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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종이책 vs 전자책

2018-10-16
[문화산책] 종이책 vs 전자책
김휘<웹 소설 작가>

중국 후한의 환관 채륜은 105년경 종이제조법을 체계화해서 대량생산을 가능케 했다. 그후 종이제작법이 발전하고 사용량이 늘어났지만, 종이는 기관과 상류층만 쓸 수 있는 비싼 물건이었다. 그건 종이책도 마찬가지였다. 한자라는 글자 자체가 다양했던 것과 맞물려 초기 종이가 비싼 탓에 부유층만이 책을 향유했다.

책의 수량이 폭증한 건 르네상스 시대부터였다. 고전을 갈망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책의 수량이 크게 늘어났고, 활판인쇄술이 보급된 덕에 출판 또한 증가했다. 이처럼 종이책은 오랫동안 사람들의 손을 거치고 사랑 받아 온 문화이자 지식의 상징이었다.

정보화 시대가 되면서 종이책이 사라질 거란 추측이 있었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에 따르면 대학교 재학생이 도서관의 전자책을 이용하는 빈도가 94건(2013년 기준)에서 261건(2017년 기준)으로 크게 늘었다고 한다. 반면 1인당 대출 종이책 수는 8.7권(2013년 기준)에서 6.5권(2017년 기준)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과거에는 사람들이 길거리나 지하철에서 신문과 책을 꺼내 읽는 것이 흔한 풍경이었다. 지금은 모바일이나 태블릿 등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그럼에도 종이책은 사라지지 않았다. 회사에서는 중요문서를 반드시 종이형태로 출력해 다양한 판본을 생산해서 관리한다. 관공서에서도 탁상출판 시대를 열면서 문서생산량이 자연스럽게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도서관에는 여전히 많은 이용객으로 붐비며 정기적으로 새로운 책들을 대량으로 들여오고 있다.

필자는 종이책이 역사 속 유물로 박제될 거라곤 생각지 않는다. 오히려 전자책이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유인한다고 본다. 모바일에 익숙한 요즘 세대에겐 전자책이 도리어 읽기의 문턱을 낮춰주고 보다 깊이 있는 독서에 대한 관심을 유발할 수 있다. 또한 종이로 된 서적은 모바일보다 단단하고 부드러운 질감을 지닌 덕분에 소장욕구도 고취시킨다. 물론 전자책이 종이책 시장에서 좋은 결과만 가져온다고 보긴 어렵다. 그러나 두 매체가 대립되는 것보다는 상호보완될 때 비로소 책의 개념이 풍성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흐름에 입각하여 지역의 대구출판산업지원센터에서도 종이출판과 전자출판 분야 모두를 아우르고 있다. 센터는 90여 개 업체와 1천명이 넘는 대구출판인쇄정보밸리 내에 위치하고 있으며, 지역 콘텐츠 분야에 관한 폭넓은 지원 사업을 제공한다. 전자책과 종이책을 보는 시각이 균형 있게 느껴지는 사례 중 하나다.

책의 계절로 일컬어지는 가을이다. 가을의 어원은 열매를 ‘끊을’이라는 의미의 ‘가슬’에서 왔다고 한다. 오늘날의 열매는 지식을 품은 책이다. 그것을 수확하기 위해서라도 책에 관한 넓은 시야가 갖춰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휘<웹 소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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