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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킹카 시대, 美드라마 속 ‘키트’는 현실이 된다

2018-04-21 00:00

(1980년대 ‘전격 Z작전’의 인공지능 자동차)
차량 탑재 인공지능이 음성인식
운전자 명령 이해하고 대화 나눠
V2V 통신기술로 車끼리 말도 해
주행중 도로상황 등 서로 알려줘
도요타 작년 1월 콘셉트카 공개
2021년부터 美시장서 판매 계획
업계 ‘상용화 경쟁’ 본격화 전망

토킹카 시대, 美드라마 속 ‘키트’는 현실이 된다
말하는 자동차는 더이상 미래를 그리는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 아니다. 운전자와 교감하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술이 이미 완성 단계에 와 있기 때문이다. 다만 도로 위 다양한 상황을 대입한 실험이 필요하고 인프라의 확충과 제도적인 보완 등이 요구된다. 연합뉴스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한 미래의 세상에서 열리는 모터 레이싱 대회. 아무도 없는 포뮬러 차량에서 누군가 운전자에게 말을 건다. 운전자는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고 명령을 하거나 주행에 대한 조언을 듣기도 한다. 운전자에 의한 일방적인 명령에 대한 반응을 넘어 소통을 하는 것이다. 사람과 기계가 도로 위의 가장 훌륭한 동반자가 되는 셈이다. 1990년대 청소년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포뮬러 레이싱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이다. 어린 시절 동경하며 봤던 세상이 현실로 이뤄지는 세상이 도래하고 있다.

◆말하는 자동차 경쟁 본격화

일본의 자동차 기업 도요타가 2021년 미국에서 ‘말하는 자동차(Talking Car)’를 판매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차량 간 통신 기술(V2V 커뮤니케이션)을 거의 모든 라인업에 걸쳐 광범위하게 도입해 말하는 자동차를 상용화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자동차 업계의 말하는 자동차 개발 경쟁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블룸버그와 CNBC 등에 따르면 16일(현지시각) 앤드류 쿠체 도요타 북미 담당 부사장은 “2021년부터 미국에서 생산되는 도요타와 렉서스 차량에 차량 간 통신 기술을 위한 칩을 장착할 것”이라며 “이는 잠재적으로 수천 건의 사고를 예방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도요타는 미국 시장에서 GM, 포드에 이어 판매량 3위를 차지했다.

차량 간 통신 기술은 와이파이와 비슷한 단거리 전용 통신 기술(DSRC)을 이용한다. 차량과 차량 또는 차량과 도로변 장비가 최대 300m 반경 안에서 다양한 차량 관련 정보를 공유한다.

예를 들어 미끄러운 길이 나타나서 차량의 브레이크 잠김 방지 장치(ABS)가 작동하면 도로상에 있는 다른 차량에 속도를 늦추라고 경고한다. 교차로에 접근하는 자동차는 다른 방향에서 오는 차량에 자신의 위치를 알릴 수 있다. 신호등은 신호가 언제 바뀔지 등에 대한 정보를 차량에 제공할 수 있다.

앞서 도요타는 지난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2017’에서 인공지능을 탑재한 콘셉트카인 ‘Concept-愛 i’를 발표한 바 있다. 도요타의 콘셉트카가 놀라운 점은 단순한 음성인식을 넘어 대화를 나누듯 자동차가

운전자의 명령을 이해한다는 것이다. 운전자의 SNS나 대화를 기억하고 분석해 운전자의 취향, 감정이나 컨디션 정도에 따라 시각과 촉각, 청각을 자극해 안전운전을 돕는 수준이라고 도요타 측은 설명했다.

예를 들면 운전자의 취향에 맞는 뉴스를 제공하거나 상황에 맞는 주제로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다. 피곤한 상태에서 운전할 경우 조명이나 진동으로 자극을 주고, 흥분된 상태일 경우 라벤더 등 아로마 기법을 활용해 진정시키기도 한다는 것. 도요타 관계자는 “100% 자율주행이 가능하지만, 완전한 자율주행이기보다 운전자와 인공지능이 대화를 나누며 안전하게 도로 위를 주행하는 기술”이라고 말했다.

토킹카 시대, 美드라마 속 ‘키트’는 현실이 된다

◆도로 위 상황 실시간으로 수집·공유

말하는 자동차 기술의 핵심은 차량 간 통신(V2V) 기능이다. 이 기능은 자동차들끼리 1초에 10번씩 자동차의 위치와 속도, 방향, 기타 정보를 무선으로 주고받는 것이다. 이를 통해 주변의 자동차가 급브레이크를 밟거나 신호를 무시하는 등 위험한 행동을 보일 경우 다른 자동차들이 알아챌 수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V2V를 이용하면 음주나 약물과 무관한 충돌사고의 80%를 예방하거나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본다. 이에 대해 미국 정부 측은 “V2V 기술은 도로 위에서 주위 360도의 상황정보를 제공할 것"이라며 해당 기술이 교통사고로 인한 인명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말하는 자동차 시대가 열리면 마치 군이 열병식을 하면서 행진하듯 자동차들이 서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달리게 된다. 자동차가 무선 통신망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운전 속도, 위치 등의 정보를 교환하면서 충돌이나 추돌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서로 끊임없이 조정하고 대화하게 된다.

국내에서도 ‘차와 차(V2V)’ ‘차와 도로 시설(V2I)’ 간 통신으로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한국도로공사는 협력형 지능형 교통 시스템(C-ITS)을 도로에 적용하고, C-ITS를 더 발전시킨 ‘자율 협력 주행 도로 시스템’도 구축해 자율주행차의 안전한 운행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지난해 밝혔다.

C-ITS는 차량이 주변 차량, 도로 시설과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주행하는 첨단 도로 시스템이다. 이를 위해 차량에는 다른 차량, 도로 시설과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통신 장치를 설치해야 한다. 차량은 현재 위치 및 주변 정보를 다른 차, 도로 운영자와 통신을 하며 공유하게 된다. 도로 운영자도 CCTV나 레이더 등을 통해 획득한 정보를 통신망을 활용해 차량에 제공한다.

이렇게 되면 도로 운영자는 차량 운전자에게 전방의 공사 구간, 도로 위 낙하물, 교통사고나 고장 등으로 멈춰 선 차 등 미리 알면 도움이 될 만한 정보들을 제공할 수 있게 된다. 뒤에서 구급차가 접근했을 때도 차량과 차량, 차량과 도로 시설 간 통신을 통해 전방에 있는 모든 차가 그 정보를 공유하게 되고, 더 신속하게 길을 양보해줄 수 있게 된다. 좀 더 효율적으로 도로를 이용할 수 있게 돼 교통 정체도 함께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도로공사는 경기도 여주에 7.7㎞ 구간 시험 도로를 마련하고, ‘자율 협력 주행 도로 시스템’ 주요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도로공사가 2024년 개통을 목표로 하는 서울~세종 고속도로에도 이러한 자율 협력 주행 도로 시스템이 반영될 예정이다.

손선우기자 sunwo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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