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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스크린·안방극장 ‘좀비의 습격’

2019-02-11

천만관객 동원 ‘부산행’ 기폭제
젊은층, 매력적인 캐릭터로 인식
사극·코미디 등으로 장르 다양화
드라마 ‘킹덤’ 해외서 긍정 평가
경제·사회적 불안감 투영 시각도

스크린·안방극장 ‘좀비의 습격’
스크린·안방극장 ‘좀비의 습격’

좀비가 국내 스크린과 안방극장의 인기 소재로 부상하고 있다. 장르도 다양하게 사극, 액션, 코미디 등과 접목되면서 때아닌 좀비 열풍으로 이어질 기세다. 그간 국내 좀비물은 공포영화의 하위장르 혹은 B급 문화로 취급받아 왔다. 하지만 할리우드 영화 ‘월드워Z’ ‘웜바디스’, 미국 드라마 ‘워킹데드’ 시리즈 등을 통해 꾸준히 대중과의 만남을 이어왔고, 천만 관객을 동원한 ‘부산행’이 기폭제가 돼 매력적인 상업장르로 좀비물의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마이너 장르에서 주류로 거듭나기

좀비는 세상에 바이러스처럼 번져가며 공포와 불안감을 조성하는 존재다. 좀비에게 물려 감염된 사람들은 기괴한 소리와 함께 기묘하게 변형된 몸으로 또 다른 먹잇감을 찾아 나선다. 때문에 좀비를 소재로 다룬 작품 속 주인공들은 운명처럼 인류의 미래를 위협하는 좀비와 끝없는 사투를 벌였다. 미국 드라마 ‘워킹데드’와 영화 ‘월드워Z’ ‘나는 전설이다’ 등이 대표적인 예다.

영화 ‘웜바디스’와 ‘새벽의 황당한 저주’처럼 진지함을 걷어내고 좀비와 로맨스, 좀비와 코미디를 한데 섞어 색다른 맛을 선사한 작품들도 있다. 인간 소녀와 좀비의 사랑을 그린 ‘웜바디스’는 좀비 R 역을 맡은 니콜라스 홀트가 영화가 지닌 복합적인 장르와 잘 맞아떨어져 관객들의 취향을 저격했고, 좀비계의 명작 ‘새벽의 저주’를 코믹하게 패러디한 ‘새벽의 황당한 저주’는 좀비 코미디 영화의 대표주자가 되었다.

한국영화에도 좀비는 간간이 등장했다. 옴니버스 영화 ‘인류멸망보고서’ 첫 번째 에피소드와 ‘무서운 이야기’ 속 네 번째 에피소드, ‘곡성’에서 맛보기로 잠시 등장했다. 하지만 관객들이 좀비 소재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부산행’ 이후부터다. 부산행 기차에 가득 들어찬 좀비들과 살아남은 인간의 숨막히는 추격전은 많은 이들의 심장을 쫄깃하게 만들며 ‘부산행’을 국내 최고의 좀비 영화로 등극시켰다. 지난해는 좀비와 사극을 결합한 ‘창궐’이 관객과의 만남을 가졌고, 오는 13일 개봉하는 ‘기묘한 가족’은 좀비에 코미디를 접목시켰다.

새로운 좀비 영화들도 속속 기획 중이다. ‘부산행’의 연상호 감독은 그 속편 격인 ‘반도’를 준비 중이다. 바이러스가 발생한 지 한참 지난 시점의 서울 인근 도시를 배경으로 삼았다. 연내 촬영에 들어갈 계획이라는 연상호 감독은 “좀비의 특질은 전편과 비슷하지만 색다른 비주얼이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역시 은행을 털기 위해 좀비들이 창궐한 여의도에 들어간 일당들의 이야기를 그린 ‘여의도’를 기획 중이고, ‘오싹한 연애’의 황인호 감독은 ‘하프’를, 김찬년 감독은 ‘블랙아웃’을 기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기 좀비 웹툰 ‘드림사이드’도 드라마 제작을 앞두고 있다.

◆수위 높은 좀비 사극 ‘킹덤’

좀비 열풍은 안방극장도 예외가 아니다. 넷플릭스가 지난달 25일 선보인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은 의문의 역병이 도는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삼았다. 해외에서 보다 익숙한 소재인 좀비를 가장 한국적인 시대 배경에 녹여내 동서양의 조화를 이뤄냈다는 점이 주목된다. 죽었던 왕이 되살아나면서 반역자로 몰린 왕세자(주지훈)가 굶주림 끝에 괴물이 되어버린 이들의 비밀을 파헤치며 시작되는 이야기로 ‘시그널’의 김은희 작가와 ‘터널’의 김성훈 감독이 의기투합했다.

7년 전부터 이야기를 구상했다는 김은희 작가는 “조선왕조실록에 이름 모를 괴질에 걸려 몇 천 명, 몇 만 명의 백성들이 숨졌다는 구절이 나온다. 그 의문의 역병을 괴물의 등장으로 대체하면 그 시대의 아픔을 표현하면서도 굉장히 흥미로운 이야기가 탄생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이야기에 섬세하고 치밀한 연출을 더한 김성훈 감독은 “조선이라는 정적인 아름다움을 가진 세계에 끔찍하고 동적인 좀비의 존재를 얹었다. 이 두 가지가 상충되면서 자아내는 긴장감의 미학이 있는 작품”이라고 ‘킹덤’을 소개했다.

두 사람이 밝힌 것처럼 ‘킹덤’은 현대가 아닌 조선을 배경으로 펼쳐지면서 스릴과 미스터리,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린다. 권력자의 이기심으로 백성들이 굶주리고, 나라를 덮친 역병의 근원에 대한 미스터리와 그 뒤에 가려진 거대한 음모가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해외 평단에서도 ‘연출과 각본이 모두 환상적이다’ ‘좀비물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등의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다양한 장르와 접목·변형 가능

좀비 소재가 이렇게 각광을 받는 이유는 뭘까. 김광원 대중문화평론가는 ‘부산행’을 예로 들며 “이 영화의 장점이 가장 빛을 발한 부분은 무국적인 환경에서 재료들을 영리하게 조합하고 활용한 점”이라고 했다. 그는 “열차라는 한정된 공간과 좀비라는 소재의 결합이 특히 주효하게 작용했는데, 이를 통해 다양한 액션들을 만들어냈고 결과적으로 ‘부산행’을 좀 더 특별한 영화로 완성시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사실 좀비는 변주와 변형이 용이하기 때문에 외국에서도 자주 차용되는 소재다. 이를 방증하듯 최근에는 ‘느리고 감정이 없다’는 좀비 캐릭터 공식에 변화를 준 작품들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웜바디스’의 좀비는 조금 엉뚱하지만 사랑스러운 매력을 발산하고, ‘월드워Z’와 ‘킹덤’의 좀비는 미친듯이 빠르다. 그런가 하면 양배추가 주식인 ‘기묘한 가족’의 좀비는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존재가 아닌, 회춘을 도와주는 변종 좀비 캐릭터로 그려진다. 김광원 대중문화평론가는 “좀비 열풍의 원인을 경제와 사회적인 불안감이 투영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며 “하지만 중요한 건 젊은층이 이런 좀비 캐릭터를 신기하고 재미있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타깃층이 확실한 만큼 매력적인 소재인 건 분명하다”고 말했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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