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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김수영의 그림편지] 김명순 작 ‘사색의 정원- 꿈을 꾸다’

2018-06-22

눈 앞에 펼쳐진 푸른빛의 이상세계…가슴으로 바라보기를 바라는 마음 스며 있는 듯

[김수영의 그림편지] 김명순 작 ‘사색의 정원- 꿈을 꾸다’
[김수영의 그림편지] 김명순 작 ‘사색의 정원- 꿈을 꾸다’

무더위가 찾아들면 더욱 그리워지는 색깔이 있지요. 바로 블루입니다. 3원색의 하나인 블루는 전 세계적으로 선호도가 가장 높은 색으로 상쾌함·신선함 등을 느끼게 합니다. 차갑고 냉정한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블루를 통해서 긍정적 이미지를 가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흔히 블루라고 하면 드넓게 펼쳐진 바다, 높디높은 하늘 등을 떠올리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그렇다보니 블루는 바쁜 일상에서 벗어난 휴식, 자연 등의 편안한 이미지들로 그 느낌이 자연스레 확장됩니다.

저는 평범한 사람인지라 블루를 좋아합니다. 백화점 등에 가서 예쁜 옷이나 구두를 보고 ‘이것 사고 싶네’하는 생각이 들어 살펴보면 십중팔구는 블루의 제품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이상하게 그림도 블루톤의 작품들이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많은 작가들이 블루를 즐겨 쓰지만 특히 멋지게 쓰는 작가로 김명순 화가가 있습니다. ‘울트라마린’이라고 부르는 그의 블루는 블루가 가지는 시원함과 청량감 등의 가벼움을 넘어서 왠지 모를 무게감이 느껴집니다.

울트라마린은 나트륨·알루미늄 따위를 함유한 규산염 광물인 청금석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청금석은 보석만큼이나 귀한 광석이었는데 여기서 나오는 진한 청색의 안료를 흔히 울트라마린이라 불렀습니다. 우리나라·중국·일본 등에서는 이 색을 군청(群靑)이라 칭하기도 했지요. 김 작가는 울트라마린을 작품의 중심색으로 사용합니다. 그 깊이를 가늠하기 힘든 짙푸른 색상인 울트라마린이 장악한 그의 그림은 세상의 모든 것을 빨아들이고 작은 소리, 몸짓 하나 허용하지 않는 절대 정적을 만들어냅니다. 그래서 그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숨소리를 내는 것조차 조심스러워지는데 이런 긴장감에 여유를 주는 것이 그림 속에 있는 나무와 새입니다. ‘사색의 정원’이라는 작품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의 작품에는 순환하는 생명의 이야기가 들어있습니다. 이런 작업에 대해 작가는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면서도 절대 그 고유성을 잃지 않는 경이로움과 인간의 외로움, 그리움, 사랑, 상념들을 작품의 골격으로 삼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의 작품은 밤하늘을 담고 있는 듯한데 이는 짙푸른 색상에 다양한 별자리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여름 밤, 고향 시골집의 앞마당 평상에 누워서 수많은 별들이 빛나고 있는 하늘을 보면서 지나온 아름다운 추억을 떠올리는 그런 마음이랄까요.

그 하늘 속에서 마치 달나라의 계수나무처럼 하얀 잎이 풍성한 예쁜 나무가 자라고 있습니다.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엔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 돛대도 아니 달고 삿대도 없이 가기도 잘도 간다 서쪽 나라로….” 문득 어릴 적에 즐겨 불렀던 윤극영의 동요 ‘반달’을 흥얼거리게 되고 그 하늘을 여유롭게 날고 있는 새와 함께 고요히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떠나게 됩니다. 그는 작품의 소재에 대해 “일상에서 흔히 보는 것들을 화면에 옮겨놓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일상적인 것들이 그의 작품에 자리를 잡는 순간, 일상 그 너머의 것들을 꿈꾸게 합니다. 단순화된 형태와 원색적 색채 사용이 그의 화면을 마치 이상세계를 눈앞에 펼쳐놓은 듯 환상의 세계로 빠져들게 합니다. 그의 그림은 세상에 보이는 것들을 단순히 눈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바라보기를 바라는 마음이 스며있는 듯합니다.

세상은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닙니다. 보이는 것 너머에 더 많은 아름다운 것, 소중한 것들이 숨겨져 있고 이것을 만날 수 있는 행운은 각자에게 있습니다. 행복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러한 행복을 24일까지 청도 청담갤러리에서 열리는 김명순의 개인전 ‘사색의 정원- 꿈을 꾸다’에서 찾아보아도 될 듯합니다.

주말섹션부장 sykim@yeongnam.com

#김명순 화가는 호남대 서양화과를 졸업했으며 28회의 개인전을 열었다. 대한민국미술대전, 남농미술대전, 정수미술대전 등의 심사위원으로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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