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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세상] 주택가격이 떨어지기를 바라지만

2019-03-22

기획금융팀장·경제학 박사
부동산 가격 오르면 부작용
내리면 경제에 더 큰 악영향
소비 줄어 디플레이션 유발
정부 시장개입 필요하지만
지나치면 변동성만 더 커져

[경제와 세상] 주택가격이 떨어지기를 바라지만
조태진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

2008년 세계금융위기로 인해 침체기를 걷고 있던 글로벌 주택시장이 2010년을 기점으로 살아나기 시작하였다. 우리나라도 2011년부터 지방의 주택시장이 기지개를 켜기 시작하더니 2015년부터는 서울 등 수도권 주택시장이 크게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2018년 9·13 대책을 기점으로 지방은 물론 수도권까지 주택시장이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최근 주택거래량이 감소하고 주택경기가 침체되자 일부에서는 부동산 가격이 반토막 나야 정상이라고 한다. 무주택자와 주택가격 상승기에 주택을 구입하지 못한 사람들의 바람인지 모르지만 주택가격 폭락이 우리에게 정말 좋은 일일까. 경제는 심리라는 말이 있듯이 가격이 폭락하거나 폭등하는 건 그것이 무엇이건 간에 경제에 심리적 충격을 주기 때문에 좋지 않다. 주택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된 가운데 주택시장의 양극화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가격이 두세 배 오른 곳이 있는가 하면 오르지 않거나 오른다고 하여도 겨우 물가상승률 정도로 찔끔 오른 곳도 많이 있다. 이는 소득양극화와 더불어 학군과 교통 등이 양호한 주택으로 수요가 몰린 탓이다. 앞으로 소득분배가 악화되면 주택시장도 양극화가 가속될 것이다. 주택가격이 급격하게 상승하면 주택을 소유한 자와 그렇지 못한 자 사이에 자산격차가 커지고 근로소득보다 자산소득의 비중이 높아져 근로의욕이 저하된다. 자고 일어나면 몇 천만원씩 오르는 아파트 가격을 생각하면 열심히 일하고 싶은 생각이 없어질 것이다. 또한 자본이 생산적인 곳에 투자되기보다 부동산에 몰리면 임대료 상승 등으로 생산원가가 높아지고 수출 경쟁력이 떨어진다.

그렇다면 주택가격이 순식간에 폭락하면 어떻게 될까. 주택가격이 급락하면 급등할 때보다 경제에 더 큰 악영향을 미친다. 우리나라 가계 자산 가운데 부동산이 70%에 달할 정도로 선진국에 비해 그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게다가 주택은 고가이기 때문에 자기자본만으로 구입하는 경우는 드물어서 대부분 금융기관 대출과 연계되어 있다. 따라서 주택가격이 급락하게 되면 금융기관이 채권을 회수하기 위해 담보 주택을 경매에 넘기게 되고 이것이 또 다른 투매를 부추겨 금융시스템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 또한 1천500조원에 이르는 가계부채가 소비를 제약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택가격이 하락하면 실질부채가 늘어나 소비가 감소하는 부채 디플레이션으로 경기가 더욱 침체될 수 있다.

투기와 거품에 노출된 주택가격은 잡아야 하지만 일단 주택가격이 상승하였으면 경기에 미칠 악영향을 고려해 연착륙시켜야 한다. 주택시장의 경기변동은 일반경기에 비해 주기가 길다. 또한 후퇴기간은 짧고 회복기간은 긴 우경사 비대칭형의 변동주기를 보인다. 이는 주택 등 부동산이 평소에는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격 상승률을 보이다가도 매수세가 응축되면 순식간에 가격이 정점으로 치닫거나 부동산 구입에 많은 자금이 소요됨에 따라 경기회복에 시간이 걸리는 것과 관계가 있다. 따라서 합리적인 경제행위를 위해서는 주택 등 부동산을 구입할 때 시점을 잘 선택해야 한다. 최고점에서 구입한 경우 잘못하면 수년이 지나도 자기가 매수한 가격대로 회복되지 못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주택은 인간이 삶을 영위하는 데 없어서는 안될 필수재화다. 따라서 대부분의 정부는 주택 소유가 특정 계층에 집중되지 않도록 형평성을 제고하거나 시장에 주택이 충분히 공급될 수 있도록 효율성을 증진시키기 위해 주택시장에 개입하고 있다. 미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에서 건설투자가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 내외에 그치는 반면 우리나라는 15%에 이를 정도로 그 비중이 높기 때문에 건설투자를 통해 국내경기를 부양하고자 하는 유혹에 시달려왔다. 그러나 정부가 필요 이상으로 시장에 개입하게 되면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게 되어 주택가격의 급등락이 더욱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다. 정부는 주택시장의 형평성과 효율성이 심각하게 훼손되는 경우에만 시장에 개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조태진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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