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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제5회 밥상머리교육 우수사례 공모전] 동상 김명지씨 가족 수기

2019-03-18

“아이와 눈을 마주치는 일,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일”

20190318
김명지씨 가족이 16일 오후 대구 달서구 이곡동 성서이곡운동장에서 드론을 날리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윤관식기자 yks@yeongnam.com

김명지씨는 자녀와 눈을 맞추며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밥상머리교육이라 믿고 실천 중이다. 이 과정을 통해 김씨는 자녀에 대한 감사와 일상에 존재하는 행복에 대해 새삼 느끼고 있다고 했다.

#1. 삶이 각박하다. 여유가 없다. 무엇이 이렇게 만든 것일까. 한참을 고민한다. 아침에는 출근도 해야 하고 아이들의 숙제를 챙기고 종종걸음으로 집을 나선다. 나만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이런 이른 아침에 차가 이렇게 밀리는 것을 보면. 그런데 오후에도 다들 바쁜 건가. 역시 차가 밀린다. 바쁜 하루가 지나고 아이가 집에 오면 아주 중요한 일인 양, 오늘 꼭 해야 할 과제인 양 학습을 점검하고 숙제를 한다. 눈도 맞추지 않고 아이에게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한다. “아들아, 오늘 수학 문제집은? 영어 단어는 얼마나 외웠니?”

바쁜 생활 속 아이에 잔소리하기 급급
밥상에 앉으니 마음에 여유가 생겨
아이들 말에 귀 기울이고 눈맞춤하니
자기의 입장 고수 않고 배려심 키워


아이는 투덜거린다. 계속 미루기만 한다. 밥을 먹고 하겠다고 한다. 그러라고 했다. 밥을 먹고 나서는 줄넘기를 조금만 하고 한다고 한다. 또 그러라고 했다. 그렇지만 줄넘기를 하고 나서도 책상에 앉기는 쉽지 않은가 보다. 한숨을 쉬는 사이 남매가 또 싸우고 있다. 매일매일이 그냥 전쟁터 같은 그런 기분이 들어서 슬픈 마음이 든다. 나의 마음만 여유가 없는 건 아니구나. 우리 예쁜 아이들의 마음에도 여유가 없구나.

#2. 밥상머리 교육. 오늘도 어김없이 저녁을 먹는다. 국 한 그릇과 따뜻한 쌀밥. 화려한 진수성찬은 아니지만 따뜻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상을 보니 나도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진다. 어쩌면 이것이 밥상머리 교육이 필요한 이유가 아닌지 하는 혼자만의 생각을 해 본다. 늘 뭔가를 재촉하던 나의 마음에도 여유가 생기는 것 같다. 분주하게 이것저것을 챙기는 대신 아들의 눈을 한 번 바라본다. 까맣고 생기 넘치는 눈동자가 나를 바라본다.

“왜 쳐다봐?” 쳐다보는 것이 의아하다는 듯이 아들이 나에게 물어본다. 아주 작고 울기만 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렇게 많이 커서 학교도 혼자 잘 걸어 다니고 반찬투정 안 하고 잘 먹는 아들을 보니 갑자기 감사한 마음이 밀려온다. 그래, 행복이라는 것이 뭐 별 다른 게 있나 싶은 생각이 든다.

“아니, 우리 아들이 너무 대견하고 기특해서. 그래 요즘 학교에서는 뭐가 재밌어?” “다 재밌어.” 아이의 까만 눈동자를 계속 보고 있으니 어떤 이야기라도 해 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요즘 학예회 연습은 어떻게 해?” “아, 우리 반은 전래동요 해. 그런데 어렵진 않아. 그런데 엄마 오늘따라 왜 자꾸 쳐다보고 뭘 자꾸 물어봐?”

그런데 아들이 구박을 해도 자꾸 웃음이 난다. 왜 그럴까. 우리 막내인 꼬마 숙녀의 눈도 쳐다보니 역시 까맣고 빛나고 있구나. “우리 딸. 왜 오늘 유치원에서 눈이 빨개서 나왔어?” “엄마 보고 싶어서 울었어. 오늘 ○○이도 나보다 빨리 가고, △△도 나보다 빨리 갔어. 내일은 꼭 분홍반에 있을 때 데리러 와야 돼.” 갑자기 미안해진다. 그 친구들이 가고 나를 기다리는 그 10분이 아이에게는 엄청난 길이의 시간이었나보다. “엄마가 우리 딸 마음을 들으니까 더 일찍 가야 되겠네.”

#3. “아빠!” 아이들이 달려나간다. 들어오자마자 씻을 새도 없이 아이들이 매달린다. 남편은 아이들과 눈맞춤을 아주 잘한다. 오늘도 눈을 한참 보고 말을 건넨다.

“오늘 아빠가 기율이 주려고 드론 사왔지. 짜잔!” “기율이가 저번에 가지고 싶다고 그랬잖아.” 아이의 말을 귀담아 들었구나. 사소한 것을 기억해 준 남편에게 새삼 고마운 마음이 든다. 아빠가 자신들의 말을 귀기울여 들어준다는 것을 아는 아이들은 스스로 재잘재잘 아빠에게 말을 건넨다.

“아빠! 오빠가 자꾸 내 발 차!” “책 읽는데 자꾸 책 쪽으로 발을 오잖아. 책 읽는데 방해되게.” 아빠가 또 눈을 맞추고 아이들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눈을 맞추고 보니 아이들의 마음이 읽히나보다. 둘 다에게 잔소리를 하기 보다는 또 이야기를 들어본다. “오빠가 책 읽는데 방해가 되었대. 선율이도 책 읽을 때 방해하면 기분 안 좋겠지? 다른 사람 기분을 생각하고 배려해야 돼. 앞으로 그렇게 해 보자. 알았지?”

자기 입장만 이야기하던 둘째가 고개를 끄덕인다. 자신의 입장만 이야기하지 않고 바른 마음에 대해서 생각하고 배려를 배우는 이 시간이 너무 소중하다. 눈을 맞추고 귀를 기울이니 아이들도 더 잘 알아듣는구나.

#4. 오늘도 파란 가을 하늘을 뚫고 아이들이 온다. 학교에 온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어? 너 머리가 바뀌었네? 파마했구나. 엄청 귀엽고 잘 어울린다.” 머리를 보는 것이 아니라 너의 까만 눈동자를 본다. 그냥 바라봐 준다. 내가 너에게 눈을 맞추어 주면 너도 나에게 눈을 맞추어주는 구나.

#5. “엄마!” 유치원에서 딸이 나에게 웃음을 지으며 뛰어온다. 까만 눈동자를 반짝거리면서 오늘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너의 마음을 읽어주는 것. 너의 반짝거리는 눈과 나의 눈이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세상이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또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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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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