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0(일)

[전문의에게 듣는다] 파킨슨병과 뇌심부자극술

| 2019-08-20 07:59:28

“온몸 굳는 희귀질환…뇌 전기자극 치료로 호전”


지난해 기준 국내 파킨슨병 환자는 12만명을 넘어섰다. 치매와 함께 3대 노인성 질환으로 알려진 파킨슨병은 도파민 신경세포의 이상으로 운동 기능이 퇴행하는 질환이다. 초기에는 손발이 덜덜 떨리다가 온몸이 굳어버리는 희귀질환으로, 아직까지 명확한 근본 치료법은 없는 상태다.

파킨슨병과 치매는 같은 퇴행성 질환이라는 점과 원인을 알 수 없다는 점에서 비슷하지만, 치매와 달리 약물치료 외에 수술적 치료인 ‘뇌심부자극술(DBS)’을 통해 증상을 크게 호전시킬 수 있다는 차이가 있다. 뇌심부자극술은 뇌에 얇은 전극장치를 삽입, 전기자극을 통해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된 환자의 신경세포를 억제하는 수술법이다. 쇄골 아래에 삽입한 자극발생기는 뇌의 전극장치와 연결, 각각 전압을 다르게 조율해 일정한 자극을 보내 파킨슨병을 치료하게 된다. 2005년부터 국내에서 보험 적용이 되면서 지금까지 2천건 이상 시술됐다. 지역 파킨슨병 환자들에게 뇌심부자극술을 시행하고 있는 칠곡경북대병원 신경외과 황성규 교수와 신경과 고판우 교수를 만나 파킨슨병과 뇌심부자극술에 대해 들어봤다.

칠곡경북대병원 신경외과 황성규·신경과 고판우 교수//지역 파킨슨병 환자들에게 뇌심부자극술(DBS)을 시행하고 있는 칠곡경북대병원 황성규 신경외과 교수(왼쪽)와 신경과 고판우 교수. 이들은 뇌심부자극술의 경우 수술 후 살펴봐야 할 부분이 많아 한두달 간격으로 병원을 찾아야 하는 만큼 서울보다는 가까운 지역 내 병원에서 수술하는 것이 환자에게 더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칠곡경북대병원 제공>
▶모든 파킨슨병 환자는 수술적으로 치료를 받아야 하는가.

△고판우 교수(이하 고 교수)= “파킨슨병은 퇴행성 질환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증상이 악화된다. 일단 파킨슨병 진단을 받으면 도파민을 보충해주는 약물치료를 시작하게 된다. 이러한 약물치료는 일정 기간이 지나게 되면 부작용이 발생하게 되고, 도파민 부족으로 인해 약물로는 일상생활이 어려운 단계에 접어들게 된다. 약물 부작용이 나타날 때 뇌심부자극술을 고려할 수 있다. 현재 파킨슨병 환자들은 2~3시간 간격으로 약물을 복용해야 하는데, 뇌심부자극술 후에는 하루 3~4번, 최대 절반 가까이 약물복용을 줄일 수 있다.”

△황성규 교수(이하 황 교수)= “파킨슨병 환자들은 증상이 심각해지면 움직이질 못한다. 약 기운이 떨어지면 꼼짝도 못하는데, 안타깝게도 뇌심부자극술 수술 자체를 모르는 환자가 많다. 뇌에 자극을 주는 수술이 아니라 고주파를 통해 일부를 파괴하는 수술은 예전부터 진행됐다. 이전 수술보다 뇌심부자극술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은 뇌조율기를 이식했다가 필요하면 제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뇌심부자극술은 아주 가는 전극이 들어가기 때문에 뇌의 어느 부분에도 들어갈 수 있고,다른 뇌수술에 비하면 합병증 비율도 낮다.”


작년 기준 국내환자 12만명 넘어서
퇴행성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악화
수술로 비정상 신경세포 억제시켜
약물 복용횟수 줄여 만족도 높은 편



▶뇌에 전극을 삽입하는 수술방식에 대해 환자들의 거부감은 없는가.

△고 교수= “오히려 환자 본인이 질병으로 인한 불편함과 약에 대한 부작용 때문에 수술을 원하는 경우가 많다. 기술적으로는 복잡하지만, 뇌심부자극술은 뇌수술 중에선 비교적 침습의 정도가 작아 환자들이 느끼는 부담감도 크지 않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진행한 수술들의 결과는 어떠한가.

△고 교수= “현재까지 진행한 모든 수술의 경우 효과가 다 좋았다. 수술 후 약물 복용을 중단할 수는 없지만, 약물의 복용횟수를 절반으로 줄일 수 있어 환자가 느끼는 삶의 질도 높아진 덕분에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뇌심부자극술을 받기 위해 서울로 가는 지역환자가 많다는데.

△황 교수= “뇌심부자극술은 환자를 진료하는 신경과와 수술하는 신경외과의 협진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 칠곡경북대병원은 뇌심부자극술에 있어 지금까지 협진을 통한 경험과 노하우를 쌓았다. 서울에서도 뇌심부자극술을 할 수 있는 병원은 10곳 미만으로 알고 있다. 환자들이 움직일 수 없는 몸을 이끌고 서울로 파킨슨병 치료를 하러 가도 뇌심부자극술을 할 수 있는 병원이 아닌 곳에 방문할 확률이 높다. 자세히 알아보고 결정할 필요가 있다.”

△고 교수= “뇌심부자극술은 처음 수술로 바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이후 환자상태에 맞는 전압조절, 즉 프로그래밍이 필요하다. 수술 후 1년 정도는 한두달 간격으로 병원을 방문해 살펴봐야 할 부분이 많다. 개인적으로는 수술 후 한달쯤 입원을 권하고 프로그램한 상태를 지켜본다. 한번 설정하면 크게 바뀌는 일은 없지만, 초기에는 위치가 바뀌는 경우가 많이 생겨 살펴야 한다. 거동이 불편한 몸으로 매달 서울에 가 프로그래밍을 체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런 만큼 가까운 곳에서, 더 자주 확인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파킨슨병 환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고 교수= “파킨슨병은 치매와는 달리 약물치료와 뇌심부자극술을 통해 드라마틱한 효과를 볼 수 있다. 수술 이후에 환자들이 만족하는 모습을 보면 의사로서 보람을 느낀다. 대구경북지역 파킨슨병 환자들이 뇌심부자극술과 이를 통한 새로운 삶이 있다는 것을 더 많이 알았으면 한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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