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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시네 토크] ‘말모이’조선어학회 대표 정환役 윤계상

2019-01-18

“몸 바쳐 우리말 지켜내려한 꿈·의지…모자란 나를 반성하게 만든 작품”

20190118

“장첸으로부터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말모이’의 정환 역으로 돌아온 윤계상의 처음 생각은 그랬다. ‘범죄도시’(2017)의 장첸과 상반된 새로운 역할로 관객과 만나는 것이 그로부터 빨리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 그에게 “뿌리보다 잎사귀를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이 많았다”는 조선어학회 대표 정환은 자칫 느슨해질 수 있던 그에게 연기에 대한 초심을 일깨워준 캐릭터다. “엇, 이런 일이 있었어. 이거 대단한데. 왜 아무도 모르지.” 단순히 장첸의 잔상을 지울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시나리오를 접한 윤계상은 부끄러웠다. “정환이란 인물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큰 꿈과 의지를 갖고 있는 인물이었다. ‘나라면 저렇게 할 수 있었을까’를 계속 반문하면서 한없이 부끄럽고 모자란 나를 반성했다.” 그 점에서 정환은 또 한 번의 새로운 도전이었다. 식민 치하에서 우리말 사전을 만든다는 큰 그림을 목표로, 작게는 아버지와 크게는 일제와 맞서고 그 갈등의 반대편에서 까막눈 판수와의 만남을 통해 ‘말모이’가 ‘나’라는 개인이 아닌 ‘우리’가 함께하는 것임을 깨달으며 성장하는 모습은, 배우로 점점 더 진한 매력을 더해가고 있는 윤계상의 진심과 겹쳐진다. “정말 쉽지 않았지만 이 영화에 참여하게 돼서 감사하고 행복한 마음뿐”이라는 윤계상은 그렇게 자신의 진심을 더해 ‘말모이’를 감동의 드라마로 이끌었다.

▶말모이는 전작 ‘범죄도시’의 강렬했던 장첸의 잔상을 지우려는 의도가 강하게 느껴지는 작품인데 어떤 점에 끌렸나.

“첫째는 이야기의 힘이었다. 한글이 어떻게 유지돼서 지금까지 우리가 편하게 사용하게 됐을까를 생각하니 ‘말모이’의 모든 것이 궁금하고 알고 싶어졌다. 특별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닌, 판수처럼 글도 전혀 모르는 사람들까지 의도가 어떻든 몸 바쳐서 말을 지켜내려 했던 이야기가 너무 가슴 뭉클하고 따뜻했다.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느꼈던 감동을 관객에게 꼭 전하고 싶었다. 개인적으로는 ‘범죄도시’와 다른 밝고 따뜻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찰나에 만난 작품이라 더없이 반가웠다.”

▶자칫 전형적인 인물로 비쳐질 수 있는 정환을 연기하면서 가장 고민했던 부분은 무엇인가.

“대사 대부분이 문어체로 돼 있다보니 거기에 맞게 구어체로 바꾸는 게 쉽지 않았다. 예를 들어 ‘말은 민족의 정신이요. 글은 민족의 생명이다’라는 대사를 구어체로 바꿔서 말을 해야 하는데 일상적인 톤과 느낌으로 말하면 자칫 정환이 가지고 있는 꿋꿋함이 사라질 것 같았고, 그렇다고 시대배경을 생각해서 말하면 현실적인 것과 동떨어진 느낌이 들어 그 간극을 조절하는 게 쉽지 않았다. 장첸을 연기할 때는 그가 이 상황에선 이렇게 했을 것 같다는 나름의 상상을 하면서 연기를 할 수 있었다면, ‘말모이’는 사실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이야기라 사소한 것에도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소지가 있기 때문에 항상 조심스러웠다.”


‘범죄도시’장첸과 상반된 역할 새로운 도전
관객에 따뜻한 스토리 전달하고 싶은 마음 커
문어체 대사, 구어체 바꾸는 간극조절 어려움
사실 기반한 이야기…항상 조심스럽게 연기
배역때마다 후회·안타까움, 성숙해지는 계기
신뢰·존경하는 유해진 선배와 두번째 호흡
배우 모두가 한팀으로 함께 가야 좋은 결과
god 20주년 콘서트, 춤 잘 소화 못해 죄송
14년 연기 아쉬움 있지만 자양분·동력 영향



▶정환은 대중이 생각하는 평소 윤계상 이미지에 가까운 캐릭터로 볼 수 있다.

