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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우리는 이것에 대해 말할 수 있는가

2019-03-26
[문화산책] 우리는 이것에 대해 말할 수 있는가

발언과 침묵에 대해 생각의 전환이 있었다. 적절한 타이밍과 센스 있는 상황 파악은 덤으로 준비하고, 말해야 할 때와 하지 않아야 할 때를 숙달된 경험으로 익히 알고 있는 요새 말로 ‘낄끼빠빠’를 하는 것이다. 발언할 때와 침묵할 때를 아는 자가 되기 위해 오늘도 노력해 본다.

발언과 침묵에 대한 두 편의 작품을 꺼낸다. 두 작품 모두 2012년 작품으로 무용과 영화다. 2012년 당시 이슬람 문화권에 관심을 갖고 있었고 다양한 장르로 연관된 작품들을 보던 때였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단체고, 영국에서 활동하는 DV8무용단이 그해 ‘Can we talk about this?’ 작품으로 한국 LG아트센터에 내한했다. 이 작품은 이슬람 문화권 이면에 숨겨져 있는 불합리와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고 작품 안에 이슬람 문화에 대해 고발한 사람들이 죽음을 당하거나 신변에 위협을 받는 장면들과 실제 사진을 보여준다. 작품을 보는 내내 안무가인 로이드 뉴슨이 영국으로 돌아갈 때 암살당하지는 않을지 두려움을 느끼고 보았던 기억이 있다.

DV8무용단의 작품들은 사회적인 이슈들을 주제로 그 이면의 모습을 작품화하여 우리 스스로에게 묻게 한다. ‘Can we talk about this?’ 작품은 번역하면 ‘우리는 이것에 대해 말할 수 있는가’로 해석된다. 불편하고 꺼리는 진실과 사실적인 이야기들에 대해서 침묵과 외면이 아닌 알려야 하는 의식 있는 행동에 대해 묻고 있다.

또 그 당시 프랑스 저널리스트를 통해 온 세상에 알리게 된 이슬람 율법에 돌로 쳐서 사람을 죽이는 비인간적 형벌에 관해 만든 실화 영화 ‘The Stoning’. 이 영화 또한 사회 비윤리적, 암묵적 동의하에 이루어지는 악습 그리고 침묵이 만들어낸 동조의 무서움을 느끼게 하는 영화였다.

이 두 작품을 통해 이슬람 문화와 여성인권에 대해 더 관심을 갖게 되었고 두 작품에서만 일어나고 있는 일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다른 이름으로 방법적 차이만 있을 뿐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했다.

두 작품에서 느꼈던 기억과 감정들이 아직도 생생한 것은 어쩌면 시간이 흘러도 지속적으로 발생되는 일련의 비슷한 상황들이 사회 속에 아니면 내 주위에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두 예술 작품을 통해서 침묵하고 외면하고 회피하고 있던 사실들이 무대공간에 나열되고 우리에게 되묻고 있다. 나는 이것에 대해 말할 수 있는가.

도덕성으로 잘 숨겨진 위선은 중립적인 행위들의 암묵적 침묵으로 공조하고 있지 않은지. 간과하고 무시하고 지나쳤던 것들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나의 중립적인 행위와 침묵 또한 도덕성으로 잘 숨겨진 위선들에 공조되고 있었던 건 아닌지 다시 나를 돌아보게 한다.

장현희 (제28회 전국무용제 총괄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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