 반발하고 있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이 지난 2년간의 증가분을 상쇄할 수 없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내년 최저임금 인상 거센 후폭풍
노동·경영, 정부 정책 반발 기류

경영계 “속도조절 불가피” 주장에
노동계는 “대폭 인상해야” 맞서

카드수수료 인하 등 외적요인 차단
인건비 부담 해소 해결방안 제시

대기업 단가 후려치기 막아줘도
인건비 마련하는데 어렵지 않을 것

최저임금 문제는 정부가 나서야



일부 경영인들은 최근 2년간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깃발을 들고 단체행동까지 불사하고 있다. 전국중소기업중소상공인협회는 최근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최근 2년간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을 침해당했다는 주장이다.

조임호 전국중소기업중소상공인협회장은 “정부는 공약을 지키는 데에만 급급해 사용자로서 감당할 수 없는 증가율을 만들었다”며 “우리가 재판에서 이겨 2018년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자는 목적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향후 최저임금의 속도

최저임금 상승 문제는 당면과제로 그칠 일이 아니다. 당장 최저임금 1만원이 실현되지 못했지만, 1만원 목표 도달을 위해 이뤄진 급격한 임금인상은 우리 사회에 많은 부작용을 양산했다. 다가올 제2·제3의 ‘최저임금 대폭인상 시대’에서 벌어질 일들도 충분히 예견할 수 있다.

경영계는 지난 2년간의 부작용을 상쇄하기 위해 내년을 시작으로 몇 년 동안은 임금인상 속도를 더 줄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른바 ‘1만원 시대’에 도달하기 위해서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정덕화 대구경영자총협회 사무국장은 “당장은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이 브레이크가 걸리기는 했지만 2018∼2019년까지 2년간 인상률이 29.05%포인트에 달했고, 연 평균으로 따지면 14.5% 인상률”이라면서 “2010~2017년의 7년간 57.42%(연평균 8.2%) 인상에 비춰보면 파격적이다. 인상률 1~2%에 울고웃는 경영자 입장에서 지난 2년은 너무 가혹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경영자들도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향후 속도조절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물가상승률과 경제성장률·생산성 등 구체적 근거를 종합해 최저임금 인상률을 산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조임호 전국중소기업중소상공인협회장은 “지난 2년간 2~3%대 경제성장률을 보인 데 반해 30%포인트에 가까운 최저임금 인상률을 보인 것 자체가 문제다. 물가상승률과 경제성장률·생산성 등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명확한 근거를 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동계는 내년 조정 때는 다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맞선다. 박희은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사무처장은 “2년간 최저임금이 급상승했지만, 이 과정에서 임금의 여러 요소가 최저임금에 산입돼 실질적으로 크게 올랐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내년도 인상률은 삭감안이라고 봐도 될 정도”라며“지금까지 최저임금이 워낙 낮았던 만큼 향후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가까운 시일 내로 1만원 시대에 진입한 뒤에 속도조절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조광현 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우선 1만원까지 올려놓고 속도조절을 하는 게 맞다. 지난 대선에서 자유한국당 역시 1만원 공약을 낸 바 있다. 사회적 합의가 나와 있을 때 빨리 실현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노사전문가들은 상황을 냉정히 바라본다. 향후에도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으로 인상률이 정해질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야당측이 최저임금 인상책에 반기를 든 상황에 현 여당이 관련 정책을 밀어붙이기엔 부담을 느낄 것이라는 얘기다.

이경석 노무사는 “(친 노동성향의) 정부마저 (최저임금 인상책이) 서툴렀다고 시인한 이상 향후 몇년간은 내년도 인상률과 비슷하게 책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대통령자문 노사정위원회 전문위원 출신인 이승협 대구대 교수는 “사실상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지난해가 끝이었다고 본다. 큰 쟁점이었던 만큼 향후 어떤 정권도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정책을 펼치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해결책을 향한 목소리

경영계와 노동계는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다행히 노사간 합의점이 보인다. 경영계에서 만연하고 있는 구조적 문제와 부조리 등을 해결하는 방향으로 최저임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목소리는 노동계를 중심으로 제기된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박희은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사무처장은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최저임금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데, 사실은 외적으로 고통받는 요인이 엄청 많다”며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범, 임차인에 부담을 가중시키는 건물주, 높은 카드 수수료 등이 소상공인들을 힘들게 하는 대표적 요소”라고 지적했다. 이어 “골목상권 진입 규제와 임대차보호법 강화, 카드 수수료 인하 등의 정책을 정부가 펼쳐준다면 사용자 입장에서 인건비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해결방안을 제시했다.

김정옥 한국노총 대구지역본부 총괄본부장도 “협상 테이블에서 사용자측 얘기를 들어보면 오히려 안타까울 때가 많다”면서 “특히 대구는 하도급업체들로 이어진 구조인데, 원도급업체에서 단가 후려치기를 해서 고통받는 경영자들이 한둘이 아니다”라고 실상을 전했다. 그는 또 “대기업의 단가 후려치기 등 불공정 거래 행위를 정부에서 막아주면 사용자의 부담이 줄고, 인건비 마련도 어렵지 않게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동계가 제시하는 이 같은 방향에 대해 경영계에선 충분히 설득력 있는 대안이라는 반응이다.

이동주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사무처장은 “프랜차이즈 본사측의 부당한 수수료 문제는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요즘엔 거대 온라인 쇼핑몰 측에서 입점 업체에 과도한 수수료를 물리는 경우가 많다. 이렇다 보니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인건비를 줄여서라도 수익을 낼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이 같은 문제 정도만 정부에서 해결해준다면 자영업자는 근로자를 고용하는데 부담을 크게 덜 수 있다”고 말했다.

정덕화 대구경영자총협회 사무국장도 “하도급업체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일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정부가 개입해서 원도급업체의 부당거래 행위를 막아줄 필요가 있고, 각종 규제를 풀어줄 필요가 있다”며 “외적인 자금부담이 줄면 근로자들에게 충분히 임금을 줄 수 있고, 이렇게 되면 일의 능률도 오르게 될 것이다. 회사가 좋은 방향으로 가는데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사갈등 상황을 객관적 입장에서 바라보는 노사전문가 역시 문제해결 지점은 최저임금 조절이 아닌 경영인을 압박하는 외부요소 차단이라는데 의견을 보탠다.

노동분쟁 해결센터 이경석 노무사는 “중소기업 및 자영업 경영자들은 그동안 각종 불공정 거래 행위로 인해서 고통을 받아왔다”며 “불공정거래 행위가 뿌리뽑히지 않는 한 사용자나 근로자 모두 연쇄적으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정부가 사용자의 외적 부담을 줄여줌으로써 최저임금인상 압박을 완화시키는 방향으로 정책을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명민준기자 minj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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