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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버닝썬 게이트’ 덮친 가요·방송계 휘청

2019-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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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부터 승리·정준영

가요계에 적신호가 켜졌다. 빅뱅 전 멤버 승리의 외국인 투자자 성접대 의혹으로 촉발된 사건이 가수 정준영 ‘몰카 공유’ 사태로 일파만파로 번지면서 가요계에 거센 후폭풍이 예고된다. 이른바 사상 초유의 ‘버닝썬 게이트’에 휘말리면서 공들여 쌓은 탑(K-pop)이 무너지는 건 아닐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무엇보다 이들이 여성을 성(性) 상품화했다는 점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미투에 이어 또 다른 사회 병리적 현상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전전긍긍하고 있는 YG, 시스템 체질 개선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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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그룹 빅뱅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 사옥.

이번 사태는 다소 소모적이며 착취적인 방식으로 성공의 팡파르를 울린 국내 아이돌 산업이 안고 있는 태생적 한계를 보여준다. 세계인이 주목하는 K-pop 스타라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와 이를 통해 얻어진 부와 인기라는 달콤함에만 취해 있었을 뿐 그 이면의 문제점들을 간과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K-pop의 경쟁력이라 할 수 있는 국내 기획사들의 트레이닝 시스템부터 체질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지금의 아이돌 스타들은 노래와 춤에 재능이 있는 청소년들을 상대로 연습생을 선발하고, 그중 최종 선발된 소수만이 하드 트레이닝을 거쳐 가수로 만들어졌다. 문제는 정상적이고 체계화된 교육시스템에서 벗어나 어린 나이부터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셈이니 심리적으로 불안한 측면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가치관 형성을 위해 JYP와 SM 등 일부 기획사가 소속 연예인들에 대한 인성 교육에 신경을 쓰고 있는 이유다.

하지만 YG는 이 부분을 소홀히 했다. 인성교육보다 개성과 자유분방함을 중시해왔던 YG는 어느 정도의 일탈을 용인하고 감싸주는 식으로 소속 연예인들을 관리해왔다. YG를 설립한 양현석 대표가 원조 아이돌그룹 ‘서태지와 아이들’ 출신이다보니 좀 더 아티스트를 이해하는 측면이 있다. 같은 가수 출신인 JYP 박진영, SM 이수만 대표와도 차별되는 지점이다.

승리 역시 그런 시스템 과정을 통해 데뷔했다. 승리가 속한 그룹 빅뱅은 YG의 모태이자 성장 동력이라 할 수 있다. YG가 SM, JYP와 함께 명실상부한 국내 3대 기획사로 군림하게 된 것 역시 빅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YG 시스템의 균열은 빅뱅으로부터 시작됐다. 멤버 태양을 제외한 빅뱅의 네 멤버가 구설에 올랐는데 지드래곤과 탑이 마약을, 대성이 교통사고로 문제를 일으켰다. 하지만 YG는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여기엔 수사기관의 솜방망이 처벌도 한몫했다는 지적도 있다.


YG, 아티스트 자유분방함 중시
소속연예인 일탈 어느 정도 용인
빅뱅 태양 제외 멤버 4인 구설에
인성관리 중요성 인식 계기 돼야

2016년 몰카의혹 불거진 정준영
검증절차 없이 3개월 만에 복귀
방송사 도덕불감증도 심각 수준
유사사례 방지시스템 마련 지적


YG의 이런 분위기는 넷플릭스 리얼시트콤 ‘YG전자’를 통해서도 충분히 읽힌다. 이 프로그램에서 YG는 최근 불거지고 있는 이슈들을 오히려 웃음의 소재로 삼았다. 소속 연예인의 소변 검사와 도핑테스트 장면을 유머로 희화화시켜 단순한 해프닝으로 처리했고, YG전자의 핵심책임자로 등장하는 승리는 획기적이고 탁월한 사업능력을 지닌 인물로 설정돼 성공한 사업가로서 자신의 이미지를 내세운다. 한술 더 떠 승리는 “YG전자는 YG의 미래를 책임지고 있는 팀”이라고도 말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YG의 내부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동안 YG는 불미스러운 일에 대해 즉각 대응을 피해왔고, 늘 방관하는 자세로 일관해 일을 키웠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번 사태로 승리가 은퇴를 선언했을 때도 그가 개인 소셜미디어로 입장을 밝혔을 뿐이다. 결국 논란이 커지자 YG는 이틀이 지난 13일 “승리와의 전속계약을 종료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김광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치열한 경쟁과정을 통해 스타가 된 만큼 성취감과 보상심리가 작용하는 건 자연스럽다. 그럴수록 옆에서 잔소리도 하며 정신적인 지지대 역할을 해줘야 하는데 YG는 그 부분이 아쉬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사태를 아이돌과 연습생들의 체계적인 인성관리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동시에 그들의 심리적 불안과 압박 등 스트레스를 풀어낼 통로 마련도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방송사들의 도덕 불감증…물의를 일으킨 연예인 슬그머니 복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들의 방송 복귀를 아무렇지 않게 용인하는 방송사들도 문제다. 뒤늦게 KBS 예능 프로그램 ‘1박2일’이 “당분간 방송 및 제작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성범죄 피의자가 된 가수 겸 방송인 정준영이 고정출연하고 있는 ‘1박2일’은 2016년 정준영의 몰카 의혹이 불거졌을 때 별다른 검증절차 없이 3개월 만에 다시 복귀시켜 비판을 받은 적이 있다. 이에 KBS는 지난 15일 “출연자 관리를 철저하게 하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리며,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사과했다.

이런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상습 도박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던 방송인 김용만, 신정환, 이수근, 붐, 탁재훈,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배우 윤제문, 가수 호란, 방송인 노홍철, 마약 사건에 연류된 가수 싸이, 박봄, 배우 주지훈, 성추문 논란이 있었던 이경영, 박시후, 엠씨더맥스 이수 등 수많은 연예인들이 복귀해 활동 중이다. 불법 동영상 유포 혐의를 받고 있는 전 FT아일랜드 최종훈 역시 2016년 이태원에서 경찰의 음주단속에 걸려 250만원의 벌금과 100일 면허정지 처분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아동 성추행으로 전자발찌를 착용했던 고영욱과 병역 기피 논란을 샀던 유승준 등 극소수를 제외하면 물의를 빚은 대다수 연예인들의 복귀는 이처럼 쉽게 이뤄진 셈이다.

한 방송관계자는 “일부 연예인과 방송사의 도덕 불감증이 심각한 수준이다. 활용이 가능하다는 판단이 서면 문제를 일으킨 연예인이라도 별다른 제약없이 출연시키고 있다”며 “사회적 영향력이 크고 공공성을 띤 방송사는 더 무거운 책임감과 의무감이 따라야 하지만 이를 일종의 해프닝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이제부터라도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게 출연자 검증 시스템을 강화하는 근본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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