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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車, 수소경제 선두주자일까 아니면 과장됐을까…

2019-02-23

한국 새로운 미래경제에 대한 오해와 진실
정부의 청사진
“산업 파급효과 크고 친환경”
2040년까지 620만대 만들고
충전소도 1200개로 확대 예정
수소에너지 그리드 구축 박차
실제 성능과 문제점
온실가스 감축 전기차의 70%
연료비 3배 높고 연비는 절반
정부가 전폭적으로 지원하면

수소車, 수소경제 선두주자일까 아니면 과장됐을까…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방문한 프랑스 파리 시내 알마광장에 설치돼 있는 에어 리퀴드사의 수소 충전소. 연합뉴스

석탄과 석유 등 탄소자원이 주요 연료가 되는 것을 ‘탄소경제’라고 한다. 수백년 동안 이어진 탄소경제 체제로 인해 인류는 환경오염의 역풍을 맞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세계 곳곳에서 폭염과 폭설, 한파 등 이상기후가 발생하고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여름에는 40℃에 달하는 폭염이 이어지고, 봄과 가을에는 비가 내리지 않아 가뭄이 지속되고 있다. 겨울에는 3일은 춥고 4일은 미세먼지가 심하다는 ‘삼한사미’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공기 질이 나쁘다.

위기를 직감한 전 세계 각국은 심각한 환경오염 문제를 규제하는 국제협약을 발효하고 있다.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각종 규제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탄소 연료를 많이 사용하는 산업구조를 바꿀 수 없다면 환경오염 문제는 피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이산화탄소를 저감시키는 ‘수소경제’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높은 가격과 비효율적인 연료 소비 등으로 진입 장벽이 높다. 수소차와 수소경제의 현실성을 따져봤다. 수소경제는 수소가 주요 연료가 되는 미래경제를 말한다.

◆수소전기차 산업을 필두로 한 수소경제

지난달 17일 정부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했다.

21년 뒤인 2040년까지 수소연료전지차(FCEV)를 620만대 생산하고 이 중 330만대를 수출해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이 골자다. 내수 비중이 절반가량이라는 것은 국내 시장에서 구동률을 높여 시행착오를 개선해 세계시장에서 선발주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정책이 뒷받침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테스트베드를 위해 지난해 14개에 그쳤던 수소충전소를 2022년까지 310개, 2040년까지는 1천200개로 확대하기로 했다. 최근 규제 샌드박스 승인 첫 사례로 도심지역 수소충전소 설치도 허용했다.

전후방 산업 파급 효과가 크고 친환경적인 수소 에너지원을 활용해 새로운 미래 먹거리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우려와 비판도 뒤따르고 있다.

심각해진 대기오염 문제와 지구온난화 문제 해결을 위해 화석 연료를 태워서 달리는 기존 자동차에서 빠르게 벗어나야 한다는 취지는 공감할 수 있다. 하지만 에너지 효율이 낮고 인프라 비용이 높은 수소차 보급을 필두로 하는 수소경제 로드맵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것.

수소경제의 구현은 수소의 에너지원 활용 확대를 통해 수소에너지 그리드(Grid·전력망)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신재생에너지와 배터리에 기반한 전기 그리드도 상호보완적으로 보급돼야 지속가능한 에너지 사회의 구축이 가능하다.

이를 위한 수소경제의 전제 조건이 값싸고 친환경적인 수소의 공급이다. 수소 시장을 키우기 위한 첫 단계가 수소전기차와 수소충전소의 보급이며, 이것의 성공 여부가 수소경제의 실현 가능성을 결정하게 된다.

수소 인프라를 확대하기에 앞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수소충전소를 왜 정부가 하느냐란 것이다. 테슬라는 전기차 충전소를 자체 경비로 설치했다. 4년간 자체 충전소 ‘슈퍼 차저’의 충전비도 무료로 운영하기도 했다. 같은 관점으로 보면 현대차 등 완성차들이 수소충전 인프라에 거액을 투자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의 계획대로 전국에 1천200개의 수소충전소를 지으면 3조6천억원의 국가 예산을 쓰게 된다. 계획대로 22년에 걸쳐 나눠 진행하면 매년 0.03% 수준의 예산만 쓰게 되지만, 수소충전소 개당 설치비는 30억원에 이른다.

위험도 높은 과제를 국가 차원에서 공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은 기업 입장에선 초기 투자비용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킨다는 단점이 나온다.

과거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펼쳤던 주력 산업은 대부분 기업의 지속적인 기술 연구개발로 이어지지 못했다. 고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한 산업은 값싼 노동력을 활용해 빠른 수익을 내는 데 급급했다. 1970년대부터 중화학공업화를 위해 정부가 ‘관치금융’을 이용해 육성한 철강, 조선, 기계, 전자, 화학 등의 산업이 정부 지원없이 위기를 넘기지 못하는 현실이 이를 방증한다.

