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25(일)

[고전 쏙쏙 인성 쑥쑥] 실력도 없으면서 뽐내며 기운만 믿는다(虛橋而恃氣)

| 2019-07-22 07:51:28


‘7.17.수 모노레일 이상으로 대금굴 휴관입니다. 예매권은 100% 환불됩니다. 죄송합니다’라는 문자를 받은 건 지난 16일 오후 4시41분이었습니다. 강원 삼척시에 있는 대금굴은 천연기념물 제178호입니다. 동굴 보호 차원에서 관람 인원이 제한되어 있어 한 달 전에 인터넷 예약을 하였습니다. 하필이면 탐방 하루 전 오후에 대금굴 모노레일이 고장이 났다는 문자를 받았습니다. 대경예임회 산행대장으로서 난처한 일이 발생한 것입니다. 대금굴 담당자와 수차례 전화를 하였지만 안전을 위한 수리 조치로 16~17일 휴관을 한다는 대답만 받았습니다. 대금굴 관리소장과 전화로 언쟁을 하고 삼척시청에도 항의전화를 하였습니다.

전화싸움은 시작되었고 마음은 진정되지 않았습니다. 속이 부글부글 끓었습니다.

주나라의 선왕(宣王)은 싸움닭을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당시 최고 싸움닭을 키우는 기성자(紀子)에게 싸움닭을 키우도록 명령을 내렸습니다. 선왕이 열흘이 지나자 기성자에게 “닭이 싸울 만한가?”하고 물었습니다. 기성자가 대답하기를 “아직은 아닙니다. ‘허교이시기(虛橋而恃氣)’하나이다”라고 아뢰었습니다. ‘허교이시기’는 ‘실력도 없으면서 뽐내며 기운만 믿는다’는 뜻입니다.

선왕이 열흘 후 다시 물었습니다. 기성자가 “아직 아닙니다. 다른 닭의 그림자를 보거나 울음소리에도 참지 못하고 반응을 합니다”라고 하였습니다. 선왕이 열흘 후 또 물었습니다. 기성자는 “아직도 아닙니다. 지금도 다른 닭이 나타나면 증오의 눈으로 흘기며 왕성한 날갯짓을 합니다”라고 하였습니다. 또다시 열흘이 되자 선왕은 “닭이 싸울 만한가?”하고 물었습니다. 기성자가 “이제 거의 완성되었습니다. 다른 닭들이 울어대도 이미 자세가 의연합니다. 그 모습이 마치 ‘나무로 만든 닭(木鷄)’과 같습니다. 이제 닭에게서 사람과 같은 완전한 덕을 보는 듯합니다. 오히려 다른 닭들은 감히 덤벼들지 못하고 대응하지 못합니다. 줄행랑을 칠 뿐입니다”하며 대답하였습니다.

이제 싸움닭은 다른 닭과 싸우지 않고도 최고가 되었습니다. 실력도 없으면서 뽐내며 기운도 믿지 않았고, 그림자와 울음소리에도 반응하지 않았고, 증오의 눈으로 혈기 왕성한 듯 바라보지도 않았습니다. 나무로 만든 닭처럼 의연하였습니다. ‘목계지덕(木鷄之德)’이라는 말은 주위에서 아무리 난리를 쳐도 거들떠보지도 않고 겸손과 여유로 다른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 것입니다. 삼성의 고 이병철 회장은 자식들에게 목계지덕의 이야기를 자주했다고 합니다.

공자도 제자 안연에게 ‘기와조각을 내기로 걸고 활을 쏘면 잘 쏠 수 있다. 은고리를 내기로 활을 쏘면 마음이 흔들리고, 황금덩어리를 걸고 활을 쏘면 눈앞이 가물가물하게 된다. 재주는 마찬가진데 마음이 옹졸해지기 때문이다’라고 가르쳤습니다.

그날 대금굴 탐방은 그곳 관리하는 분들의 신속한 복구 노력으로 무사히 마쳤습니다. 실력도 없으면서 뽐내며 기운만 믿은, 필자는 그저 부끄러웠습니다.

박동규<전 대구 중리초등 교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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