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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광장] 세대 갈등과 세상 읽기

2019-08-23
[금요광장] 세대 갈등과 세상 읽기

지역 갈등을 두고 망국병이라며 걱정하던 때가 있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영호남 사람들이 대놓고 다퉜다. 선거철에는 더 험한 말이 오갔다. 그런데 요즘은 갈등 유형이 크게 달라졌다고 한다. 이념에 따라 보수와 진보가 안면몰수 불고체면하면서 거친 말을 주고받고, 남녀 사이에 젠더 대립이 심각해서 일부 논쟁거리를 둘러싸고는 상호 혐오가 노골적이고 극단적이다. 무엇보다 청년과 노년층이 각종 이슈에 대해 아주 상반된 목소리를 낸다. 세대 갈등이다.

이런 상황은 새삼스럽지 않다. 이미 여러 선진국이 겪은 바 있고 학자들도 이 문제에 주목해왔다. 예를 들어 잉글하트는 개인의 의식이나 가치관 변화가 새로운 세계관을 반영한다고 했다. 이는 세대 단위의 경험을 밑바탕에 깔고서 느리지만 꾸준하게 진행된다. 다만 그 전조는 여러 형태로 나타나는 중에 1960년대 서구 학생운동처럼 갑작스럽게 폭발할 때도 있다.

의식 변화의 주요 요인은 교육 수준 향상, 직업구조 분화, 대중매체 보급 확산 등으로 사회경제적 성격이 강하다. 여기에다 더욱더 중요한 것은 오랜 기간에 걸쳐 경험한 물질적 풍요다. 넉넉하고 여유로운 시절을 겪어본 사람은 그 영향으로부터 벗어나기 힘들다. 혹시 일시적인 불황이 닥쳐서 잠시 고통을 당하더라도 호시절에 형성된 의식에는 그다지 충격을 못 준다. 먹고사는 문제에 아무런 걱정 없이 한 시대를 지낸 게 개인과 집단의 의식을 결정해서 그렇다.

개인이나 집단의 이러한 의식 변화는 두 가지 전제를 통해 예측 가능하다고 한다. 우선 사람은 누구나 쉽게 접근하기 힘든 욕구를 집중적으로 추구하려는 경향이 있다. 상당 기간 신체 안전과 경제적 안정을 누린 사람들이 차츰 다른 단계의 욕구에 관심을 기울이는 식이다. 일상인들은 이 욕구 저 욕구를 실현하고자 애쓰지만, 실제로는 생존을 위해 절박한 조건에 따라 공략의 순서가 정해진다. 당연하게도 생리적 욕구가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대상으로 꼽힌다.

원초적인 과제를 풀고 나면 다음으로는 한 차원 높은 목표가 떠오른다. 일용할 양식 걱정 없고 생명의 위협을 느끼지 않으면서 하루하루를 즐겁게 지내고픈 욕구다. 적어도 최소한의 경제적 안정과 신체적 안전이 확보된 후에야 비로소 고상한 가치 영역을 진지하게 바라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거기서 형편이 좀 더 나아질 경우 자기실현의 욕구라고 일컬어지는 지적·미적 가치 달성에 열중한다.

이는 언뜻 듣기에 경제학의 한계효용설과 비슷한 논리인 듯해도 잘 알려진 심리학 가설로 보완할 때 차이가 분명해진다. 대부분의 사람은 인격을 형성하는 과정에 점차 주요 가치의 순위를 매기고 이를 성년기 내내 유지한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유년기와 아동기에 자리 잡기 시작한 개인의 가치 서열은 어른이 되고나서까지 바뀔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얘기다. 이러한 심리학적 논리가 어느 정도 타당하다면 어디든 각기 다른 연령층이 어울려 살아가는 사회에서 세대 간 상호 역동적인 가치 충돌을 피하기는 어렵다.

오늘날 우리사회도 마찬가지다. 식민 압제와 경제적 빈곤뿐만 아니라 전쟁 공포를 이겨낸 초고령세대는 대체로 물질주의적인 가치와 기존 제도 고수쪽을 선호한다. 눈부신 산업화와 고도 경제성장과 국력 신장의 박동소리를 들으며 성장한 586세대는 현실 참여에 적극적이고 매사에 당당한 편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또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 중에 출생한 밀레니얼세대의 생각은 한층 창조적이고 행동은 도전적이다. 잉글하트 설명대로라면 이렇게 우리사회의 각 세대는 자신들이 어릴 적에 보고 느낀 것을 근거로 차별적 핵심 가치를 설정하면서 의식 깊이 내면화하였다. 그러므로 세대 저마다의 독특한 세상 읽기는 역사와 경험의 산물이다. 진지하게 대해야지 우열과 선악을 가릴 일은 아니다. 오창균 대구경북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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