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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에서 정상으로 우뚝”…현대차, 한국팀 최초 월드랠리 종합우승

2019-11-16

양산차 고성능 기술력 가속화

20191116
현대자동차 WRC 경주차의 주행 모습. WRC는 세계를 돌아다니며 산간 도로·진흙탕·자갈밭·눈길 등 악조건을 가진 험지 도로를 달리는 대회다. 작은사진은 현대 월드랠리팀이 지난달 열린 WRC 스페인 랠리에서 사실상 우승을 확정 짓고 환호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일러스트=최소영기자 thdud752@yeongnam.com

F1(포뮬러원)과 쌍벽을 이루는 세계 최정상급 모터스포츠 대회인 ‘2019 월드 랠리 챔피언십’(World Rally Championship, 이하 WRC)에서 현대자동차가 정상에 우뚝 섰다.

한국팀이 세계적인 모터스포츠 대회에서 종합 챔피언을 차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자동차는 2019 WRC에서 참가 6년 만에 제조사 부문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고 13일 밝혔다. WRC는 서킷을 달리는 일반 자동차 경기와는 달리 포장과 비포장 도로를 가리지 않고 일반 도로에서 경기가 펼쳐지는 것이 특징이다.

현대자동차의 WRC도전은 ‘7전8기’라 불린다. 매년 최하위에 머물렀던 현대가 22년의 도전 끝에 최정상에 올랐기 때문이다. 세계의 높은 문턱에 좌절도 수없이 했지만 재도전 끝에 세계 최고 명예의 레이싱대회 WRC 종합 우승을 차지한 현대자동차는 포기하지 않는다면 언젠간 꼴찌도 전 세계 1등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첫 도전과 좌절

현대자동차는 도전 초기 세계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최첨단 기술과 자본, 데이터 등이 부족했던 현대자동차는 과거처럼 ‘하면 된다’는 정신으로는 넘을 수 없는 세계의 높은 기술력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하면 된다’가 아닌 ‘되면 하라’는 충고를 들어야 했다.

현대의 WRC 도전은 1996년 시작됐다. 현대차는 당시 영국의 레이싱 전문 회사 MSD와 손잡고 WRC 2부 리그인 F2 클래스에 첫 도전을 준비했다. F2 클래스는 전륜구동 기반 2ℓ 자연흡기 엔진으로 출전하는 대회다. 현대차는 티뷰론을 랠리카로 제작해 1997년 WRC F2 클래스 뉴질랜드 랠리에 시범 출전했다.


포장·비포장길 가로지르며 질주
F1과 쌍벽 이루는 최정상급 대회

현대차, 1996년 2부리그 첫 출전
세계의 높은 문턱서 번번이 좌절
결국 상처 입은채 랠리 떠나기도

2012년 정의선 부회장 주도로 복귀
이후 가능성 보이며 성적 급상승
올 최종 호주대회 산불로 취소돼
선두 유지하던 현대차 우승 확정



1998년 본격적으로 WRC F2 클래스에 출전했지만 성적은 5위로 뒤에서 둘째에 그쳤다. 재차 도전한 1999년 대회에서는 총 14라운드 가운데 5차례 우승을 거두며 준우승을 차지했다. 현대차는 이를 계기로 WRC 최고 클래스인 A8 클래스 도전에 나섰다. A8 클래스는 4륜구동 기반 2ℓ 터보 엔진으로 출전하는 대회다.

티뷰론을 대신해 베르나 기반 랠리카가 제작됐다. 2000년, 현대차는 마침내 포드, 푸조, 시트로엥, 미쓰비시, 스바루 등 완성차 업체들과 함께 WRC 최고 클래스에 참가했다. 그러나 결과는 완패였다. 현대차는 한 해 펼쳐진 13번의 경주에서 단 한번도 시상대에 오르지 못했다. 2003년까지 4년 동안 총 52번의 경주가 열렸지만 현대차는 3위 이내를 기록한 적이 없었다. 13번의 경주를 합산해 선정하는 종합 우승과도 거리가 멀었다. 불행하게도 경험도 제대로 쌓이지 않았다. 현대차는 “경주용 랠리카 제작을 외부 전문업체에 맡겼는데, 연구소와의 협업이나 기술·노하우 공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랠리카 기술이 연구소로 전달되지 않으니 양산차로의 기술 이전도 불가능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현대차는 상처만 얻은 채로 WRC를 떠났다.

◆7전 8기

현대차는 2012년 WRC 복귀를 선언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강한 의지 덕분이다. 당시 정 부회장은 현대차 남양연구소를 찾아 개발 중인 차량으로 레이싱을 할 정도로 고성능 차에 관심이 많았다. 고성능 차량을 만드는 것이 소비자가 만족할 수 있는 차량으로 생산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혹독한 환경에 노출되는 WRC에서 고성능 랠리카를 선보여 인정받는다면 현대의 양산차 역시 품질 신뢰도를 크게 올릴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었다. WRC는 양산차를 개조한 차량으로 세계를 돌아다니며 산간 도로·진흙탕·자갈밭·눈길 등 악조건을 가진 험지 도로를 달리는 대회기 때문에 양산차에 기술을 이전하기가 상대적으로 용이할 것이란 확신도 있었다. 현대차는 그해 독일에서 현대모터스포츠법인을 설립하고 자체 기술로 승부에 나섰다. 2013년 제네바 모터쇼에서 ‘i20 WRC 랠리카’를 공개했고 2014년 WRC 개막전 몬테카를로 랠리에 참가하며 공식적으로 복귀했다. 놀랍게도 현대차는 2014년 경주에서 첫 우승에 성공했다. 3위 이내에 들어 시상대에 오른 것도 4번이나 됐다. 꼴찌의 반란이었다.

가능성을 엿본 현대차는 도약을 꿈꿨다. BMW에서 고성능 브랜드 M 연구소장이던 알버트 비어만을 현대차로 영입했다. 그는 현대차에서 2015년부터 시험·고성능차 담당을 맡았고 현대차의 WRC 성적은 급상승하기 시작했다. 현대차는 2015년 ‘0승’을 기록하고 시상대에 4회 오르는 데 그쳤지만 2016년 2회 우승과 함께 시상대에 12회 오르며 두각을 나타냈다. 2017년에는 4회 우승, 시상대에 12회 오르며 WRC의 강력한 우승후보로 떠올랐다. 종합 성적에서도 현대차는 2015년 제조사 부문 3위를 기록했고,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준우승을 차지했다. 그리고 2019년 호주에서 올해 마지막 14번째 경기가 열릴 예정이었으나 호주 동부지역에서 발생한 대규모 산불로 취소되면서 선두를 유지하던 현대 월드랠리팀의 종합 우승이 자동 확정됐다. 제조사 순위는 한 해 열리는 경기의 성적에 따른 누적 점수로 가려지는데, 현대 월드랠리팀은 13번째 경기까지 380점을 기록해 2위 도요타팀의 362점보다 18점이 앞선 상황이었다. 1996년 처음 시작한 도전이 20년 만에 결실을 본 순간이었다.

토마스 쉬미에라 현대자동차 상품본부장은 “현대자동차가 우승 경력이 많은 강력한 브랜드들과 경쟁해 WRC 진출 역사상 처음으로 제조사 우승 타이틀을 얻어 기쁘다”며 “모터스포츠를 통해 발굴된 고성능 기술들은 양산차 기술력을 높이는 데도 큰 영향을 주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적극적인 모터스포츠 활동을 통해 얻은 기술로 고객들에게 운전의 즐거움을 주는 차를 선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정혁기자 seo1900@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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