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
    스토리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190114.010150750190001

영남일보TV

[행복한 교육] 우리가 소홀했던 것들

2019-01-14
[행복한 교육] 우리가 소홀했던 것들
김희숙 <대구 새론중 교장>

지난해 12월 말, 학교마다 꿈·끼 탐색주간으로 다양한 예술행사가 펼쳐졌다. 올해는 특히 뮤지컬 형식이 대세를 이루어 일찍 기말고사가 끝난 3학년과 자유학년제의 1학년은 음악, 의상, 춤, 연기 등으로 무대를 달구었다. 요즘은 무대감독이라 칭하는 학생이 수준별로 서너 그룹으로 나누고 각각의 팀장을 두어 맹연습을 시킨 다음 함께 호흡을 맞추는 것까지 지휘한다. 주말에는 학급마다 아파트 공공장소를 대여하여 연습을 하기도 한다. 젊은 부모들은 간식도 공급하며 아이들이 작품을 완성해가는 과정을 기꺼이 응원하였다. 배움의 공동체 철학 덕분일까, 한 사람도 빠짐없이 무대에서 경쾌한 리듬을 타며 역동적인 군무를 추는 모습은 정말 부러울 정도였다. 연습 과정 속에 담긴 숱한 사연과 함께했던 이 소중한 기억을 그들은 평생 간직하며 살아갈 것이다.

‘쉘 위 댄스.’ 그 영화를 본 지가 벌써 20년이 되었나 보다. 앞만 보고 성실하게 살아온 한 가장의 무기력한 하루하루, 어느 날 전철을 타고 피곤에 전 몸을 창가에 기대고 창밖을 올려다보다가 우연히 맞은편 건물 창가에 서 있는 아름다운 여인을 보게 된다. 이후 자신도 모르게 그곳에 찾아갔다가 댄스를 접하면서 처음으로 살아온 궤적과 전혀 다른 열정을 만나는 순수한 기쁨을 찾는다는 줄거리였다.

당시 인상 깊게 봤던 것은 주인공 스기야마의 섬세한 감정의 흐름이었다. 절인 배추처럼 진을 다 빼고 퇴근하는 날은 누구나 이대로 내 삶이 끝나는 게 아닌가하는 두려움이 있다. 무언가를 시작할 여력도, 딱히 벗어날 방법도 없는데 하루하루 소모되어 가는 느낌은 나이가 들면서 더욱 깊이 파고든다. 그런데 섬광처럼 깊이 와 박히는 여주인공 마이의 우울한 얼굴에 깃든 신비스럽고 우아한 모습에 참으로 오랜만에 설렘이라는 감정까지 동반되면서 춤을 통해 스스로를 찾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이 기억에 오래 남았다.

사실 교직의 가장 큰 매력이 방학이라 해도, 방학을 누려본 지 10년이 넘었다. 방학 중 다양한 직무연수가 있지만 의무연수나 학교 교육과정 운영상 꼭 필요한 것이 아니면 사흘 이상 출석 연수는 참여하기가 힘들었다. 그러다가 이번에 벼르던 ‘뇌 활성화를 위한 라인댄스’ 직무연수를 사흘간 받았다.

내 생애 첫 도전의 날, 딱딱한 몸놀림과 엇갈리는 발동작과 방향 전환의 아둔함은 좌절할 만큼 부끄러움의 연속이었다. 쉽고 단순한 동작을 이렇게 차근차근 잘 가르쳐 주는 데도 막상 음악이 나오면 순서가 생각나지 않았다. 여학교 다닐 때 곧잘 했는데… 자괴감이 들었다. 흥겨운 음악이 나올 때 리듬을 타라고 했지만 헤매는 수준에 흥만 내면 더 우스꽝스러울 것 같아 거의 무표정하게 임했다. 학교에서 공부 못하는 학생들이 두루두루 원만하기는 참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리고 초급반인 데도 우아하게 리듬을 타는 선생님도 많았다. 쉬는 시간 알게 되었지만 다들 몇 년씩 배운 사람도 운동 삼아 초급연수를 신청한 경우도 많았다.

고도의 테크닉과 많은 수련을 필요로 하는 스포츠 댄스와는 달리, 아이부터 노인까지 함께 할 수 있는 건강복지를 위한 운동이다. 그렇지만 음악적, 신체적 감각이 있는 사람은 몸짓과 몸선을 우아하고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는 딱 그런 신세계였다. 리듬에 맞춰 걷는 수준으로도 손발이 따뜻해지고 등에는 땀이 흐르고 즐거움이 찾아오는 이런 시간을 갖는다는 것, 그 자체가 좋았다.

초대형 베스트셀러 ‘사피엔스’의 저자인 유발 하라리 교수는 미래교육의 방향을 묻는 사람들에게 아이들에게 개인의 회복력, 정신의 균형, 그리고 몸의 균형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역설한다. 특히 몸에 관심을 가져야 하며 자신의 몸, 감각, 그리고 신체적인 환경으로부터 멀어지는 사람들은 극도의 소외감과 혼란을 느끼기 쉬운 시대가 된다는 것이다. 어디 아이들뿐이랴. 내 몸을 통해 내 맘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시간이 필요한 때이다.김희숙 <대구 새론중 교장>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영남일보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