“정환은 나와 비슷한 점이 있다. 내가 고집이 무척 센 편이라 한번 결심하면 성공하든 실패하든 쭉 밀고 나가는 성격인데 그 점이 닮았다. 그렇더라도 배역을 맡을 때마다 항상 드는 불안감은 어쩔 수 없다. ‘와! 이거다’라는 생각은 잠깐이고 ‘이 인물을 어떻게 풀어가야 하지’라는 고민에 빠진다. 연기는 머물러 있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강박처럼 있기에 결과물을 대할 때마다 ‘저렇게 하면 안 되는데, 더 잘했어야 하는데’라는 후회와 안타까움이 늘 나를 괴롭힌다. 하지만 그러면서 연기적으로 성숙해지는 것 같다.”

▶정환을 연기하면서 늘 불안했다고 말했는데 반대로 확신이 드는 지점은 없었나.

“영화를 보고 난 후 느낀 건데 감정을 드러내지 않은 건 정말 잘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절대 악인 장첸이 악행을 계속 드러내야만 감정이 증폭되는 인물이었다면 정환은 그 반대의 경우다. 그는 감정표현이 거의 없다. 슬픔이나 분노, 힘듦이라는 보편적인 감정을 드러내기보다는 참는 쪽이다. 그러다보니 관객들이 오히려 더 감정을 증폭시키면서 바라봤다. ‘오죽하면 저럴까, 얼마나 힘들면 저렇게까지 참을까’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결과적으로 내 접근방식이 옳았다고 생각한다.”

▶유해진과의 호흡은 어땠나. ‘소수의견’(2015)에 이어 두 번째 만남인데 서로를 향한 애정과 신뢰가 깊이 묻어나는 것 같았다.

“(유)해진 형님은 어떻다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존경하고 신뢰하는 선배다. 너무 탄탄하다. 전에 ‘선배와 다시 호흡을 맞춰 연기하고 싶지만 상대배우는 되고 싶지 않다’고 얘기를 한 적이 있다. 무슨 말이냐면 형님이 곁에 있는 건 정말 좋은데, 상대편으로 만나서 부딪치는 거 말고 청팀, 백팀이 있다면 같은 청팀으로 만나 연기를 하고 싶다는 얘기다. 이번의 경우처럼 말이다.”

▶‘말모이’는 판수의 성장담이지만 보다 완전하고 성숙한 인간으로 성장해가는 정환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 과정에서 내 경험을 조금 첨가시켰다. 사람에게 어떤 책임감이 주어지면 예민해지고 조금의 빈틈도 크게 느껴진다. 정환이도 그랬을 것이다. 처음에는 변절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면서 막연하게 우리말을 지켜야겠다고 단단히 마음을 먹지만 갈수록 힘든 상황과 마주한다. 회원들이 잡혀가고 고문을 받는 상황에서 자기가 해줄 건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에 자괴감이 든다. 책임감은 점점 쌓여가고 그에 비례해 고민과 갈등은 깊어지니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그 부담감을 판수가 조금씩 덜어주면서 원래의 모습을 찾아간다는 점에서 정환의 성장담이라고 볼 수 있다.”

▶예전 인터뷰 때 연기에 자신이 없다고 말을 한 적이 있는데 지금도 같은 생각인가.

“그렇다. 정말 자신감이 없어서 죽고 싶을 지경이다. 반면 연기를 잘해서 좋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강박과 욕심은 많아서 늘 괴롭다. 그런데 호흡이 정말 완벽했던 ‘범죄도시’를 찍으면서 그 생각이 바뀌었다. 연기는 액션과 리액션이다. 그리고 배우마다 역할과 비중이 나뉘지만 그 안에서도 모든 배우는 자기의 시간을 값어치 있게 쓰고 싶어한다. 그게 좀 과하면 각개전투하는 듯한 현장이 되어버리는데 ‘범죄도시’는 전혀 안 그랬다. 그냥 한 팀이었다. 그걸 전에는 경험해보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모두가 함께 가야 하고, 작품을 위해서 기꺼이 몸을 맡길 수 있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연기를 즐길 줄 알게 됐다는 얘기로 들린다.

