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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伊 베로나 오페라축제 관람기(上)] 자정 넘어 공연 마치니 사람들은 카페로 몰려가 새벽까지 ‘이야기꽃’

2019-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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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베로나 오페라축제 공연작 중 지난달 28일 공연된 ‘라 트라비아타’ 1막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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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들이 공연장인 아레나에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지금 이탈리아 베로나에서는 ‘아레나 디 베로나 오페라 페스티벌 2019’(6월21일~9월7일)가 열리고 있다. 이 베로나 오페라축제는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유명한 야외 오페라축제이다. 이탈리아 여행 중 지난달 28일 올해 베로나 오페라축제 공연작의 하나인 ‘라 트라비아타’를 관람할 수 있었다. 관람을 계기로 이 오페라축제를 2회(상·하)에 걸쳐 소개한다.

그동안 몇 차례 베로나 오페라축제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가 볼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하다가, 이번 유럽 휴가여행 기간에 이 오페라축제가 열리고 있어서 시간을 내 관람했다.

지난달 28일 낮에 베니스를 구경하고 저녁에 친구들과 숙소인 베로나 호텔에서 오페라축제가 열리고 있는 ‘아레나 디 베로나’로 향했다. 아레나 디 베로나는 고대 검투사 경기가 열리던 원형경기장이다. 택시를 타고 오후 7시쯤 아레나(원형경기장)에 도착했다. 공연 시작 시각은 밤 9시. 저녁을 먹기 위해 미리 알아본 아레나 주변의 한 식당을 찾아갔더니 손님들로 가득했다. 대부분 오페라 관람을 위해 외국에서 온 관광객들이었다. 30분 정도 기다려야 된다고 해서 아레나 주위를 한 번 둘러봤다.

세계 최대의 야외 오페라축제
공연 장소는 고대 원형경기장
주요 관객은 외국서 온 관광객

다니엘 오렌 등장에 박수 터져
밤 9시 넘어 시작 낮처럼 환해
조명기기 내는 소음은 ‘옥에 티’


◆원형경기장에 가득찬 1만6천명 관객

아레나 바깥 한쪽에는 무대세트로 사용하는 설치물과 기중기도 놓여 있었다. 중심 출입구 앞쪽에는 광장이 있고 그 한쪽에는 긴 카페 거리가 있었다. 카페 앞에 마련된 야외 식탁에는 벌써 수많은 사람들이 음식을 즐기고 있었다. 100m 넘어 보이는 이 야외 카페 거리는 수백명의 관광객들로 넘쳐나고, 벌써 줄을 서서 입장하는 사람들도 보였다. 주위의 다른 카페도 만원이었다.

한 바퀴 돌고와서 식당 앞 골목에서 스테이크와 와인으로 저녁을 먹었다.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는 여종업원의 입담 덕분에 더욱 유쾌하게 식사를 했다. 식사를 마친 후 8시30분쯤 좌석으로 들어가는 출입구를 찾아갔다. 출입구마다 관객들이 긴 줄을 서서 입장하고 있었다. 줄을 서서 한참 기다린 후에 입장, 사람들의 뒤통수를 보며 따라 들어가다 아레나 출입구 계단을 올라섰다.

3만명 수용 규모의 아레나에 마련된 객석에 관객들(1만6천명 정도)이 가득찬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장관이었다. 무대를 바라보고 왼쪽 가장 위쪽에 자리하게 되었다. 비지정석 객석으로, 값이 싼 자리였다. 객석 바닥은 낮기온 40℃에 잔뜩 달아 뜨끈뜨끈했다. 방석을 준비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레나 마당의 4분의 1 정도는 무대와 오케스트라가 차지하고, 나머지는 객석을 만들어 놓았다. 그리고 아레나의 계단형 좌석은 4단으로 이뤄져 있었다. 거대한 무대와 객석을 가득 채운 관객들이 만들어내는 풍경 자체가 볼거리이기도 했다.

관객은 중년 이상의 나이가 많은 사람이 대부분이나 젊은 사람도 적지 않았다. 우리 주위에는 한국과 중국의 젊은이들을 비롯한 젊은 관객도 많았다. 국적은 물론 다양했다. 이 오페라축제를 즐기러 독일과 오스트리아, 영국에서 관광객들이 많이 온다고 한다.

