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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이 악상 떠오를 때마다 남긴 ‘스케치 악보’ 분석

2019-02-23

베토벤 심포니
80代 미국인 음악학자 연구성과 집대성
곡 전체·음악사적 맥락에서 특징 조명
“힘겨운 삶 속 창조세계 보호하려 애써”
클래식초보 위한 용어 해설 함께 수록

베토벤이 악상 떠오를 때마다 남긴 ‘스케치 악보’ 분석
루이스 록우드 지음/ 장호연 옮김/ 바다출판사/ 372쪽/ 2만5천원

베토벤(1770~1827)은 평생에 걸쳐 아홉 편의 교향곡을 썼다. 이는 모차르트의 4분의 1, 하이든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하지만 듣는 이에게 베토벤의 교향곡보다 더 강한 인상을 오래 남기는 작품은 없다. 세상에 나온 지 200여 년이 된 오늘날까지 베토벤의 음악은 감정을 뒤흔드는 힘, 변화무쌍한 전개, 독보적인 개성으로 사랑받고 있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베토벤의 교향곡은 예술적 성취의 정점이다.

베토벤은 음악계뿐만 아니라 학계에서 가장 큰 비중을 두고 연구하는 작곡가인데, 이렇게 활발하게 연구할 수 있었던 바탕에는 그가 남긴 스케치 자료들이 있다. 베토벤은 어떤 작곡가보다도 방대한 분량의 스케치 자료를 남겼다. 작품 스케치 악보는 물론이고 완성하지 못한 개념 스케치, 악장 계획, 짧은 메모, 일기, 유서, 편지 등 종류도 다양하다. 베토벤은 ‘내 안에 있다고 느낀 모든 것을 꺼내놓겠다’라는 평생의 다짐을 실천한 작곡가였다.

베토벤은 수첩이나 스케치북을 늘 옆에 두고 악상이 떠오를 때마다 적고 다듬고 발전시켰다. 그의 스케치북을 살펴보면 어떤 과정을 거쳐 현재의 교향곡이 탄생했는지 추정할 수 있다. 가령 1번 교향곡의 경우 초기 착상이 담긴 스케치는 있지만, 최종 단계에 해당하는 스케치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에 비해 2번 교향곡은 작곡하기 전에 적은 스케치가 대량으로 존재한다. 8번 교향곡은 흥미롭게도 원래 교향곡이 아닌 피아노 협주곡으로 출발했다. 이러한 자료들은 베토벤 사후에 학자들의 거듭된 노력으로 정리되고 복원되어 베토벤 연구의 든든한 밑바탕이 되었다.

베토벤이 악상 떠오를 때마다 남긴 ‘스케치 악보’ 분석
제9번 교향곡 피날레에 사용된 ‘환희의 송가’ 선율 스케치. <바다출판사 제공>

베토벤의 교향곡 각각을 역사적 관점에서 분석한 비평 에세이 모음이라 할 수 있는 이 책의 저자는 베토벤 연구에 있어 최고 권위를 가진 미국의 음악학자다. 현재 보스턴대학교 베토벤 연구센터의 공동 책임자로 있는 저자는 베토벤의 창조 세계를 엿볼 수 있는 스케치 자료들을 오랫동안 연구해왔다. 그는 베토벤이 남긴 스케치북과 자필 악보, 수첩을 바탕으로 아홉 개의 교향곡 하나하나에 얽힌 역사·전기적 사실과 창작 기원을 밝힌다. 저자가 그동안의 베토벤 연구 성과를 80대 중반에 집대성한 것이다.

베토벤처럼 독특한 예술가는 삶의 굴곡이 작품 세계에 그대로 반영되지 않는다. 베토벤의 삶과 그가 살았던 시대가 음악에 영향을 미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베토벤은 한편으로 자신의 창조 세계를 힘겨운 삶으로부터 보호하고 초월하려고 했다. 갈수록 쌓이는 스케치 자료를 대부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고, 자신의 창조 세계를 하루하루 힘겨운 삶으로부터 보호하려 했다. 모든 어려움은 그것이 일시적이든 지속적이든, 1802년의 난청 위기나 1810년 베겔러에게 털어놓은 자살 충동이 그랬듯이 베토벤의 창조적 작업에 걸림돌이 되지 못했다.

스케치북 연구는 이 책의 핵심인 교향곡 악장 분석에 역사적인 관점을 부여한다. 교향곡에 나타나는 형식과 특징들을 곡 전체의 맥락, 나아가 음악사의 맥락에서 보게 한다. 어떤 점이 베토벤의 혁신이었고, 다른 작품과는 어떻게 연결되는지, 다음 작품에서 어떻게 발전하는지 파악하게 해준다.

이 책은 1번에서 9번 교향곡까지 베토벤의 모든 교향곡을 다루고 있다. 각각의 교향곡을 이루고 있는 악장들을 악보와 함께 한 음 한 음 되짚는다. 또한 정치적 격변기를 배경으로 곡이 만들어진 과정을 추적하고, 당대 연주회 문화와 소나타, 협주곡, 오페라, 미사곡 등 다른 장르의 주요 작품들과의 관계를 소개한다. 오늘날 우리가 듣는 교향곡이 어떤 풍요로운 토양에서 비롯되었는지 알고 나면 ‘교향곡 사상가’로서 베토벤의 면모를 이전보다 폭넓게 파악할 수 있다.

더불어 베토벤이 오랜 세월 스케치북에 기록한 교향곡 초기 착상들과 미완성으로 남은 10번 교향곡 악상 등을 이 책 참고자료에서 개괄적으로 정리했다. 음악 형식과 용어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을 위해 풀어쓴 용어 해설을 앞에 넣었다. 본문에 실린 10개의 악보를 비롯한 모든 악보는 웹사이트(www.musicexamples.com)에서 볼 수 있도록 안내했다.

김봉규기자 bgki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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