“이젠 다른 재미가 더 커진 것 같다. 나 같은 배우들을 만나서 소통하는 재미다. 명화(名畵)를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바로 이해하기가 힘들다. 하지만 누군가 옆에서 그림에 대해 설명해주면 이해가 쉽듯이 배우들끼리 소통을 자주하게 되면 현장의 공기가 달라진다. ‘범죄도시’처럼 ‘말모이’ 팀과도 소통이 원활했다. 치열하게 감독과 배우들이 의견을 교환했고, 매일 술을 먹다시피 하면서 열띤 토론을 벌였다. 덕분에 술독으로 매일 얼굴이 부어 있었다.”(웃음)

▶주로 신인감독들과 호흡을 맞춰왔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나는 처음을 되게 좋아한다. 살아있는 열정과 에너지는 그때밖에 볼 수 없는 것 같다. 첫 촬영의 느낌과 기억을 아직도 잊지 못하는 이유다. 연기자로 처음 마주한 영화가 ‘발레교습소’(2004)다. 당시 내가 조금이라도 불편할까봐 변영주 감독님을 포함해서 모든 스태프들이 너무 애를 써주었다. 그런 부분에 감동을 받아서 촬영 끝나고 맥주 한 잔 하는데 찌질하게 울었다. 많은 사람들에게 케어를 받는다는 사실이 너무 소중하게 느껴졌다. 그 느낌 때문에 계속 연기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최근 god 20주년 콘서트를 성황리에 마쳤다. 오랜만에 가수로 무대에 선 느낌은 어땠나.

“일단 팬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20년 동안 해왔던 익숙한 안무지만 나이 탓인지 너무 많이 틀렸다. 다행히 팬들도 그런 점을 잘 이해해 주는 것 같았다. 지금은 콘서트가 팬들과의 소통의 장이 되는 것 같다. 우리를 잘 몰랐던 20대 팬들이 떼창까지 하며 열광적으로 콘서트를 즐겼다면, 동시대를 살았던 팬들은 자기만의 추억에 젖어든 것 같았다. ‘그땐 나도 이랬지’ 하면서 말이다. 그런 반응과 모습들이 당시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그때가 그립지는 않나.

“인생은 길지만 영원히 지속되는 건 없다. 인기나 영광, 기쁨 등이 찰나라면 내가 담고 있는 것들은 죽을 때까지 지속된다고 생각한다. 앞에 놓인 예쁜 옷과 맛있는 음식은 그냥 즐기면 되는 거고,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들은 무조건 담으려고 한다. god와 다시 뭉쳤을 때 가장 좋았던 건 그들과 함께 나눴던 과거의 추억을 다시 만들 수 있다는 점이었다.”

▶14년간 배우로 살아온 자신의 얼굴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

“예전과 많이 달라진 내 모습을 보는 게 이젠 좋다. 한때는 하나부터 열까지 너무 못나 보여서 나 스스로를 거부할 때가 있었다. 그럴 때 찍었던 영화가 ‘풍산개’(2011), ‘비스티 보이즈’(2008)였는데 당시 내 ‘찌질함’이 바닥을 치고 있던 상태였다. 찌질함이란 일종의 결핍이다. 때문에 그런 작품들을 통해 감정의 밑바닥까지 내려가보고 싶었다. 주위에선 힘들면 한 템포 늦추는 여유를 가져보라고 말씀해주셨지만 오히려 나를 더 괴롭히고 싶었다. 다행히 그런 것들이 내게 연기적 자양분이자 동력으로 작용한 것 같다.”

▶본인은 연기적으로 아쉬움이 많다고 하지만 대중은 배우 윤계상을 신뢰하고 있다.

“정말 모르겠다. 아직도 부족한 게 많다. 다만 지난 14년은 정말 나에게 필요한 시간이었다. 정말 미친듯이 예민해진 적도 있었지만, 2017년은 열심히 한 게 증명이 된 것 같아서 너무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래서 거만하고 자만한 적도 있는데 그 시간들이 결과적으로 나에게 좋은 에너지로 작용했고 덕분에 이렇게 걸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가끔 예전에 한 연기가 궁금해서 전작들을 찾아볼 때가 있다. 모든 게 부끄러웠지만 그런 것조차도 지금 생각해보면 하나도 버릴 게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배우로 성장했고 지금까지 꿋꿋하게 이 자리를 지켜낼 수 있었던 것 같다. 계속 노력할 것이다.”

글=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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