2000년대 정부의 산업정책을 통해 힘을 받은 정보기술(IT) 산업 역시 고임금 고부가가치를 창출해 관련 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다. 산업정책이 실패할 경우 막대한 정부 예산이 더 들어간다는 점도 문제다. 수소차는 생산단가가 높고 충전하는 수소의 가격이 비싸며 충전 시설을 설치하는 비용이 많이 들어 경제성이 떨어진다. 상용화가 어려워지면 수소경제의 전환을 이룰 수 없다.

대구지역의 한 전문가는 “특정산업에 대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단기 성과를 내기에는 좋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자생력을 낮추는 부작용을 낳게 된다. 인프라를 마련해주는 것보다 관련 규제를 풀어주는 뒷받침 정도를 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수소車, 수소경제 선두주자일까 아니면 과장됐을까…

◆수소차는 전기차보다 친환경일까

업계 전문가들은 수소차의 환경성과 경제성, 정책 등이 복합적으로 얽힌 사안에 대해 논쟁을 벌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배출가스 없이 나오는 것은 물뿐이고 달리면서 미세먼지까지 정화시키는 수소차의 친환경성을 강조한다. 공기 중의 산소와 반응해 물이 되면서 전기를 생산하는 수소차는 물만 배출되기 때문에 대기 오염물질의 배출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또 연료전지의 안정적 가동을 위해 설치한 공기 필터를 통해 미세먼지 제거 효과까지 제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쪽에선 전기로 모터를 직접 돌리는 전기차와 달리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생산하고 그 수소를 다시 전기로 바꿔 모터를 돌리는 방식의 비효율성에 대해 문제를 삼는다. 이는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는 것이다. 수소경제를 향한 의구심은 이런 부분에서 시작한다.

미국에서 이미 판매 중인 수소차의 공인 연비는 전기차의 절반 수준이다. 실제로 현대차의 전기차와 수소차를 비교하면 코나 전기차의 공인 연비는 120MPG(ℓ당 50.8㎞)이지만, 넥쏘 수소차는 60MPG(ℓ당 25.4㎞)에 그친다. 반면에 연료비는 수소차가 전기차의 3배 수준에 이른다.

전기차와 수소차의 환경성에 대해서도 큰 차이가 없다. 미국 국립연구소가 평가한 자료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기준 수소차와 전기차의 대기오염 감소 효과는 동일하다. 하지만 온실가스 감축 효과는 수소차가 전기차에 비해 30% 적은 편이다. 수소차를 판매 중인 도요타도 온실가스 감축 효과는 수소차와 일반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거의 같다는 평가 결과를 공개한 바 있다.

수소차는 소비자 부담이 크다는 점도 넘어야 할 산이다. 아이오닉 전기차는 4천만원 내외의 가격인 데 반해 넥쏘 수소차는 7천만원 내외다. 3천만원의 가격차는 환경을 보호하자는 의식에만 기대서는 메우기 어렵다. 결국 소비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선 보조금을 줄 수밖에 없지만 대중화에 이를 때까지 보조금을 지원해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단순 계산하면 수소차 보급에만 총 2조2750억원의 예산이 소요된다. 올해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대당 3천500만원가량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는데 올해 정부 수소차 보조금은 벌써 소진된 상황이다.

한국은 세계적으로 볼 때 친환경차에 가장 후한 보조금을 주는 나라다. 유럽 선진국의 경우 전기차와 수소차(승용 기준)에 주는 보조금이 4천~6천유로(약 760만원) 정도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소득계층에 따라 보조금을 차등적으로 지급한다. 소득 재분배 효과를 볼 때 한국에서 역진성이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

업계 전문가는 “자동차를 신차로 사는 사람들은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다. 보조금을 지급해줘도 신차로 바꾸지 못하는 이들이 더 많다. 보조금을 줄여나가면서 특정 계층에만 혜택이 돌아가지 않도록 보조금 지급정책을 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수소경제의 마중물이라고 할 수소차를 하루빨리 시장에 안착시키려는 의도라 하더라도 현대차에 너무 큰 혜택을 몰아주는 게 아니냐는 시선도 보낸다. 수소차 지원책이 현대차 지원책이라는 오해를 불식하기 위해서는 수소차를 위한 보조금의 일부라도 협력업체들의 기술개발을 위해 써야 한다. 자금 여력이 있는 현대차는 전기차와 수소차사업을 하는데 무리가 없지만 지금도 이윤을 남기기 어려운 내연차 부품 생산업체들은 변화에 대비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내연기관에서 친환경차로 변화하면서 자동차부품업체들도 대비해 사업을 다변화할 시점이다.

손선우기자 sunwo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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