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
    스토리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180419.010220754290001

영남일보TV

행복한 결말?…청춘에게 어설픈 위로는 건네지 않으리!

2018-04-19

■ 영화 ‘수성못’ 리뷰
대구지역 출신 유지영 감독
갈팡질팡하는 20대 주제로
청춘들이 처한 현실 담아내

20180419
영화 ‘수성못’의 한 장면. <인디스토리 제공>

그냥 지나쳐도 될 이야기를 굳이 끄집어내서 듣는 듯했다. 19일 개봉하는 대구 출신 유지영 감독의 영화 ‘수성못’은 청춘이 처한 현실을 고스란히 그려낸다. 수성못 오리배 매표원 아르바이트를 하며 편입 준비를 하는 희정은 대구를 어떻게든 벗어나려 한다. 휴대폰 판매원 영목은 필사적으로 살고 싶지 않다. 희정의 남동생 희준은 방구석에서 책을 읽고 무언가를 하는 듯하지만, 사실 뭘 해야 할지 모른다.

영화에서 가장 대비되는 인물은 희정과 영목이다. 삶과 죽음이라는 각자 다른 목표를 갖고 있지만, 어쩌다 보니 함께하고 있다. 이 둘을 통해 선택을 하지 못해 갈팡질팡하는 20대의 모습을 보여주려 한 것이 아닐까 하는 짐작을 하게 한다. “나는 내가 뭘 좀 선택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희정의 대사는 이 모든 것을 함축하고 있다.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가지만 우울하지만은 않다. 스크린에 담긴 수성못의 풍경은 밝게 느껴진다. 영화에 잠깐 언급되는 수성못에 빠져 죽은 기타 치는 아저씨에 대한 괴담과 연관된 듯한 기타 소리 또한 경쾌하다. 웃기려고 의도한 건 아니지만 대구 관객들만 눈치챌 수 있는 ‘옥에 티’도 있다.

이야기가 다소 촘촘하지 않은 부분이 있긴 하다. 이를테면 영목이 살고 싶지 않은 이유는 잠깐 풀어내는 것 같지만 분명하게 드러나지는 않는다.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모르던 희준이 결국 어떤 선택을 하게 되는 것도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어느 하나가 아닌 복합적인 이유일 것이라 추측해볼 뿐이다.

그럼에도 ‘수성못’이 마음에 드는 점은 청춘에게 어설픈 위로를 건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처한 상황을 그대로 보여줬고, 애써 행복한 결말을 만들려고 하지 않는다. 희정, 영목, 희준을 바라보다 보면 그들 사이에서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수성못’이 전하는 위로의 방식이다.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기자 이미지

최미애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영남일보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