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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연장근로 불가능”…영화계 뒤틀린 근무환경 바로잡힐까

2018-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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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7년의 밤’ 촬영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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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위대한 소원’ 촬영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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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목격자’ 촬영 현장.

국내 영화계가 개정 근로기준법 시행을 앞두고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개정안이 시행되는 오는 7월부터 주당 법정 근로시간은 현행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되고, 근로시간 제한을 받지 않고 장시간 근로를 시킬 수 있는 ‘근로시간 특례업종’은 26개 업종에서 5개 업종으로 축소된다. 그간 ‘주당 근로시간’이라는 규정 자체가 없었던 영화, 방송, 연예기획사 등이 모두 특례업종에서 제외됐다. 연장 근로가 불가능해진 영화계는 당장 비상이 걸렸다.

◆영화제작 관행 바뀌는 계기 마련

영화 제작자들은 개정안이 시행되면 영화 제작비와 제작기간이 최소 3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상대적으로 중소영화 제작은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제작 편수가 줄어듦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경쟁력 약화는 물론 다양성 측면에서의 불균형도 제기된다. 결국 자금력을 갖춘 메이저 배급사들이 투자배급하는 영화만이 살아남게 되는 불안전한 영화계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다.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의 최정화 대표는 “영화 작업만의 특수성이 있다. 촬영 장소를 세팅하고 철수하는 데만 최소 사흘이 걸린다. 이러한 작업을 일방적으로 주 5일, 하루 12시간으로 묶어버리면 인력과 시간이 늘어나게 돼 제작비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 결국 중저예산 영화들은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상업영화 평균 순제작비는 50억원을 상회한다. 하지만 개정안이 시행되면 제작비 상승이 불가피해 70억원 이상으로 늘어나게 된다. 여기에 홍보마케팅 비용 등을 더하면 총제작비는 90~100억원대로 껑충 뛴다. 총제작비 100억원이면 손익분기점이 300만명 이상이다. 한 영화 관계자는 “한국도 이제 할리우드 시스템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그렇게 되면 ‘시간이 곧 돈’인 만큼 스태프의 역할 분담을 확실히 하고, 그들의 숙련도에 따라 임금을 달리해 시간과 비용의 누수를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당 법정 근로시간 단축따라
제작비·기간 모두 늘어날 예정
국내 영화계 대책마련 고심
“업계 특수성 의견수렴 필요”

전영노측 “월 300시간 일해”
업계 돌파구 관람료 인상 모색



비단 영화계만의 문제는 아니다. 연예기획사 역시 근로시간을 일괄적으로 규정하면 버텨내기가 힘들다는 입장이다. 다만 연예기획사의 경우, 유예기간을 두고 2020년 1월1일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YNK엔터테인먼트 임찬묵 이사는 “규모가 큰 대형 기획사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중소 기획사들이 법정 근로시간을 준수하려면 매니저를 더 뽑아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결국은 좋은 쪽으로 가려는 과정이겠지만 업계의 특수성이 있으니 충분한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연예계 종사자들의 열악한 처우와 근무환경 개선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동안 특례업종 폐지를 꾸준히 요구해왔던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이하 전영노)은 이번 개정안 시행을 통해 영화제작 관행도 함께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영노 측은 “그간 한국영화 현장의 특수성 때문에 위법한 영화제작 관행을 당연시했지만, 법이 개정된 이상 제대로 정착될 수 있도록 현장 근로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화진흥위원회의 ‘2016 영화스태프 근로환경실태조사’에 따르면 1주일 평균 근로일은 5.45일, 일일 평균 근로시간은 12.7시간이었다. 하지만 전영노 측은 “영화 노동자는 1주일 평균 69.2시간, 월평균 300시간 일한다”며 “그만큼 업무와 관련한 각종 사고와 질병 등에 노출돼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11일 콘텐츠 장르별 대표단체와 학계 전문가가 참여하는 민관합동 콘텐츠업계 고용 체질 개선 TF 회의를 가졌다. 현장 상황을 모르고 일괄적으로 법을 적용하기보다는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치겠다는 의도다. 문체부는 이날 논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오는 5월 ‘민관 합동 공개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멀티플렉스 관람료 인상

CGV에 이어 롯데시네마가 최근 관람료 인상을 결정했다. 임차료 인상, 관리비 증가, 시설 투자비 등에 따른 비용 증가로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게 극장들의 설명이다. 사실 극장의 수익성은 점점 악화하고 있다. 영진위 자료에 의하면 올해 1분기(1∼3월) 개봉 영화 편수는 105편에서 159편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배 증가했음에도 관객은 2% 감소했다. 3월 전체 관객 수 역시 1천280만명, 전체 매출액은 1천3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관객 수는 106만명(7.6%), 매출액은 89억원(7.9%) 감소했다.

영화 관람료 인상을 두고 영화계는 조심스러우면서도 일단 반기는 분위기다. 최근 한국영화 흥행 부진으로 투자받기가 쉽지 않고, 근로기준법 개정안 시행으로 제작비가 더 증가되는 이중고에 시달리게 됐으니 제작사들의 숨통을 틔워주기 위해서라도 영화 관람료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영화 관람료는 매출배분 원칙에 따라 절반 이상이 투자·배급사, 제작사 등으로 배분되는데, 이번 인상에 따라 투자금 회수 증대 등 영화업계 전반의 재정적 측면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영화 제작자는 “영화 관람료가 인상되면 창작자의 부담은 다소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며 “현재의 55대 45 혹은 50대 50 비율이 좀 더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용섭기자 hhhhama21@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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