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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교육] 학교는 안녕한가?

2019-07-22
[행복한 교육] 학교는 안녕한가?
임성무 <대구 강림초등 교사>

초중고가 일제히 방학에 들어갔다. 아무쪼록 방학 동안만이라도 교사와 학생들 모두가 지친 마음과 원기를 회복하는 시간이 되면 좋겠다. 지난 학기 동안 학교는 안녕했을까? 한 학기 동안 가장 슬펐던 일은 혹시라도 뉴스가 오히려 죽음을 부추긴다는 우려로 보도되지 않았지만, 다른 해보다 많은 학생이 세상을 달리 했다는 소식이다. 교육계 내에서는 생활지도에 유의하라는 당부가 있었지만 원인이 무엇인지 대책은 무엇인지에 대해 어떤 교육적 토론이 있었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다. 무엇보다 학교혁신으로 모두를 위한 학교문화를 정착시킨 학교가 대구에도 있다는 소식은 없다.

그렇다면 교사들은 안녕할까? 올해는 유독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갑질이 도드라졌다. 이 또한 뉴스에는 거의 보도되지 않았지만 심각하다. 뉴스에 보도되지 않은 것은 자칫 갑질 뉴스가 교육계 전체의 힘을 빼게 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감싸고도는 방식이 학교문화를 바꾸어 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주변에 알게 모르게 많은 학교에서 학기 중에 담임이 교체되는 일들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다들 쉬쉬하지만 학교폭력 문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마음을 다친 교사들, 학생과 교사 사이의 관계가 틀어져 힘든 교사들, 유독 별난 학생과 학부모가 있는 학급을 담임하지 않으려는 교사들, 심지어는 분노조절이 되지 않는 학생에게 폭행을 당한 교사들까지 여기저기에서 들려오는 우울한 소식은 교사들 모두를 걱정 속으로 빠트려버린다.

문득 5년 전 학급살이 연수 중에 교사들이 틈나는 대로 고민은 적어서 붙여둔 것을 찾아보았다. 작지만 큰 고민의 내용은 이런 것이다. ‘학급에 아무리 해도 미운 아이가 한 명 있어요. 지는 것 참지 못하는 아이. 자기주장만 하다가 다투는 아이. 자기 자랑이 너무 많은 아이. 다른 친구들의 잘못이나 부족함을 이해하지 못하고 자꾸만 혼내고 때리라고 하는 아이. 사춘기 반항적인 아이. 수업만 하면 의욕이 없어지는 아이. 친구를 왕따시키거나 교사가 하는 일에 꼭 해야 돼요 다른 것 하면 안 돼요 하고 갈등을 일으키는 아이. 단체 활동에 무임승차를 하는 아이. 친구들과 너무 자주 부딪히는 아이. 분노조절이 안 되는 아이. 욕이 입에 붙어있는 아이. 말이 많고 수업을 방해하는 아이. 감쪽같이 거짓말을 하는 아이. 친구들에게 거칠게 대하고 놀리는 아이. 수업 중에 돌아다니다가도 아빠가 교실 밖에 오면 완전히 정자세가 되는 아이. 자기 행동이 원인인데 자꾸 고자질 하는 아이…. 이런 아이들을 효과적으로 행동변화시킬 방법이 있나요? 내가 잘 준비해서 하는 일에 아이들이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아요. 일이 많아서 학급운영에서 꼼꼼하게 챙겨주지 못해서 미안해요. 마음이 아픈 아이인 줄 아는데도 이상한 행동을 할 때마다 화가 나서 힘들어요. 아이들에게 좀 더 귀 기울여주어야 하는데 잘 안돼요. 돌아다니고 반항하는 학생의 눈빛이나 태도 말투가 신경에 거슬려요. 10년간 교사를 했는데도 아이들에게 마음으로 다가가지 못하는 것 같아서 계속 교사를 할 수 있을까 걱정입니다. 교실에 악영향을 미치는 교육 정책들을 강요하는 학교장과 지내기 힘들어요. 조퇴를 한다고 권고사직을 남발합니다. 육아휴직을 끝내고 복직해야 하는데 힘들어요. 퇴근하고 바로 가야 하는데 일이 너무 많아서 힘들어요. 너무 지쳤어요.’

문제는 어느 조직에서나 일어날 수 있지만 5년이 지난 지금 교사들의 위기가 회복되고 있다는 보고는 없고 교사의 주변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더 나빠지고 있다는 것이다. 교사들이 지치면 교육은 불가능하다. 무엇이 이렇게 교사들을 지치게 만드는지 교사들은 잘 알고 있지만 뾰족한 수가 없다. 교육부나 교육청은 제발 우리도 잘 알고 있고, 잘 하고 있다고 방어하지 말기 바란다. 먼저 시급하게 전교조를 비롯한 교원단체들과 머리를 맞대고 교사들을 회복시킬 방안을 어떤 교육정책보다 먼저 찾아야 한다. 무엇보다 교사들의 눈길이 더 여유로워져서 지금보다 더 따뜻하고 부드럽게 깨어나서 가난하고 힘들어 하는 아이들에게 머물러 있도록 돕는 게 필요하다.임성무 <대구 강림초등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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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뉴스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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