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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문의 행복한 독서] ‘화두를 찾아서 ’(김주현 지음·역락·2017·10,000원)

2018-06-22

인생은 화두를 찾아 헤매는 끝없는 여정

[전진문의 행복한 독서] ‘화두를 찾아서 ’(김주현 지음·역락·2017·10,000원)
[전진문의 행복한 독서] ‘화두를 찾아서 ’(김주현 지음·역락·2017·10,000원)

소백산 자락에서 태어난 저자 김주현은 경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다. 그는 문학을 인생의 화두를 찾아 헤매는 끝없는 여정으로 보고 흥미로운 책을 써냈다. 국어사전에 의하면 화두(話頭)란 ‘이야기의 첫머리’ 또는 ‘선원(禪院)에서, 참선 수행을 위한 실마리를 이르는 말. 조사(祖師)들의 말에서 이루어진 공안(公案)의 1절이나 고칙(古則)의 1칙’이라고 한다. 원래 불교에서 사용되었던 용어지만, 오늘날 보편화되어 ‘이야기의 첫머리’로 사용되고 있다. 조주 스님이 개의 불성 유무에 대해 논한 ‘무자 화두(無字話頭)’로 처음 시작하였다고 한다.

“아침에는 네 다리로, 낮에는 두 다리로, 밤에는 세 다리로 걷는 짐승이 무엇이냐?”라는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를 하나의 화두로 던진다. ‘그것은 사람’이라고 맞히고 스핑크스를 물리친 오이디푸스는 차마 인간으로서는 견디기 힘든 비극을 겪는다. 비극 ‘오이디푸스 왕’은 친아버지를 살해하고 친어머니와 결혼하는 인간의 무서운 운명을 보인다. 또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소설 ‘신’에서 스핑크스의 첫 번째 수수께끼 이후에도 수많은 수수께끼가 만들어졌다며 다음과 같은 수수께끼를 또 하나의 화두로 제시했다.

“나는 무엇이든 삼켜버린다./ 날짐승이든 길짐승이든 나무든 풀이든 가리지 않는다./ 나는 쇳덩이를 갉아먹고 강철을 물어뜯으며, 딱딱한 돌멩이를 가루로 만들어 버린다./ 나는 왕들을 죽이고 도시를 파괴하며, 세상에서 제일 높은 산들을 납작하게 만든다. 나는 누구일까?” 그것은 일월(日月) 또는 주야(晝夜)이며 시간 또는 세월을 의미한다.

저자는 이와 비슷하게 문학 작품 속에 나타난 여러 가지의 화두를 제시하고 있다. 이상의 ‘날개’라는 작품은 이렇게 시작한다.

“‘박제가 되어 버린 천재’를 아시오? 나는 유쾌하오. 이런 때 연애까지가 유쾌하오.” ‘날개’의 맨 앞에 나온 이 말을 저자는 일종의 화두로 보고 있다. 이 뜬금없는 질문은 독자를 매료시키기에 부족함이 없고, 독자들은 그의 화두 속으로 빠져든다. 이것은 ‘날개’에 대한 화두이자 이상에 대한 화두이기도 해서 우리는 이 수수께끼에 매달린다는 것이다.

새가 박제가 되었다는 것은 비록 겉보기에는 살아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죽어서 이미 비상하는 능력을 잃어버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그리스 신화 속의 다이달로스가 밀랍으로 붙여 만든 ‘인공의 날개’와 다를 바 없다. 그리고 천재이자 명장이었던 다이달로스는 뛰어난 기술을 가졌지만, 그러한 기술 때문에 아들 이카로스를 잃어버렸다. 최인훈의 소설 ‘아기장수 전설’ ‘옛날 옛적에 훠어이 훠이’에서도 겨드랑이의 날개 이야기를 쓰고 있다.

이상은 ‘날개’의 끝부분에서 “날개야, 다시 돋아라./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자꾸나./ 한 번만 더 날아 보자꾸나”라고 말한다. 그것은 소설의 첫 구절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와 연결되면서 새로운 의미를 형성한다. ‘날개’는 1930년대 일제강점과 자본주의의 억압된 현실에서 벗어나고픈 이상의 탈출 욕망이 아니었을까?

저자는 원효 대사의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를 또 하나의 화두로 던진다. 이 이야기는 이광수의 소설 ‘원효대사’로 널리 알려졌다. 원효와 의상이 당나라 유학길에 올랐다가 하루는 밤중에 비를 피하여 무덤에 들어갔다가 목이 말라 웅덩이를 찾아 물 한 바가지를 떠먹고 잤다. 결국 어젯밤 달게 마신 물이 아침에 보니 해골바가지의 물이었다는 것이다. 원효는 무덤에서 묵고 난 후 깨달음을 얻고 ‘오도송’을 지었다.

“마음이 생겨나니, 온갖 법이 생겨나고(心生則種種法生)/ 마음이 사라지니, 감실과 무덤이 다르지 않네(心滅則龕墳不二)/ 삼계가 오직 마음일 뿐이요, 만 가지 현상이 오직 앎일 뿐(三界唯心萬法唯識)/ 마음 밖에 현상이 달리 없거늘, 어찌 따로 구하리오(心外無法胡用別求)”.

이 오도송과 관련해 중국의 위산영우 스님이 향엄지한 스님에게 그 유명한 또 하나의 화두를 던진다. “‘그대가 아직 어머니의 배 안에서 나오기 이전의 아무것도 모르고 분별하지도 못하던 때의 본래면목(父母未生前 本來面目])’에 대해서 한마디 일러보게나.” 이것이 ‘본래면목’ 화두다. 이 책을 읽으며 ‘나의 인생에서 중얼거리는 화두는 무엇일까?’ 하고 생각해 본다.

(전 대구가톨릭대 교수 <사>대구독서포럼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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