해가 지고 밤 9시가 가까웠지만 낮과 같이 밝았다. 관객들은 기념촬영을 하거나 오페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막이 오르기를 기다렸다. 청년들이 여기저기서 오페라 관련 카탈로그와 시디가 있다며 소리치고 있고, 맥주나 음료를 파는 이들도 보였다. 잠시 후 드레스를 차려 입은 한 여성이 큰 징을 들고 나와, 최대한 화려한 동작으로 치면서 공연이 곧 시작될 것임을 알렸다. 이날 오케스트라의 지휘를 맡은, 큰 몸집의 다니엘 오렌이 한 남자의 어깨를 짚고 등장하자 관객들이 열화와 같은 박수를 보냈다. 오렌은 2013년 대구국제오페라축제 때 지휘자로 온 적도 있는 거장 지휘자이다. 곧 관객 가득한 넓은 경기장에 적막이 흐르는 가운데 오렌이 지휘봉을 들고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면서 공연이 시작됐다. 감동의 시간도 시작됐다.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에 감동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는 베르디의 대표작이다. 라 트라비아타는 화려한 볼거리로 눈을 사로잡는 작품이다. 1막이 열리면 파티 장면이 펼쳐지고, 그 유명한 ‘축배의 노래’가 출연자들의 합창으로 들려온다. 2막 2장에 나오는 합창 ‘집시들의 노래’와 ‘마드리드의 투우사’ 장면에서는 춤과 음악이 어우러지면서 관객들에게 최고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물론 단순히 눈이 즐겁다는 이유만이 아니라, 멋진 아리아와 함께 젊음과 아름다움의 덧없음, 신분 차별과 죽음에 관한 깊이 있는 성찰을 하게 해 주는 작품이기에 걸작으로 꼽힌다.

이 오페라는 여주인공이 최고의 기량을 발휘하게 만드는 오페라, 여주인공의 가창력 및 연기력에 공연의 성패가 달린 ‘프리마 돈나 오페라’이다. 여주인공 비올레타 역의 소프라노는 다채로운 창법과 음색을 구사하며 특별한 능력을 발휘해야 하는 배역이기 때문이다.

이날 비올레타 역은 맡은 소프라노는 폴란드 출신의 알레산드라 쿠르작(1977년생)이었다. 쿠르작은 탁월한 노래와 연기로 관객들에게 흔치 않은 감동의 무대를 선사했다. 상대 역인 테너의 미흡한 점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관객들을 압도하며 큰 감동을 선사했다. 쿠르작은 맑고 고운 목소리에다 성량도 커서 100m 정도 떨어져 있는 우리 자리에까지 고스란히 들려왔다. 특히 완전히 밤이 되어 깜깜한 가운데 펼쳐진 3막에서 홀로 아리아를 부르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그리고 제르몽 역을 맡은, 베르디 전문 바리톤으로 세계적 명성을 자랑하는 노장 레오 누치의 노래와 연기도 감동이었다.

오케스트라 연주도 좋았다. 음향이 좋은 실내 공연장 안에서 듣는 연주와는 다른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아레나 밖에서 들리는 약간의 소음에도 불구하고 탁 트인 공간에서 밤기운을 느끼면서 멋진 오케스트라 연주와 성악가들의 소리를 듣는 감동은 각별했다. 다만 거슬린 점은 무대 조명을 비추는 조명기기 바로 아래에 자리가 있어서 조명기사가 기기를 작동하면서 내는, 삐걱거리는 소리가 자주 들려오는 것이었다. 막간의 무대 전환을 위해 수많은 스태프가 동원되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직접 보는 것도 야외 공연의 색다른 볼거리였다.

공연은 밤 12시30분 가까이 돼 끝났다. 공연이 끝나자 관객들은 열화 같은 기립박수를 보냈고, 수차례 박수 끝에 출연자들이 함께 나와 ‘축배의 노래’를 앙코르곡으로 들려주었다.

일행은 모두 감동 속에 밖으로 나와 카페거리의 한 카페 야외 식탁에 자리를 잡고, 맥주와 모히토 등을 시켜 먹으며 오페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오페라 시작 전처럼 끝난 후에도 이 거리에는 관객들로 가득 채워졌다. 잘 차려 입은 중년 또는 노년의 남녀 관객들이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이곳 사람들 모두 테너를 씹으면서 소프라노를 칭찬하고 있을 것이라고 일행 중 한 사람이 말하기도 했다. 새벽 2시가 되어 일어섰는데, 그 때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떠날 줄 모르고 있었다. 그것 또한 축제의 볼거리였다. 오페라 공연을 보는 날은 그 시간 전후를 모두 비우고 느긋하게 오페라를 즐기는 듯했다. 글·사진=이탈리아에서

김봉규기자 bgki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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