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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조상희 변호사의 청년과 커피 한잔] 대학생, 그리고 대학교 축제

2018-06-22

주막촌 대신 돗자리팅·푸드트럭…캠퍼스 축제 ‘新 추억’

20180622
지역 한 대학에서 열린 올봄 축제의 모습. 축제문화가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최근 새롭게 등장한 돗자리팅(왼쪽)과 푸드트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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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한 대학의 축제 현장에 걸려있는 ‘술 없는 클린축제’ 현수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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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이 필 무렵, 대학생들의 발걸음은 ‘네모의 꿈(도서관)’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중간고사를 잘 치기 위한 노력을 다한다. 주경야독(晝耕夜讀)이 아닌 주독야독(晝讀夜讀)의 순간이다. 낮과 밤의 구분 없이 대학생들은 자신의 젊음을 여기에 모두 태운다. 그리고 고난의 과정을 끝내고 나면 드디어 기쁨이 다가온다. 바로 대학교 축제다. 대학생들은 중간고사에 대한 보상으로 대학교 축제의 초대장을 선물 받는다.

5월이 시작되기 전, 누구나 할 것 없이 연휴를 체크할 것이다. 가정의 달이니 아무래도 연휴가 많다. 어린이날부터 석가탄신일까지, 특히 올해의 5월은 월차 등의 연휴를 적절히 끼워 맞추면 회사원들은 직장에서 벗어나 두 번 다시 오기 힘든 긴 연휴를 선물 받고, 대학생들은 중간고사 악몽에서 벗어날 수 있는 황금 같은 휴식타임을 얻을 수 있었다. 이런 연휴만큼 중요한 것이 청년들에게는 바로 대학교 축제일 것이다. 왜냐하면 대학교 축제는 그 자체로도 버라이어티하고 다양하면서 역동적인 것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낮의 대학교 축제는 대학생들이 그동안 갈고닦은 취미생활을 뽐내는 자리가 된다. 창작의 고통을 함께 감내하는 동아리에서는 고뇌의 기념물을 전시한다. 사진동아리에서는 감각적인 사진을 전시하고, 문학동아리에서는 몇 마디의 단어로 의미 가득한 여운을 남기는 시와 소설, 미술 동아리에서는 눈을 즐겁게 해주는 미술품 등을 선보인다. 인고의 시간을 함께한 이들 창작물은 보는 이들의 눈과 가슴을 사로잡는다.

몸으로 기술을 체득하고 이를 갈고닦는 동아리에서는 그동안의 숨겨진 기량을 마음껏 분출한다. 댄스동아리에서는 신나는 음악과 함께 TV 속에서만 볼 수 있었던 아이돌의 멋진 춤동작을 그대로 재연한다. 태권도 등 무예 동아리에서는 절도와 박력이 있는 동작과 탄성이 터져 나오는 기교 등을 선사한다. 악기를 다루는 동아리에서는 귀를 즐겁게 해주는 다양한 음악을 선물해준다.


중간고사 끝난후 황금 같은 휴식타임
사진·문학·댄스동아리 창작물 뽐내기
학과마다 다양한 아이디어 시선 붙들기

낮의 축제와 180도 다른 밤축제 열기
가수 공연·한잔의 술로 젊음에 취해
대학내 주류판매 금지, 새 트렌드 등장
잔디 밭 삼삼오오 돗자리 깔고 얘기꽃
주점이 있던 자리엔 예술창작품 전시
옛 낭만의 아쉬움 있지만 새로운 변화


자신의 조그마한 재능으로 세상의 변화를 만들어 보고자 하는 동아리도 있다. 바로 봉사동아리인데 그 동아리는 본인들의 작지만 소중한 힘으로 세상을 밝게 만들어온 발자취를 주변에 알리면서 동참해주길 권유한다. 그리고 각각의 학과에서는 그동안 갈고닦은 전공 실력을 유감없이 보여주면서 쉽게 접할 수 없는 다양한 아이템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기도 한다.

