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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시대 지식갈증…예능 이젠 ‘교양’이다

2017-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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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도 트렌드가 있다. 1인 가구의 증가로 ‘육아예능’과 ‘먹방(먹는 방송)’ ‘쿡방(COOK+방송)’이 뜨겁게 사랑받았다면, 탄핵 정국과 대통령 선거를 거치며 ‘시사예능’이 브라운관을 휩쓸었다. 최근엔 시민의식을 고양하고 지식에 대한 대중의 목마름을 해갈시켜줄 똑똑한 ‘교양예능’이 신흥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교양예능’ 트렌드를 이끈 건 나영석 PD다. 시대를 빠르게 반영하는 트렌드세터이자 손만 대면 성공을 거두는 ‘미다스의 손’ 나영석이 선택한 건 인문학이다. 그는 “재미에는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다”며 ‘뇌가 즐거워지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들고 나왔다.

지난 2일 첫 방송된 tvN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이하 알쓸신잡)’(연출 나영석, 양정우)은 분야를 넘나드는 잡학박사들이 국내를 여행하면서 다양한 관점의 이야기를 펼쳐 내는 수다여행 프로그램. 가수 유희열을 비롯해 작가 유시민,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소설가 김영하, 물리학자 정재승이 출연한다.

제작진은 삼고초려 끝에 유시민 작가를 캐스팅했고, 즐거운 여행에 빼놓을 수 없는 미식전문가 황교익을 초청했다. 여기에 인문학·문학적 테마를 설명할 수 있는 김영하, 과학적인 팩트 확인을 위해 정재승 박사가 더해져 ‘인문학 어벤저스’가 완성됐다.

‘알쓸신잡’에 빵빵 터지는 폭소탄은 없다. 하지만 옹기종기 모여 앉은 아재들의 술자리 수다는 귀를 쫑긋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아재들의 이야기를 엿듣다 보면 어느 순간 피식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한다. 더불어 역사, 문학, 미식, 과학, 정치, 경제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쏟아내는 풍성한 이야깃거리는 시청자들에게 지적인 포만감을 선사한다.

‘알쓸신잡’의 인기와 더불어 주목받는 작품은 tvN ‘우리들의 인생학교’(연출 손창우)다.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하지만 누구나 한번쯤 고민해봤음 직한 인생의 주제를 놓고 매주 1시간씩 강연이 펼쳐진다.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법’을 시작으로 ‘나 자신을 이해하는 법’ ‘글로 나를 표현하는 법’ ‘대인관계를 잘 하는 법’ 등 사소하지만 궁금하고, 누군가에게 물어보자니 낯간지러운 주제를 놓고 함께 이야기하고 공감대를 형성한다.

XTM ‘밝히는 과학자들’(연출 신동훈)은 대한민국 핫 이슈를 ‘과학적 팩트’로 풀어내는 신개념 토크쇼. 미세먼지 없애는 법, 랜섬웨어와 비트코인, 북한 미사일 발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악수법, 해피벌룬의 위험성 등 최근 이슈를 과학적 관점에서 풀어내며 시청자들을 ‘유쾌한 멘붕(멘탈붕괴)’에 빠뜨리고 있다.

CJ E&M과 함께 ‘교양예능’의 흐름을 주도하는 건 KBS다. 스타 호스트를 통해 문화재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재발견하는 1TV ‘천상의 컬렉션’(연출 조영중)을 시작으로 다양한 분야의 ‘교양예능’이 속속 선보이고 있다.

6일 첫방송된 2TV ‘냄비받침’(연출 최승희)은 최근 2030 젊은이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독립 출판을 주제로 삼았다. SNS에 끄적이는 인스턴트 이미지와 텍스트가 아닌 ‘진짜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이 흥미롭게 그려진다.

음식을 통해 책을 읽는 1TV ‘서가식당’(연출 이은미) 역시 ‘뇌섹 남녀’를 꿈꾸는 시청자들을 TV 앞으로 끌어들이는 대표적인 프로그램. 단순히 책 속에 등장하는 음식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저자의 숨은 의도나 책의 배경과 관련된 음식을 선정해 이야기로 풀어낸다는 점에서 기존 ‘먹방’과 차별화했다. ‘초한지’에 등장하는 훠투이와 자라탕을 먹으며 이야기하고, ‘상실의 시대’ 속 낫토 계란말이와 스키야키가 선사하는 의미를 되짚는 식이다.

‘교양예능’ 열풍은 과거에도 있었다. 당시엔 예능쇼와 교양을 결합한 ‘쇼양’이라는 용어로 불렸다. 하지만 본격적인 도화선이 된 것은 JTBC ‘썰전’과 O tvN ‘어쩌다 어른’이다.

‘썰전’(연출 김은정)은 신개념 이슈 리뷰 토크쇼로, 취업준비생과 직장인들의 필수 프로그램이다. 2016년 1월 유시민 작가와 전원책 변호사가 합류하면서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현재는 MBC ‘무한도전’과 함께 ‘한국인이 좋아하는 TV프로그램’(조사 한국갤럽) 1, 2위를 다툴 만큼 강력한 파급력을 갖고 있다.

‘어쩌다 어른’(연출 정민식)은 프리미엄 특강쇼를 표방한 강의 프로그램. 각 분야의 유명강사가 출연해 매회 색다른 지적 유희를 선사한다. 특히 올해 초 방송된 스타 강사 설민석의 한국 통사 ‘식史를 합시다’ 시리즈는 무려 5편까지 선보이며 큰 사랑을 받았다.

‘교양예능’ 붐에 대해 방송 관계자들은 긍정적이다. 우선 버라이어티와 토크쇼에 편중됐던 기존 예능에서 벗어나 다양화된 재미와 웃음을 선사한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준다. 한 지상파 예능 PD는 “케이블과 종합편성채널 등 방송사가 늘면서 예능 춘추천국시대가 도래했다. 예능 소재의 성역이 없어지고 있다”며 “‘교양예능’의 증가는 최근 정치적 이슈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도전적인 시도는 칭찬할 만하지만 만듦새의 완성도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방송 이후 ‘알쓸신잡’은 출연자들의 토크가 산만하고, 출연자들의 취기 어린 얼굴이 불쾌했다는 시청자들의 신랄한 평가를 받았다. ‘냄비받침’에는 3MC의 독립출판을 돕는 출연자들이 대거 출연해 시청 몰입도가 다소 떨어진다는 시청자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이에 대해 방송 관계자는 “새로운 시도는 늘 불안정하고 산만하다. 호평과 혹평도 엇갈린다. 성과로만 판단한다면 부족한 게 당연하다. 하지만 첫술에 배부르겠나. 당장의 대박보다는 다양한 시도와 접목을 높이 평가하고, 시간을 갖고 기다려야 한다. 그래야 다양한 재미를 선사할 프로그램들이 더 많이 생길 것”이라고 밝혔다.

강주아 객원기자 dalsuk0@naver.com
사진제공/KBS, tvN, O tvN,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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