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9(화)

[고전쏙쏙 인성쑥쑥] 사람을 부릴 때는 큰 제사를 받들듯이 하라(使民如祭)

| 2019-10-14 08:18:53

박동규 (전 대구 중리초등 교장·시인)

어미가 버린 새끼 고양이 두 마리를 손에 곱게 안고 집으로 왔습니다. 아직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새끼들입니다. 털이 하얀 새끼 고양이를 은비, 털이 새까만 새끼 고양이를 깜비라 이름을 붙였습니다. 자라면서 은비가 덩치가 커졌습니다. 자연스레 은비가 먼저 자리를 잡은 후에야 깜비가 주변을 배회하다가 옆에 자리를 잡곤 하였습니다. 저절로 서열이 정해진 듯합니다.

그런데 얼마 후 은비가 자꾸 눈을 깜박이다가 잠을 잤습니다. 동물병원에 갔더니 몹쓸 병에 걸렸다고 합니다. 은비는 점점 몸이 쇠약해졌습니다. 언제부터인지 은비가 앉았던 자리에 깜비가 앉았습니다. 그때부터 깜비는 은비에게 심지어 ‘으르렁’거리고 발길질도 합니다. 동물의 본능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괜히 마음이 찡합니다.

‘사람이었다면 깜비는 은비를 쓰다듬고 정성을 다해 보듬어줄 텐데…’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저 은비가 불쌍하고 측은하였습니다. 동물병원에서 처방해준 주사를 은비에게 매일 놓고 약을 먹였지만 이제는 힘이 다한 듯 자리에 누워 가만히 있기만 합니다. 그럴수록 깜비는 기고만장으로 은비를 괴롭힙니다. 깜비에게 “그러지 마! 그러면 안 돼!”하고 말하지만 막무가내로 은비를 괴롭힙니다. 새끼 고양이를 키우는 친척이 들려준 실화입니다. 정치인들끼리 자리다툼하고, 국민들은 “돼! 안 돼!”하고 외치는 현재의 정치현실과 닮았습니다.

성호 이익은 ‘사민여제(使民如祭)’를 말합니다. ‘사람을 부릴 때는 큰 제사를 받들듯이 하라’는 뜻입니다. ‘벼슬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위에 있고, 일반인은 아래에 있어 형편과 지위가 서로 간에 미칠 수 없다. 그러니 벼슬자리에 있는 사람이 일반인의 고통을 어찌 알겠는가? 일반인을 해치는 정치가 모두 잔인한 마음이나 고의로 학정을 하는 데서 나오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일반인의 사정을 살피지 않고 대수롭지 않게 여겨 그 지경에 이른 경우가 많다’고 했습니다.

공자는 ‘대문을 나서면 큰 손님을 만난듯이 하고, 사람을 부릴 때는 큰 제사를 받들듯이 하라. 자기가 원하지 않는 일은 남에게 시키지 말라. 그러면 벼슬자리에서 공무를 처리해도 다른 사람의 원망이 없을 것이고, 나중에 집에 물러 나 있어도 다른 사람의 원망을 듣지 않을 것’이라고 가르쳤습니다.

‘따뜻한 옷을 입고, 숯을 피우며 살 때에는 주변에 추위에 떠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좋은 집에서 맛좋은 음식을 먹을 때에는 주위에 굶주림을 참으며 사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하며, 생활이 편안할 때에는 환경에 힘든 일을 견디지 못하며 괴로워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유쾌하고 기분이 좋을 때에는 가까운 곳에 원한이나 답답한 마음을 품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그러므로 사람을 부릴 때에는 큰 제사를 받들듯이 하라’고 말합니다. 은비가 사라지고 깜비의 세상이 되어도, 고양이에게 “사람이 착하다”고 말하지는 않습니다. 동물은 인격의 됨됨이나 성질이 없기 때문입니다.

공자는 ‘자기의 마음을 추측하여 남의 마음에까지 닿도록 어짊을 행하라’고 했습니다. ‘사민여제(使民如祭)’의 뜻은 이보다 더 깊습니다.

박동규 (전 대구 중리초등 교장·시인)

[Copyrights ⓒ 영남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건강

교육

가장 많이 본 뉴스

돌아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