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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주력 섬유·車부품 영세화 탓 양질의 일자리마저 급감

2019-12-10

임금은 꼴찌, 집값은 1등…30∼40대 ‘脫대구 가속화’

20191210
대구 성서산업단지 전경. 지난 3분기 산업단지 가동률은 68.12%에 머물렀다. 제조업체의 공장 가동률이 떨어진다는 것은 30~40대 취업자가 감소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영남일보 DB>
20191210

대구 경제 전반에 이상신호가 켜지고 있다. 지역 경제의 중추 역할을 해야 하는 30~40대 고용이 정체되면서 소비와 투자, 고용 전반에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 여기에 전국에서 가장 낮은 임금 수준에다 가장 비싼 주택가격으로 ‘대구에서는 월급 받아 집사기 힘들다’는 인식이 높아지면서 젊은 층의 이탈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성서산단 가동률 하락세 이어가
고령층 비해 사회적 지원도 부족
숙련 근로자들 지역이탈 부추겨
전문가 “경제 생태계 위기” 진단

◆근로자 평균임금 ‘전국 최저’…울산의 73% 수준

대구 경제가 활력을 잃어가는 원인으로 첫 손가락에 꼽히는 것이 바로 낮은 급여 수준이다. 지난 20여년간 지역경제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 자동차부품업은 대기업 협력업체가 대부분인데, 완성차 판매가 줄면서 덩달아 지역 자동차부품 업체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직원들의 임금이 나아질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또 섬유산업의 경우 대부분의 업체가 퇴보하고 영세화되면서 임금상승 여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실제 국세청이 발표한 ‘국세통계’에 따르면 2018년 기준 대구의 평균 급여(과세대상근로소득/근로인원)는 3천88만원에 그쳤다. 제주도(3천1만원)를 제외한 전국 16개 광역자치단체 중 꼴찌이다. 수도권은 물론 전남(3천468만원), 광주(3천186만원), 강원(3천146만원)보다도 낮다. 평균 급여 수준이 가장 높은 울산(4천218만원)의 73%밖에 되지 않으며, 전국 평균(3천535만원)의 87% 수준이다.

그나마 이같은 임금 수준도 최근 몇년간 크게 개선된 수치라는 데 대구의 고용시장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2006년 대구의 평균임금은 1천979만원으로 전국 평균(2천347만원)의 84%에 불과했다. 2011년엔 그 격차가 커져 전국 평균(2천643만원)의 82%(2천157만원)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2015년 이후 대구의 임금 수준은 전국의 88%대 전후를 유지하고 있다.

지역의 한 경제전문가는 “대구의 주력 생산기반이 노후화되거나 협력업체에 그치면서 임금 등 근로복지환경이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갈수록 커지는 내집 마련 비용 부담도 한몫

아파트 등 주택가격 상승도 젊은층의 지역 이탈을 부추기고 있다. 상대적으로 적은 임금을 받는 지역 근로자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의 주택을 구입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정보전문기관인 밸류쇼핑에 따르면 지난달 대구 아파트 중위가격은 2억6천100만원으로 서울과 세종시를 제외하고 6대 광역시 중 가장 비싸다. 중위가격은 해당 지역 집값을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가장 가운데 있는 아파트 가격을 말한다. 평균 가격은 저가주택과 고가주택의 변동 폭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어 시세를 판단하는 데 중위가격이 더 적합하다.

대구 아파트 가격은 지난 10월 이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11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대구 주택 가격은 10월보다 0.22% 올랐다. 대구 주택종합가격매매지수 역시 2017년 7월 이후 2년4개월째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박성곤 계명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같은 기간을 근무한다는 가정 하에 집을 마련하는 기간이 10년이라고 한다면 대구 직장인은 이 기간이 12년으로 길어지게 된다”면서 “20대 사회 초년병뿐만 아니라 30~40대도 급여를 많이 받으면서 집값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지역으로 이직을 희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30~40대 근로자 4년새 13%나 크게 줄어

경제의 허리라고 할 수 있는 대구의 30~40대 근로자 수는 4년 만에 13%나 줄어들었다. 30~40대의 취업자수 하락은 양질 일자리 감소와 타 연령층에 비해 부족한 사회적 지원이 주 원인으로 분석된다.

동북지방통계청의 연령계층별 취업자 통계에 따르면 올 3분기 30~40대 취업자수는 52만6천명으로 2015년 취업자 60만4천명에 비해 7만8천명 감소했다. 대구 30~40대의 취업자 수 감소는 제조업 등의 양질의 일자리 감소가 원인으로 보인다. 대구의 대표적 산업단지인 대구성서산업단지의 올 3분기 산단 가동률은 68.12%로 7분기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60대 이상의 일자리 수는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일자리 행정통계에 따르면 60대 이상 일자리수는 전년대비 25만개 증가했다. 정부의 노년일자리 정책에 따른 효과로 풀이된다. 대구의 60대 이상 취업자 수도 2015년 15만7천명에서 올 3분기 21만4천명으로 27%나 급증했다.

경제전문가들은 “청년이나 노인 일자리가 증가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대부분 단기적인 관제형 일자리”라면서 “숙련된 30~40대가 지역을 외면하는 것은 인구 유출뿐만 아니라 지역 경제 생태계 자체를 위협하는 심각한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홍석천기자 hongsc@yeongnam.com

오주석 수습기자 farbrother@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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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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