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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퇴근 후 근교서 3시간씩 농사일…친환경 먹거리 나눠 먹는 기쁨 더 커”

2019-05-24

■ 도시농부
# 교사 김상오씨와 부인 이종분씨

20190524
김상오(오른쪽)·이종분씨 부부가 마늘종을 채취하고 있다. 이렇게 농사일을 하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도시농부가 농사를 짓는 형태는 크게 2종류로 분류할 수 있다. 집 가까운 공간에서 텃밭을 일구는 이와 집안의 마당이나 옥상 등을 이용해 텃밭을 가꾸는 이. 집 근교의 농토에서 농사를 지으면 오고가고 하는 불편함은 있지만 조금 더 넓은 공간에서 자신이 원하는 작물을 마음대로 심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대구 청구고 교사 김상오씨(51)의 또 다른 직업은 농부. 도시농부라고 하면 재미나 취미로 농사를 지을 것이라 생각하기 쉬운데 그는 농부라는 이름이 전혀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전문농사꾼의 모습을 갖췄다.

그는 달성군 가창에서 3천300㎡의 농지에 농사를 짓고 있다. 직업이 있는 사람이, 그것도 마늘, 양파, 고춧가루는 2년 전부터 판매까지 하고 있을 정도로 제법 큰 농사를 혼자서 짓고 있다니 쉽게 이해가 가지를 않았다. 그런데 그와 잠시 이야기를 나눠보니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면서 감탄사까지 나왔다. 교사라는 직업과 화학담당이라는 전공분야가 그의 농사실력을 일취월장하도록 만들었다.

20190524

부친집과 가까운 가창 3천300㎡ 농토
쉬는 농막과 채소 비닐하우스도 마련
주말엔 오전 9시부터 작물 재배 매달려
맞벌이 하며 농사일 노동 쉽지는 않아
직장 스트레스 푸는 게 더 많아 ‘힐링’
수확 재미·커가는 모습 보며 성취감 커
판매 시작…맛좋고 품질 좋아 입소문
화학 전공분야 살려 체계적으로 재배
농대지망 관심있는 제자들 체험 활동


김씨는 평일에는 퇴근 후 3시간씩 농사에 투자한다. “평일은 오후 4~5시쯤 퇴근해서 해지기 전까지 일을 하지요. 주말과 휴일은 오전 9~10시쯤 이곳에 와서 쭉 일을 합니다. 농번기때는 이곳 농막에서 하루이틀 자고 가기도 합니다.”

그의 밭에는 작은 농막과 비닐하우스 2채가 있다. 농막에는 간단한 요리기구와 잠자리가 마련되어 있다. 비닐하우스 1채에는 상추, 쑥갓을 비롯해 다양한 채소들이, 다른 1채에는 각종 농기구가 가지런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농기구가 있는 비닐하우스를 들어가보고는 깜짝 놀랐다. 호미, 낫을 비롯해 이름을 잘 알지도 못하는 농기구들이 제법 많았다. 호미가, 낫이 그렇게 다양한 줄 그날 알았다. 호미만 하더라도 고랑 팔 때, 잡초 긁어낼 때, 양파 심을 때 등 용처에 따라 종류가 다양했다. 농기구가 있는 비닐하우스 옆에는 고추, 아로니아 등을 말릴 때 쓰는 대형건조기가 있다.

이렇게 농사일에 빠진 계기가 궁금했다. 그는 7년 전 농토 1천650㎡를 구입했다. 선친이 소일거리로 도심에서 다른 이의 땅에 농사를 지었는데 땅 주인이 비키라고 해서 몇 번이나 옮겨다니는 것을 보다못해 아버지의 집에서 가까운 가창에 농토를 매입했고 이때부터 아버지와 함께 농사를 지었다. 처음에는 아버지를 도와주는 취지로 시작했으나 해보니 예상 외로 재미있었다. 수확하는 재미도 컸지만 작물들이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것을 보는 재미, 새로운 작물을 잘 키워내는데서 오는 성취감, 주위 사람들과 나눠먹는 행복 등이 농사일에 점점 빠져들게 했다.

그래서 욕심을 내서 인근에 1천650㎡의 농토를 더 마련했고 키우는 작물을 늘려나갔다. 그런데 농토를 늘리고 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작스레 찾아온 병마로 아버지가 병원신세를 지게 되었고 그 넓은 땅이 오롯이 그의 몫이 되어버렸다.

“사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이 정도의 농토를 놀리지 않고 농사를 짓는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아내가 주말과 휴일에는 농사일을 도와주고 있지만 육체적 노동이 클 수밖에 없지요. 그래도 직장 다니는 아내가 쉬는 날에 힘들다 하지 않고 농사일을 도와주어 고마울 따름입니다.”

