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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머리의 작은 기적] 인성교육 - 신의 한수

2019-05-27

“아이들 이야기 끝까지 듣고 칭찬·격려로 공감 얻어보세요”
초등생 절반 가족간 대화 30분 미만…컴퓨터·스마트폰 가장 큰 방해요인
혼내기보단 같은 취미를 공유해야…추억 만들면 가족간 거리 좁혀질 것

[밥상머리의 작은 기적] 인성교육 - 신의 한수
일러스트=최소영기자 thdud752@yeongnam.com


‘어린이날에 엄마 아빠는

피곤하다고

피자 한 판 사 주고 대충 때웠다

어버이날에 나도

엄마 아빠 사랑해요

오래오래 사세요라고 카드에 적고

대충 때웠다

엄마 아빠 나이쯤 되면

가는 게 있어야

오는 게 있다는 걸 알 텐데

왜 자꾸 깜빡하나 모르겠다

누가 만들었는지

어린이날 다음이 어버이날인 건

신의 한 수다’

대구의 고등학교 국어교사로 근무하고 있는 정연철 선생님의 ‘신의 한 수’라는 동시입니다. 기대가 많았던 어린이날, 어린이의 시선에서 속상한 마음을 재미있게 표현하였네요. 어린이날, 어버이날, 부부의 날. 게다가 개인적으로 결혼기념일에 아내 생일까지…. 참! 행복하면서도 부담스러운 5월이었습니다.

가정의 달 5월이 끝나갑니다. 많은 기념일을 통해 가족을 한 번 더 생각하고 사랑을 표현하는 건 좋았습니다. 하지만 이런 기념일이 의례적으로 해야 하는 이벤트로 그치는 것 같아 아쉬움이 남습니다.

아줌마, 잔소리 대마왕, 보스, 할마씨, 마귀할멈. 누구일까요? 학생들 휴대폰에 저장된 엄마 명칭입니다. 아빠도 별반 다를 게 없다고 합니다. 아빠몬, 집주인, 아저씨, 운전기사. 우리 집 애는 아니겠지? 생각하겠지만 의외로 이렇게 생각하는 학생이 많다고 합니다. 그래도 이건 그나마 낫습니다. 아예 저장도 하지 않는 학생도 있으니까요. 자녀에게 한없이 좋은 부모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자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나 봅니다.

가족이 함께하는 시간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핵가족이 보편화되고 맞벌이 가정이 증가하면서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하시겠지요.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가족이 함께 있더라도 대화의 시간이 줄면서 가족 간 거리도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작년 한 포털사이트에서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가족 관계를 조사한 결과, 가족 간 대화 시간은 30분 미만이 50.4%로 가장 많았고, 가족이 들어주지 않는 것 같아 대화를 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가장 높았습니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도 10명 중 5명이 가족과의 대화 시간이 하루 30분도 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가정 내 대화 부족은 세대차, 생활패턴, 대화기술 미흡 등 그 이유가 다양합니다.

가족 간 대화의 창을 열기 위해서는 가족 모두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먼저 대화를 방해하는 요소부터 제거해 보세요. 자녀들에게 있어 컴퓨터와 스마트폰은 가장 큰 장벽입니다. 게임에 빠져있는 자녀를 다그치고 혼낼수록 자녀는 마음을 닫아버립니다. 가족들이 함께 취미를 공유하거나 대화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자녀 스스로 게임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그리고 마음으로 공감하며 경청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특히 자녀와 대화할 때는 먼저 듣고, 끝까지 잘 듣는 것이 중요합니다. 칭찬과 격려로 자녀의 마음 깊은 곳까지 들어가 공감을 얻어 보세요. 조부모님 세대 또한 가부장적 환경 속에서 자라면서 습득한 권위의식을 버리고 젊은 세대의 문화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가벼운 주제로 대화를 시작하거나 모르는 것이 있을 때 질문하는 등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주세요.

家和萬事成(가화만사성)의 첫 출발은 대화입니다. 비록 표현이 서툴고 어색하겠지만 가족 간 대화 시간을 조금씩 늘리면서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사랑을 확인하세요. 함께하는 동안 가족들과 즐거운 추억을 만드세요. 추억은 또 다른 추억을 만들면서 가족 간 거리를 좁혀줄 것입니다.

바쁘다는 이유로 사랑하는 가족에게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지 못했다면, 5월이 가기 전에 표현해 보는 건 어떨까요. 최대호 작가의‘밥’이라는 시 한편이 가슴을 찡하게 합니다.

‘늦은 밤 집에 온 나에게

엄마는 매번

“밥 먹었니?”라고 물어보신다.

왜 맨날 밥 얘기만 하냐고

이 시간까지 밥도 안 먹었겠냐고

짜증만 냈는데

그 밥 먹었냐는 말이

‘사랑해’라는 뜻인지 이제야 알겠네요.’

신민식<대구시교육청 장학사·교육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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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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