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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여성이 미술관 들어가려면 벗어야 하나? 인권으로 본 그림

2018-01-20

불편한 미술관

20180120
예술가단체 게릴라걸스가 1989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전시회에 항의하며 만든 포스터. 여성 나체를 그린 ‘그랑 오달리스크’의 인물에 고릴라 가면을 쓰게 하고 ‘여성이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들어가려면 벗어야 하는가’라고 묻는다. 이어서 ‘현대미술섹션에 들어간 여성 작가는 여성이 5%가 채 안되지만 누드 그림은 여성이 85%다’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게릴라걸스 제공>

국가인권위원회 세번째 인권 교양서
여성·장애인·성소수자에 대한 차별
작품속에서 어떻게 묘사되는지 조명

19세기 활동한 인상주의 화가 귀스타브 카유보트는 일상의 장면을 그려온 화가다. 길 위의 풍경에 관심이 많아 파리의 광장과 다리를 배경으로 그 공간을 걸어가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화폭에 담아냈다. 평범한 일상을 주로 그렸지만 그는 미술사에 독특한 궤적을 남기기도 했다. ‘목욕하는 남자’라는 작품 때문이다. 목욕을 끝내고 욕조 옆에서 몸을 닦고 있는 남자의 뒷모습을 그렸다. 그림을 언뜻 보면 특별해 보이진 않는다. 이 작품이 주목받았던 건 남자를 주인공으로 그렸기 때문이다.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 봤던 그림을 떠올려보자. 여성이 목욕하는 장면은 자주 등장하지만, 남자가 목욕하는 모습은 흔하지 않다.

‘불편한 미술관’은 그림을 예술이 아닌 인권의 측면에서 바라본다. 부제도 ‘그림 속에 숨은 인권 이야기’다. 이 책의 저자는 ‘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 ‘히틀러의 성공시대’와 같은 만화를 그려왔다. 그의 이번 책은 그림과 인권을 연결해 글로써 이야기한다. 이 책은 국가인권위원회가 인권을 쉽고 재밌게 설명하기 위해 기획한 ‘불편해도 괜찮아’ ‘불편하면 따져봐’에 이은 세 번째 교양서다.

이 책은 예술작품을 ‘아름다운 것’이 아닌 ‘불편한 것’으로 바라볼 것을 제안한다. 저자는 독자의 마음에 불편함의 아주 작은 ‘불씨’가 남아 있길 바랐다. 우리에게 알려진 명작에도 그 속에 차별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 있다는 점을 알았으면 하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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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권 지음/ 창비/ 276쪽/ 1만6천원
책은 최근 자주 언급되는 ‘인권 감수성’을 그림을 통해 좀 더 와닿게 설명한다. 책의 1부 또한 우리가 알아야 하지만 지나치기 쉬운 기본적인 인권을 이야기한다. 예술이라는 이유로 대상화되고, 인권은 침해당하는 이들에 주목한다. 저자는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등이 미술 작품에서 어떤 식으로 묘사되었는지를 짚는다. 예수의 제자지만 ‘예수를 쫓아다니던 여자’로 비쳐지는 막달라 마리아를 표현한 여러 작품을 비교하며 설명한다. 과거 굶주리는 백성의 실태를 임금에게 알리기 위한 그림이기도 했던 유민도(流民圖)를 이야기하기도 한다. 리에페링스의 ‘세바스티아노 성인의 묘를 찾은 순례자들’에 그려진 장애인의 모습을 보는 것도 흥미롭다.

저자는 “장애인을 놀림감 삼던 잔인한 시대였으나 리에페링스의 시선은 따뜻하다. 장애인을 마냥 가엾게 그리지도 않았다”고 설명한다. 성서에 등장하는 수산나와 그를 강간하려는 두 남자를 묘사한 작품을 소개하며 성폭력을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라는 관점에서 조명한다.

2부에는 결론내리기 어려운 인권 문제에 대한 심도있는 이야기가 이어진다. 예언자 무함마드를 조롱하는 만평을 실었다는 구실로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의 사무실이 테러리스트의 습격을 받은 ‘샤를리 에브도 사건’을 비롯한 표현의 자유 문제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혐오 표현을 막기 위해 예술품에 손을 대는 것을 예술품을 파괴하는 행위인 반달리즘으로 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논의도 펼친다. 히틀러를 거룩한 기사로 그린 란칭어의 작품을 본 미군 병사가 총알 구멍을 낸 것이나 독재자의 동상을 쓰러뜨리거나 때려부수는 것을 어떻게 봐야 하냐는 이야기다. 뜨거운 논쟁거리 중 하나인 신앙의 자유도 언급한다.

책은 앞으로 논의될 인권 주제를 이야기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고령화 사회, 인터넷 발달에 따른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지적재산권 문제와 같은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불편’이다. 저자는 인권에서 더 나아가 동물권에 대해서도 질문을 던진다. ‘공장식 축산을 하고 육식을 하고 동물의 권리를 무시하는 것이 불편하지 않느냐’는 질문이다.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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