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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괴물 신인 ‘워너원’ 등장에 기획사-방송사 영역다툼

2017-08-14

‘프로듀스 101’ 시즌2 반응 폭발적
데뷔 전 CF 찍고 고척돔 쇼케이스
팬덤·미디어가 스타배출 성공사례
엠넷이어 KBS도 비슷한 방송 제작
기획사 “방송사가 영역 침범” 반발

20170814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통해 알려진 보이그룹 ‘워너원’이 과자와 화장품, 맥주 등의 CF모델로 발탁되는 등 신드롬급 인기를 누리고 있다. 아래 오른쪽 둘째는 7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쇼케이스 겸 콘서트를 여는 모습.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 엠넷 ‘프로듀스 101’ 시즌2에서 뽑힌 보이그룹 ‘워너원’발(發) 태풍이 대중문화계를 강타하고 있다. 데뷔부터 신드롬급 인기를 누리며 기존 아이돌 그룹들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고, 불씨가 사그라질 줄 알았던 오디션 프로그램의 인기가 확인되면서 가요계와 방송계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사실 남자판 ‘프로듀스 101’은 기획 단계때 쉽지 않은 프로젝트였다. 가요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유명 기획사에서도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 남자 연습생 101명을 모집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데다 경연 과정에서 남자 아이돌 그룹에 요구되는 신비감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아이돌은 팬덤이 만든다’는 명제를 다시 한번 입증했고 TV라는 대중적인 매체는 숨어있던 팬덤까지 끄집어내는 효과를 냈다. 프로그램은 주요 타깃 시청층인 15~34세에서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10~20대 팬덤을 장악했고, 방송 뒤에는 각종 패러디가 쏟아지고 타이틀곡 제목인 ‘나야 나’가 유행어로 떠오르며 전세대로 영향력을 확대했다.

지난 7일 고척스카이돔에서 2만명의 팬들 앞에서 쇼콘(쇼케이스와 콘서트)을 통해 데뷔한 워너원은 데뷔부터 심상치 않은 기운을 뿜어내고 있다. 2만명의 팬들이 공연장을 가득 메웠다. 이 공연장에 섰던 아이돌 그룹은 빅뱅, 엑소, 방탄소년단 세 팀에 불과하다. 7일 발매된 워너원의 데뷔앨범 ‘1X1=1’은 선주문량 52만장을 기록해 엑소 정규 4집 ‘THE WAR’(80만장), 방탄소년단 ‘WINGS 외전’(70만장)의 뒤를 이었다. 앨범 타이틀곡 ‘에너제틱’ 역시 7일 발매 직후 멜론, 올레뮤직, 엠넷, 지니, 벅스 등 5개 실시간 차트에서 1위를 유지하고 있다. 10년차 소녀시대의 신곡을 멀찌감치 따돌렸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정식 데뷔도 하기 전에 화장품을 비롯한 총 15개의 제품의 CF 모델로 발탁됐다.

본래 ‘프로듀스 101’은 그룹의 성패를 결정짓는 팬덤이 기획사들의 역량에 따라 쉽게 좌우되는 데서 착안한 프로그램이다. 아이돌의 인기는 팬덤을 어떻게 모으고 관리하느냐에 좌우되기 때문에 많은 기획사들은 데뷔 전부터 팬덤 확산에 애를 써 왔다. 업계 1위인 SM엔터테인먼트 소속인 엑소는 데뷔 전 100일부터 대규모 마케팅을 실시하는 등 회사의 역량이 총동원됐고 빅뱅이 소속된 YG의 신인 위너와 아이콘도 기획사를 등에 업고 각종 음악 방송에 출연하며 인지도를 높였다.

이처럼 유명 스타들과 막강한 자금력, 인적 네트워크를 지닌 대형 기획사들은 비교적 손쉽게 팬덤을 장악해 신인 아이돌마다 성공을 거뒀지만 영세한 중소 기획사 소속 아이돌은 음악 방송 한 번 타기 어려운 실정에서 성공할 리가 만무했다. 때문에 프로듀스 101은 대형 기획사가 참여하지 않은 상황에서 중소 기획사 중심에 기획사가 아예 없는 개인 연습생까지 참여시켰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기존의 기획사들이 자신들의 기준과 입맛에 맞춰 멤버들을 뽑거나 내보내는 것과 달리 시청자들, 즉 ‘국민 프로듀서’들이 자신들의 취향에 맞게 직접 뽑은 아이돌이라는 애착감이 팬덤을 더 강하게 만들었다. 방송을 통해 소개된 그들의 히스토리와 데뷔 과정도 그들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일조했다.

결국 워너원은 기획사와 방송사의 대결에서 방송사의 파워를 보여준 사례다. 선발권을 기획사가 아닌 팬들이 갖고, 미디어가 팬덤을 키우면서 스타를 배출했기 때문이다. 가요계의 한 관계자는 “데뷔 7년차임에도 빛을 보지 못하고 존폐 기로에 섰던 뉴이스트가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뒤 팬덤이 생겨 음원 차트에서 역주행하는 등 부활한 것만 봐도 TV 미디어와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영향력을 잘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흐름을 타고 하반기 방송계에는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쏟아질 전망이다. 엠넷은 아이돌 전문 교육기관을 표방하며 걸그룹 멤버를 선발하는 ‘아이돌학교’를 방송중이고, KBS는 이미 데뷔했으나 주목을 받지 못한 아이돌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주는 아이돌 리부팅 프로젝트 ‘더 유닛’을 오는 10월에 방송할 예정이다. ‘프로듀스 101’ 시즌1을 기획한 엠넷 한동철 PD도 YG엔터테인먼트로 둥지를 옮겨 하반기에 YG판 ‘프로듀스 101’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의 양산이 예상되자 이번엔 기획사들이 들고 일어섰다. 한국매니지먼트연합, 한국음악콘텐츠산업협회, 한국연예제작자협회로 구성된 음악제작사연합 가요기획사 3개 단체는 지난 2일 아이돌 프로그램을 통해 기획사의 사업 영역을 침범하고 있다며 방송사에 시정을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한 데 이어 9일에는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한 방송사의 매니지먼트 사업 진출을 반대하는 성명서를 냈다.

그룹 워너원의 매니지먼트는 시즌1때와 마찬가지로 YMC엔터테인먼트가 위탁받아 진행하지만 방송사인 CJ E&M이 실질적으로 내년 12월까지 관리 및 매니지먼트를 하고, KBS도 ‘더 유닛’을 제작하면서 역시 매니지먼트 관련 문제로 기획사들과 갈등이 불거졌다. 이들 단체는 “방송사가 아이돌 프로그램을 제작해 매니지먼트까지 진출하는 것은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체를 독식하려는 미디어 권력의 횡포”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방송사들의 입장은 다르다. 대형 기획사들도 PD들을 영입해 직접 콘텐츠 제작에 나서고 대중의 소비 패턴도 모바일이 대세가 된 상황에서 방송사의 수직계열화는 지나친 억측이라는 것이다.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한 방송사의 관계자는 “기획사, 방송사, 통신사 등이 콘텐츠 제작에 뛰어들면서 시장의 경계는 무너지고 있다”면서 “방송사들도 트렌드를 리드하는 새로운 형식의 콘텐츠를 통해 변화를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새론 객원기자 sharonlee1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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