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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속적 이미지에 오방색 입혀 ‘전통그림의 현대화’…대구미술관 ‘박생광 회고전’

2019-07-23

모노크롬 유행 시기에 혁신적 작업
佛 미술전 초대 ‘무속 시리즈’ 13점
독자적 채색 ‘그대로 화풍’ 선보여
평소 공개 않았던 드로잉까지 전시
작가 생전 에피소드 담은 인터뷰도

토속적 이미지에 오방색 입혀 ‘전통그림의 현대화’…대구미술관 ‘박생광 회고전’
박생광 작 ‘노적도’

여기 한 노인이 있다. 붉은 옷의 노인은 피리를 불고 있다. 발 아래에는 악귀들이 짓눌린 채 발버둥치고 있다. 하지만 노인은 개의치 않는다. 고개는 외로 꺾고, 시선은 저 너머 어딘가로 향한다. 흐느적거리는 폼을 보니 음악에 꽤나 심취한 듯하다. 피리소리를 따라 금방이라도 나풀거리며 날아갈 것 같다.

피리 부는 노인이라는 뜻의 이 그림은 ‘노적도’다. 후두암을 선고받은 박생광의 화업 50여년을 마감하는 유작이다. 미완성으로 끝난 이 작품 속의 노인은 작가 자신이다. “나는 영원으로 이어지는 그림을 그리고 싶어…. 저 세상에 가서라도 영생으로 이어지는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 같다네.” 생전의 그 소망을 그림은 보여주는 듯하다.

박생광은 한국 채색화의 새로운 지평을 연 인물이다. 대구미술관은 ‘한국 근·현대미술의 대표작가 박생광’전을 회화와 드로잉 162점으로 열고 있다. 토속성과 무속성을 반영한 독창적인 작업을 재조명함으로써 작가가 정립하고자 했던 한국 정체성이 담긴 회화가 무엇인지 보여준다.

경남 진주 출신인 박생광은 모노크롬이 유행하던 1980년대 초에 민화·불화·무속화 등에서 발견한 토속적인 이미지를 오방색으로 화폭에 담아내는 가히 혁신적인 작업으로 한국 전통화의 현대화를 이끈 인물이다.

이번 전시에는 박생광의 1980년대 대표 작업인 무속 시리즈 13점이 소개된다. 작가는 무속신앙에 집중하여 굿, 무당, 부적 등의 요소를 화면에 담았다. 샤머니즘의 색채, 무당 이미지, 불교의 탱화, 절간의 단청 등을 소재로 한 이 시리즈를 통해 그는 ‘85 파리 그랑팔레’에 초대되는 등 국제적으로 큰 조명을 받았다.

‘85 파리 그랑팔레’는 1985년 프랑스의 권위있는 미술전 ‘르살롱’이 ‘한국 16세기부터 오늘날까지의 예술’이라는 주제로 마련한 기획전이다. 전시회를 위해 한국을 방문한 프랑스 미술협회장 아르노 도트리브는 박생광의 작품에 깊은 감명을 받고 그를 1985년 특별 초대작가로 선정했던 것이다. 박생광은 이 전시에 작품 14점을 선보였고 이를 계기로 ‘게르니카’를 완성한 피카소에 비견되며 국제적인 조명을 받게 됐다.

이른바 ‘그대로 화풍’의 전개 시기도 망라하고 있다. ‘그대로’는 박생광의 순 한국식 호이며 인생 그대로, 자연 그대로, 예술 그대로라는 본연의 삶을 함축한다. 박생광만의 독자적인 채색 화풍이다.

“모란의 씨에서 피어난 가지가 결창을 맺는 것은 곧 모란꽃이듯 민족의 회화를 꽃피울 수 있는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던 그는 민족성에 몰두했다. 연구는 단군에서 기원을 찾았고 1980년대 작업에는 작품 연도를 아예 단기로 표기했다. ‘단군’(1970년대)이란 작품이 대표적이다. 자신의 호도 그동안 써온 한자어 ‘내고(乃古)’ 대신 한국식 호 ‘그대로’로 바꿨다.

이번 전시에는 평소 잘 공개되지 않았던 드로잉을 다수 선보여 작가의 탐구정신과 조형 감각도 엿볼 수 있다. 1950년대부터 1980년대 초반까지 그린 풍경과 유물, 새, 동물을 소재로 한 드로잉을 대거 전시하여 작가의 화풍 변화를 느껴볼 수 있다. 또한 생전 에피소드, 작품세계 등을 담은 미술계 인터뷰 영상도 상영하여 박생광의 작업세계를 폭넓게 이해하도록 돕는다. 관람료 성인 1천원, 어린이 청소년 700원. 10월20일까지. (053)803-7863

이은경기자 le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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