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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예고된 방송사고…생방·쪽대본으로 얼룩진 드라마 제작현장

2018-01-15
20180115
화유기
20180115
도깨비

한국 드라마의 생방송 시스템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해 12월 최악의 방송사고를 일으키며 결방까지 빚었던 tvN 주말극 ‘화유기’ 가 빌미가 됐다. ‘화유기’는 제작을 마치지 못한 상태에서 2회 방송을 강행했고, 결국 두 차례 방송이 지연되기도 했다. 게다가 촬영현장에선 스태프가 추락하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작금의 한국 드라마 제작시스템의 체질적인 변화와 개선이 필요해 보이는 이유다. ‘화유기’ 사태를 계기로 이를 점검해 봤다.

사고 양산하는 ‘생방 드라마’
두차례 지연 ‘화유기’ 스태프 추락사고까지…
전세계 유례없는 빡빡한 일정 원인으로 지목


‘화유기’ 사태는 시청률만을 의식해 속도전으로 무리하게 치달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다. tvN 측은 ‘화유기’ 사고에 대해 “짧은 시간 안에 완성도를 높이고자 한 열정과 노력이 본의 아니게 방송사고라는 큰 실수로 이어졌다”고 유감을 표했다. 물론 이런 방송사고는 심심찮게 발생했다. ‘시크릿 가든’(2011) 마지막회에서는 스태프의 음성이 나갔고, ‘싸인’(2011)에선 화면조정용 컬러바가 등장하더니 엔딩 장면에서는 아예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또 ‘펀치’(2015)는 화면이 정지되거나 소리가 튀는 사고까지 세 차례 발생했다.

방송 관계자들은 편성 시간에 간신히 맞춰 제작하는 한국 드라마의 ‘생방송 시스템’을 원인으로 지적했다. ‘생방송 드라마’란 충분한 시간을 필요로 하는 드라마의 촬영, 편집, 후반작업 등을 마치 생방송처럼 시간에 쫓겨 아슬아슬하게 내보내고 있는 한국 드라마의 제작환경을 단적으로 설명한 말이다. 이른바 쪽대본을 양산하게 만든 주범이기도 한데, 제작 시간과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하나의 드라마를 주 2회씩 60분 이상 내보낸다. 이런 제작상황은 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하다. 미국과 일본의 경우만 보더라도 주 1회 방송이 보편적이다. 당연히 쪽대본과 밤샘 촬영이 일상화되면서 돌발적인 방송사고는 물론 배우와 스태프의 부상까지 초래할 수 있다. 한 방송 관계자는 ‘화유기’처럼 CG를 많이 필요로 하는 드라마는 최소 8회 분 정도가 확보된 상태에서 방영이 이뤄졌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생방송 드라마가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지만, 바로 그러한 제작 과정 속에서 한류를 대표하는 수많은 대형 히트작이 탄생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가을동화’(2000), ‘겨울연가’(2002), ‘올인’(2003), ‘풀하우스’(2004), ‘대장금’(2004), ‘별에서 온 그대’(2014), ‘도깨비’(2017) 등이 이런 아슬아슬한 제작 과정을 통해 탄생했다. 로고스 필름의 이장수 대표는 “시장에 빠르게 반응하고 많이 찍는 과정에서 드라마성과 연속성, 그리고 제작 노하우가 다져진 건 사실”이라면서도 “현 제작 시스템은 분명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전제작이든 아니든 제작비가 상승하더라도 근로여건을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결책은 사전제작?
제작비 상승과 시청자 소통 부재가 단점
해외판로 개척 등 리스크 상쇄방안 필요


20180115
치즈인더트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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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투맨
20180115
태양의 후예

‘생방송 드라마’의 폐해를 막기 위한 해결책으로 오래전부터 방송가에서 주장해온 게 사전제작이다. 하지만 편성과 캐스팅, 제작비가 종종 발목을 잡았다. 운 좋게 스타캐스팅에 성공해도 사전제작일 경우는 생방송 드라마보다 제작비가 훨씬 많이 들어간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보니 더 잘 찍고 싶은 욕심에 촬영 일수가 늘어나게 되고 그러다보면 자연히 제작비가 상승한다. 문제는 힘들게 만들어 놓고도 방송사 편성을 받지 못하는 경우다. 사실 방송사 입장에서도 실시간으로 드라마와 호흡하길 즐겨하는 국내 시청자들의 속성을 알기에 시청자가 개입할 여지가 없는 드라마는 꺼리게 된다. 시청률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또 실시간 시청자와 호흡하길 바라는 건 드라마에 협찬과 간접광고(PPL)를 하는 광고주들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나온 방안이 반(半) 사전제작이다. 편성은 미리 확정해 놓고 전체의 절반 정도는 만들어놓은 상태에서 방송을 시작하는 방식이다. 완전한 사전제작이 아닌 만큼 시청자 반응을 반영할 수 있고, 시간에 쫓기는 일도 훨씬 줄어드니 보다 안정적이다. 하지만 반 사전제작 역시 돈이 문제다. 촬영이 빨리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그만큼 촬영 일수가 많아져 제작비가 상승한다. 김영섭 SBS 드라마본부장은 “반 사전제작을 하려 해도 주연 배우 출연료와 작가 원고료가 급등한 상황에서 촬영일수까지 늘어나면 제작비를 감당할 수 없어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물론 배우와 스태프는 사전제작드라마를 선호한다. 밤샘 촬영을 하지 않아도 되고, 방송 모니터링도 여유롭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작사의 한 관계자도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후반 작업을 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돈이 더 들더라도 여유있게 제작을 진행해야 한다”고 했다.

‘나쁜 녀석들’(2014), ‘치즈인더트랩’(2016) 등이 반 사전제작으로 성공한 케이스라면, 지난해 ‘품위 있는 그녀’ ‘맨투맨’ ‘비밀의 숲’ 등은 사전제작으로 성공했다. 사전제작으로 완성된 ‘태양의 후예’는 중국에서까지 대박을 쳤다. 방송가에서는 사전제작 바람이 이어지기 위해서는 중국 시장이 다시 열리는 등 해외 판로가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리스크를 상쇄시킬 장치가 담보돼야 사전제작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얘기다.

윤용섭기자 hhhhama21@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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