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
    스토리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190620.010310833180001

영남일보TV

[영남타워] 4년차 맞은 대구 夜行(야행)

2019-06-20
[영남타워] 4년차 맞은 대구 夜行(야행)
백 승 운 사회부 특임기자 겸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팀장

문화재청 공모사업인 ‘문화재 야행(夜行)’이 올해 4년차를 맞았다. ‘야행’이라는 타이틀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낮에만 볼 수 있었던 문화재를 야간에 개방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행사다. 이를 통해 지역 문화재의 가치를 널리 알린다는 것이 행사의 궁극적인 목적이다.

2016년 10개 도시, 2017년 18개 도시, 2018년 25개 도시가 공모에 선정돼 행사를 치렀다. 지역민의 관심과 인기는 해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2019년 공모에는 27개 지역이 선정됐다. 해마다 선정 지역이 늘어나는 이유는 광역시와 지역 대도시 중심으로 펼쳐진 행사를 중소도시로 확대해 더 많은 지역민이 문화재의 가치를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대구 중구는 2016년부터 올해까지 4년 연속 공모사업에 선정돼 매년 행사를 열고 있다. 행사의 모티브는 중구의 골목마다 깃든 근대 문화재다. 올해는 8월23~24일 약령시 일원과 청라언덕에서 열릴 예정이다.

특히 대구 야행은 그동안 괄목할 만한 성적을 거두었다. 2016년 첫해부터 성공이었다. 시쳇말로 대박 수준이었다. 당시 현장을 둘러본 문화재청 관계자는 전국 야행 행사 중 가장 성공적이라고 평가했다. 심지어 ‘자신들의 체면을 세워줬다’며 감사의 인사까지 전하기도 했다.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한 점은 매우 고무적이었다. 이후 2017년, 2018년에도 공모사업에 연속으로 선정되며 대구 야행만의 기초를 다지고 대구의 새로운 문화관광콘텐츠로 거듭났다.

하지만 4년차를 맞은 올해 들어서는 정체기에 접어든 듯하다. 지난 11일 열린 중구 관광진흥협의회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날 회의에서는 올해 대구 야행에 대한 사전 브리핑이 있었다. 필자도 협의회 위원으로 있어 회의에 참석할 수 있었다. 브리핑 이후 위원들의 실망스러운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렸다. 분명 예년과는 다른 분위기였다. 필자 역시 올해 프로그램을 보고 아쉬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중구청과 행사를 맡은 대행사를 탓할 수만은 없었다.

문제는 예산이다. 지원되는 국비는 한정되어 있는데 문화재 야행 선정지역이 늘어나면서 돌아가는 예산이 줄어들고 있다. 대구 야행의 예산도 올해 큰 폭으로 삭감됐다. 프로그램이 정체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재 예산으로는 대구 야행의 특화된 콘텐츠만 운영하기에도 빠듯하다. 지난 3년 동안 ‘테라스 음악회’를 비롯해 ‘청사초롱 퍼레이드’ ‘청사초롱 야경투어’ ‘플래시몹’ ‘청라음악회’, 대구 근대 이야기를 소재로 한 ‘마당극’ 등은 대구 야행의 특화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았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계속 유지되어야 할 콘텐츠다. 여기에 개·폐막식과 같은 기본적인 프로그램과 체험 콘텐츠를 넣고 나면 예산 자체가 대부분 소진된다. 새롭고 파격적인 프로그램을 추가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완전히 갈아엎고 새판을 짤 수도 없는 처지다.

일각에서는 예산탓만 하지 말라고 한다. 일견 맞는 말이다. 하지만 ‘최소경비’라는 것이 있다. 현재의 예산은 최소경비에도 미치지 못한다. 문제는 올해뿐만 아니라 앞으로가 걱정이다. 국비는 한정되어 있고 선정지역은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지역마다 배정되는 예산은 계속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결국 예산 부족으로 프로그램은 정체될 수밖에 없고 악순환은 불가피하다.

이제는 대구시와 중구청이 다시 고민해볼 때가 됐다. 언제까지 국비에만 목을 맬 수 없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당장 공모에 떨어지면 행사 개최 여부가 불투명하다. 그렇다고 자리를 잡고 있는 ‘대구 야행’을 버릴 수도 없다. 자생력을 길러야 한다. 대구의 자체 행사로 꾸려가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문화재청도 초기에는 예산을 지원하지만 지역마다 자생력을 갖기를 원한다. 대구시와 중구청이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다. 무엇보다 대구시 차원의 논의가 있어야 한다. 기초단체인 중구청 단독으로는 한계가 분명 있기 때문이다. 문화분권은 지역의 현안을 스스로 발견하고 결단을 내릴 때 가능하다.


Warning: Invalid argument supplied for foreach() in /home/yeongnam/public_html/mobile/view.php on line 399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영남일보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