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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란다스의 개’부터 ‘옥자’ ‘기생충’까지…“봉준호가 하나의 장르”

2019-05-27

‘칸 황금종려상’ 봉준호 감독과 그의 작품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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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이 25일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영화 ‘기생충’으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뒤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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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을 꿈꾸던 어리숙한 12세 소년이 황금종려상 트로피를 만지게 되다니….” 지난 25일(현지시각)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는 낭보가 전해졌다. 일곱번째 장편으로 세계 최고 권위의 영화제에서 최고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은 만감이 교차한 듯했다. 그는 “마침 올해가 한국영화 100주년이 되는 해여서, 칸 영화제가 한국영화에 의미가 큰 선물을 준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며 상의 의미를 되새겼다.

‘프레임 속의 기억’ ‘지리멸렬’
16㎜단편작 1994년 기대주 주목

웰메이드 영화 장르물 첫 신호탄
‘살인의 추억’으로 대중적 인기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탄생 ‘괴물’
인간 광기 다룬 심리스릴러‘마더’
할리우드 진출작 ‘설국열차’까지

장르 초월한 연출·예측불허 상황
위트있는 대사·배우케미 등 완벽

◆세계가 인정하는 거장으로 거듭나다

‘기생충’의 황금종려상 수상은 영화제 기간 내내 유력하게 거론됐다. 프랑스 시각으로 지난 21일 밤 10시 칸 영화제 메인 상영관인 뤼미에르 극장에서 전세계 최초로 공개된 이후 국내외 언론과 평단 그리고 영화 관계자들의 호평이 쏟아졌다. 봉준호 감독 특유의 장르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연출력과 예측 불허의 상황 설정, 위트 있는 대사, 배우들의 케미스트리가 관객들을 매료시켰던 것. 영화 상영 직후 국내외 언론들은 “봉준호 감독 작품 중 최고의 작품” “현대 사회에 대한 예리한 통찰을 담아낸 걸작”이라는 찬사를 보내며 “봉준호는 마침내 하나의 장르가 되었다”고 경의를 표했다.

실제 ‘기생충’은 공개 직후, 각국 매체가 발표하는 평점 집계에서 경쟁 부문 진출작 중 최고점을 받으며 수상 기대감을 높였다. 칸 국제영화제 공식 데일리지인 ‘스크린 인터내셔널’은 경쟁작 21편 가운데 최고점인 3.5점(4점 만점)을 부여했다. 20개국 기자와 평론가들로 이뤄진 아이온 시네마도 최고점인 4.1점(5점 만점)을 주는 등 다수 매체에서 최상위 평점을 기록했다. 이 같은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기생충’은 전 세계 192개국에 선판매되며 역대 한국영화 최다 판매 신기록을 수립하기도 했다.

봉준호 감독은 이번 황금종려상 수상으로 다시 한번 세계가 주목하는 거장 감독으로서의 면모가 입증되었다. 올해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작품은 총 21편. 황금종려상을 한 번 이상 수상한 감독(장 피에르 다르덴 & 뤽 다르덴, 켄 로치, 쿠엔틴 타란티노, 테런스 맬릭, 압델라티프 케시시)의 작품이 무려 5편, 여기에 칸의 총아 자비에 돌란, 거장 마르코 벨로치오까지. 그 쟁쟁한 이름 중에서 칸의 선택은 봉준호였다.

◆봉준호의 작품세계

대구 출신인 봉준호 감독은 연세대 사회학과와 한국영화아카데미를 졸업했다. 16㎜ 단편영화 ‘프레임 속의 기억’과 ‘지리멸렬’이 1994년 밴쿠버와 홍콩영화제에 초청되며 기대주로 주목받았고, 홍콩영화제 국제영화비평가상과 뮌헨영화제 신인 감독상을 차지한 장편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2000)로 한국영화계 신성으로 떠올랐다.

그의 이름이 본격적으로 대중에게 알려진 것은 ‘살인의 추억’(2003)부터다. 화성 연쇄살인 사건을 소재로, 당시 전국 525만 관객을 동원했다. 한국영화계에 ‘웰메이드 영화’라는 단어가 통용된 것도 이 영화가 나오고부터다. 2006년 선보인 ‘괴물’은 한국형 블록버스터 탄생의 신호탄이 됐다. 영화는 괴물 그 자체보다는 그에 맞서 싸우는 평범한 가족 이야기를 통해 한국 사회의 부조리를 날카롭게 꼬집었다. ‘마더’(2009)에서는 조금 색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잔혹한 살인마를 찾아 나서는 노년의 주인공을 내세운 심리스릴러로, 인간의 광기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를 시도했다는 평을 받았다.

봉준호 감독은 ‘설국열차’(2013)를 기점으로 할리우드로 활동 무대를 넓혔다. 영화는 2031년 빙하로 뒤덮인 지구를 배경으로 끝없이 달리는 열차에 탄 최후의 인류 모습을 그렸다. 영화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무겁고 어둡지만 봉 감독 특유의 유머와 휴머니즘, 액션과 긴장감, 그리고 환경과 계급 문제 등을 잘 녹여내 호평을 받았다. 이후 그는 슈퍼돼지 옥자와 산골 소녀 미자의 우정과 모험을 다룬 넷플릭스 영화 ‘옥자’(2017)로 플랫폼적인 확장을 시도하기도 했다.

그에게 황금종려상을 안겨준 ‘기생충’은 양극화와 빈부격차라는 현상을 블랙 코미디로 풀어낸 작품이다. 가난한 가족과 부유한 가족, 두 가족의 미시적인 이야기에서 출발하지만, 한국은 물론 전 세계 빈부격차 담론을 아우른다. 탄탄한 연출과 각본의 완성도는 물론 풍성한 아이디어가 만들어내는 디테일과 흥미로운 캐릭터 구축이 그의 작품 중에서도 단연 돋보였다는 평가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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