필자는 대학교 때 한국 전통무예 중 하나인 택견을 배우기 위하여 택견 동아리에 가입하였다. 택견동아리 역시 무예동아리 중 하나여서 축제가 다가오면 택견 시연을 위해 수업 이후 많은 시간을 택견 연습에 매달렸다. 그리고 축제날 시연에서는 온몸을 힘껏 날려 멋진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노력하였다.(덕분에 필자의 몸에는 아직도 대학시절 택견 시연 때 다친 상처가 흉터로 남아 있다.)

이처럼 낮의 대학교 축제가 학문, 취미와 관련하여 가지각색의 모습을 뽐내는 장이었다면, 밤의 대학교 축제는 그 모습이 180도 달라진다. 음주가무가 더해지면서 응축되었던 에너지가 폭발적으로 방출되는 공간으로 변신하기 때문이다.

대학교 내에서 가장 넓은 광장에 대형 무대를 설치하고 화려한 조명과 함께 평소 TV 속에서만 보던 인기 가수들이 흥을 마음껏 발산한다. 청춘들은 떼창으로 보답을 하니 가수의 흥은 더욱 분출되어 청년들에게 그 열기가 온전히 전해진다. 대형 무대 뒤로는 엄청난 주막이 포진하고, 대학생들은 그곳에서 알코올과 함께 밤에 취한다. 축제의 열기는 좀처럼 식지를 않는다.

학내에서 주막을 운영하다 보니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많이 나온다. 학교 내에 하나씩쯤은 가지고 있는 연못에 밤새 학생들이 수영하는가 하면, 학교 내에 있는 풀과 잔디가 하루아침에 사라져 버리기도 한다.(학생들이 주막을 운영하면서 풀과 잔디를 이용한 기상천외한 음식을 만들어서 그렇다는 학설이 가장 유력하다.)

하지만 올해부터 대학교 축제의 모습이 조금 달라졌다. 바로 국세청과 교육부에서 ‘대학생 주류 판매 관련 주세법령 준수 안내’에 관한 공문이 축제가 시작되기 직전 각 대학교에 전달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쉽게 말하자면 허가를 받지 않았다면 교내에서 술을 팔지 말라는 것이다. 대학교 내 축제를 주관하는 학생회에서는 찬성 혹은 반대의 성명을 발표했는데 어찌 되었든지 대학교 축제를 기획하는 학생회에서는 축제를 어떻게 꾸려나갈지 깊은 고심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정작 축제를 즐기는 대학생들에게는 이 새로운 환경이 새로운 문화를 만들 수 있는 기회일 수도 있을 것이다.

가장 눈에 두드러진 변화는 ‘돗자리팅’이다. 대학교 밖 슈퍼에서 주류를 구매해 교내 광장의 잔디 밭에 삼삼오오 모여서 돗자리를 깐다. 그리고 그곳에서 밤을 잊고 서로 간의 청춘에 취해본다. 정신없이 취해있다 보면 어느 순간 옆자리에 있는, 첫 대면한 사람과도 죽마고우가 된다.

다른 변화는 주점이 차지하고 있었던 자리에 예술창작품을 전시하거나 푸드트럭이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예술작품을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위해 사진을 찍는 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푸드트럭에는 기발한 음식보다는 정형화된 음식이 많지만 이것도 나름대로 먹는 재미는 있는 듯하다. 그러나 어설픈 대학생들이 만든, 그 풋풋한 맛을 느낄 수 없다는 것은 아쉬움으로 남기도 한다.

이런 변화된 축제에 대한 생각들은 각자 다를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부족한 뭔가를 느낀다. 주점이 사라졌다는 것, 기발한 음식이 없어졌다는 것, 청춘의 공간을 인기 가수들이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대학교 축제의 순수함이 그만큼 사라졌다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세상이 변했으니 그 축제 또한 변하지 않을 수 없겠지만….

조상희 법률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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