아내 이종분씨(48, 동아제약 품질보증 팀장)는 남편의 말에 “평일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이곳에 와서 남편 일을 도와주면서 풀고 있습니다. 저에게는 힐링하는 시간이라 할 수 있지요. 외지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데다 아이들이 다 커서 집에 함께 살지 않으니 집안에서 할 일이 별로 없습니다. 이곳에서 적당히 육체노동을 해 오히려 몸도 건강해지는 듯합니다.”

이씨는 직접 농사를 지음으로써 안전한 먹거리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도 강조했다. 자신의 가족은 물론 친정과 시가 식구들의 먹거리까지 모두 책임질 수 있다.

“친정, 시가 가족을 모두 합치면 20명이 넘습니다. 쌀, 깨 이외에는 대부분의 농작물을 기르고 있으니 농산물 때문에 시장갈 일이 별로 없습니다. 농약을 치지 않는 것은 물론 비료도 거의 안주고 퇴비로 농사를 짓기 때문에 건강한 농산물을 먹을 수 있지요.”

남편 김씨가 아내의 말을 이어간다. “학교에 있는 동료들과도 나눠먹었는데 2년 전부터는 고추, 마늘, 양파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수익이 500만~600만원 되지요. 그 돈으로 농기구를 사고 농산물의 씨도 삽니다. 대형 건조기도 그 수익금으로 마련했습니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양의 농산물을 생산하길래 시중가보다 훨씬 저렴하게 판매한다는데도 그 정도 수익이 날까. 고추는 500포기를 기르면 200~300근 나오고 마늘은 100접 정도, 양파는 1~1.5t 수확한다. 그런데 품질이 좋아 점점 구입하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

“지난해였습니다. 학교에서 같이 근무하는 동료의 어머니가 고추를 5근만 사가시더니 3일 후 다시 50근을 더 주문하시더군요. 마트에서 사먹는 것과는 맛이 다르다며 매년 주문하겠다고 하시면서요.”

거의 농사꾼이 된 그는 화학전공이 농사를 좀 더 체계적으로 짓는데 도움이 됐다는 말도 했다. 비료, 퇴비 등의 화학성분을 잘 알고 있으니 어떻게 이들을 활용해야 되는지를 안다는 것이다.

물론 텃밭을 가꾸는 전문서적을 탐독하고 이와 관련한 유익한 내용의 유튜브를 꼼꼼히 챙겨보는 것도 도움이 되었다. “농작물은 땅, 기온 등의 환경에 따라서 약간씩 재배방법이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책과 유튜브를 참고한 뒤 자신의 농토에 맞도록 농사를 지어야 합니다.”

그 방법의 하나로 김씨는 농사일지를 꼼꼼히 적는다고 했다. 언제 무엇을 파종했는지를 음력과 양력 날짜로 적고 매일 얼마 정도 자랐는지도 메모한다. 자재 구입가격도 적어둔다. 이런 자료가 쌓이면 실패를 줄이고 성공 노하우를 자연스럽게 터득할 수 있다.

가끔 농사일이 힘들어 지치기도 하지만 그가 농사를 게을리할 수 없는 것은 학생들이 체험활동을 하러 오기 때문이기도 하다. 농대를 지망하거나 생명공학분야에 관심이 있는 청구고 학생 4명이 2주마다 와서 직접 농작물을 심고 기르는 체험활동을 하고 있다.

그래서 그는 농사짓기 편하게 모종을 사다 심지 않고 씨를 사서 모종을 직접 만들어 농사를 짓는다.

“2월에 농작물용 재배포트에 씨를 뿌려 모종을 만들어 3월 초에 심지요. 씨를 바로 심어도 되지만 농사를 몇년 지어보니 모종을 심으면 농작물 간의 간격을 적당히 맞출 수 있어 좀더 잘 자라는 것 같습니다.”

그는 손쉬운 지하수보다는 빗물을 모아서 농작물에 뿌려줄 정도로 농사에 정성을 보이고 있다. 수확의 기쁨보다 잘 자라는 그 모습이 좋기 때문이다.

“지하수와 빗물을 주었을때 식물의 색깔, 자라는 속도가 확실히 차이가 납니다. 빗물에 유기물 등이 많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그는 지름이 2m가 넘는 대형 물통을 마련해 빗물을 모아서 이 물로 가급적 농사를 지으려 한다.

“농작물은 정성과 관심을 준 만큼 잘 자라고 수확물도 많습니다. 농작물을 키우면 마치 자식을 키우는 듯한 기쁨을 얻을 수 있지요.”

그는 퇴직하고 난 뒤의 삶도 그리고 있다. 이 곳에 조그마한 집을 짓고 농사를 짓고 살면서 사람들과 나눠 먹는 것이 꿈이란다.

글=김수영기자 sykim@yeongnam.com

사진=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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