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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화요진단] 조국 가면극

2019-11-12

조국 주연 가면극 국민 분노
공정 부르짖던 가면속 배우
알고보니 사욕 좇던 위선자
특권·반칙 사태본질 눈감고
진영논리에 매몰 안타까워

20191112
허석윤 중부지역본부장

인간이 가면(假面)을 만들어 쓴 지는 꽤 오래됐다. 석기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조상들은 사냥할 때 가면을 썼다. 사냥감에게 몰래 접근하기 위한 위장용이었다. 이처럼 가면의 기원은 원시인의 사냥도구였으나 점차 다양한 형태로 진화했다. 부족 간 전투에서 용맹함을 과시하거나 집단의 안녕을 기원하는 주술·종교의식, 축제 등에 두루 사용됐다. 문명사회로 접어들면서 가면은 집단 유희(遊戱)의 아이템으로 애용됐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가면극이 꽃을 피웠다. 이후부터 가면은 단지 얼굴을 가리는 ‘마스크(mask)’ 이상의 의미를 지니게 됐다. 가면의 마력을 알아챈 인간 스스로가 가면적 존재가 된 것이다. 인격을 뜻하는 ‘퍼스낼리티(personality)’의 어원이 ‘페르소나’(persona·고대 그리스 연극에서 가면을 쓰고 말하는 배우)인 것도 이런 이유다. 페르소나는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한 개인의 심리적 가면인 셈이다.

일찌감치 셰익스피어도 “인생은 한편의 연극”이라고 했다. 인간은 사회라는 연극 무대에서 인격이라는 가면을 쓰고 연기하는 배우라는 것이다. 맞는 말이지만 거기에 더해 인간은 타인의 연기를 지켜보며 평가하는 관객이기도 하다. 문제는 가면극의 한계 때문에 관객의 평가에 오류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거물급 배우의 가면이 크고 화려할수록 미혹(迷惑)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그런데 만약 가면속 배우의 실체가 탐욕과 위선 덩어리라면 문제가 더욱 심각해진다. 실제로 우리의 현실 사회에서도 이런 일은 심심찮게 벌어진다. 그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단연 조국 주연의 가면극이다.

조국 교수는 탁월한 배우임에 틀림없다. 멋진 가면에다 연기력도 일품 아닌가. 당연히 그가 펼쳐보인 가면극은 대단했다. 민정수석에 이어 장관 자리까지 꿰찼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의 가면이 벗겨지고 일그러진 민낯이 일부 드러나자 관객들은 경악했다. 공연은 막장극으로 흘렀고 무대는 아수라장이 됐다. 많은 국민을 분노케 한 ‘조국 가면극’의 특성은 크게 두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사기극과 유사하다는 점이다. 조국 교수는 활발한 SNS활동을 통해 개혁과 정의의 사도로 행세했다. 그 덕에 잘생긴 외모와 최고의 학벌로 휘황찬란한 진보의 아이콘이 됐다. 하지만 그의 말과 행동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공정과 정의를 부르짖던 가면 속 배우는 그 누구보다 사리사욕을 좇던 위선적 지식인이었다. 남이 모를 것 같은 일에는 도덕성 따위도 중요하지 않았다. 과거에 그가 수백억원 횡령 혐의로 구속된 태광그룹 회장을 선처해달라는 탄원서를 법원에 낸 것만 봐도 기가 찬다. 그 이유에 대해 그는 태광그룹에서 장학금을 받은 데 대한 ‘인간적 도리’라고 했다. 소가 웃을 일이다. ‘인간적 도리’가 아니라 ‘금전적 도리’라고 하는 게 맞다. 결국 그가 입으로 떠들어댄 재벌 개혁의 대상은 본인에게 돈을 안준 기업들이었던 것이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이중성이다.

둘째는 상식으로 이해하기 힘든 부조리극 성격을 띤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조국 사태의 본질을 호도하는 사람들이 많은 게 놀랍다. 특권의식에 젖은 반칙과 꼼수 행태에는 눈을 감은 채 그의 존재를 오로지 검찰 개혁과 등치시키는 주장을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와 맞물려 조국 사태가 좌우 진영 논리에 매몰된 게 안타까움을 더한다. 물론 여기에는 집권 세력의 의도적 여론몰이가 있었지만 유시민을 비롯한 어용 지식인의 궤변도 한몫 톡톡히 했다. 그들의 영향력은 나라를 거의 두동강 낼 정도로 강했고, 지금도 많은 이들의 추종을 받고 있으니 조국 사태는 아직 끝난 게 아니다. 또한 조국 낙마를 자신들의 업적인 양 자화자찬하는 보수 야당 역시 생뚱맞고 한심스럽다. 앞으로 제2·제3의 조국이 안 나온다는 보장이 없다. 3류 정치권이 초래한 혼란과 불신, 국론 분열의 비극은 깨어있는 국민의 힘으로 막는 수밖에 없다. 정치인의 말에 휘둘리기보다 근본 실체와 행동을 유심히 봐야하는 이유다.

 

허석윤 중부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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