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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칼럼] 산업현장의 ‘명의’는 어디에 있나

2019-03-26
[CEO 칼럼] 산업현장의 ‘명의’는 어디에 있나
황규연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

중국 전국시대에 ‘편작’이라는 명의가 있었다. 그는 모든 병을 고칠 수 있는 신통한 의술로 유명하였는데, 병세가 위중해진 단계의 치료보다는 발병 초기단계 또는 그 이전단계의 치료를 높이 평가하였다. 질병의 징후를 조기에 파악하면 적절한 처방을 통해 대부분 예방할 수 있고, 그게 가장 훌륭한 의술이라는 것이 편작의 생각이었다.

지금 국내총생산의 30% 정도를 차지하는 우리 제조업 현장에는 편작과 같은 명의가 절실하다. 작년에 우리나라는 인구 5천만명 이상 국가 중 세계 7번째로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넘어섰고, 수출도 6천억달러를 돌파하여 2년 연속 세계 6위를 기록하였다. 하지만 이런 성취를 주도적으로 이끌어온 우리 제조업의 체력과 활기가 예전같지 못해서 우려가 적지 않다. 제조업의 생산 및 수출 신장 속도와 부가가치율이 장기적으로 하락하는 추세이고, 가동률도 2015년 이래 75%를 밑돌고 있다.

산업현장을 찾아가보면, 우리 중소 제조업체들은 치열한 글로벌 경쟁환경 가운데 사업을 성장시켜 나가는 과정에서 경영·금융·기술 분야 등 다양한 애로사항에 봉착하게 되지만, 자체 역량만으로는 이를 해결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기업의 애로해소와 성장촉진을 위해 다양한 지원시책들이 마련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편적이고 일회성 지원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산업현장에서 기업의 고충을 직접 듣고 진단하면서 지속적으로 보살펴 줄 명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올해부터 산학연융합촉진센터가 산업현장의 명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지난해 주력 조선소와 자동차공장의 폐쇄로 지역경제가 극심한 어려움에 처한 군산에서 시범적으로 운영한 센터의 성과가 양호하여, 금년에는 지역센터의 수를 확대하고 운영도 개선할 계획이다.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단기방문을 통해 해결해왔던 상담형 코칭보다는, 융복합 연구개발 과제를 수행하거나 관련 혁신기관과 연계해 핵심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는 과제형 컨설팅을 실시할 계획이다. 또한 기업의 기술적 애로사항을 해소하기 위해 산학융합지구 대학교수, 민간 컨설턴트, 퇴직 전문가 등을 망라한 팀을 구성하여 집중 컨설팅도 지원한다. 이를 통해 기업의 성장촉진은 물론 산학연 협력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도 기대할 수 있다.

편작은 각 지역의 풍속과 환경에 따라 다양한 맞춤식 진료를 선보이기도 하였다. 노인공경을 중요시했던 주나라에서는 중풍이나 눈병, 귓병을 고쳐주는 노인병 의사가 되었다. 진나라에 머물 때에는 사람들이 아이들을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소아과 의사가 되었다. 종합병원 의사와 같은 편작의 치료방식은 산업 현장에서도 유효하다.

산학연융합촉진센터도 편작처럼 지역기업이 필요로 하는 맞춤형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지난해 군산센터에서는 지역산업단지 특성에 맞게 산업위기업종을 대상으로 연구개발·사업다각화를 지원하고 취·창업캠프를 운영하는 등 현장맞춤형 사업을 통해 지역경제의 활로 모색에 기여하였다. 올해는 각 산업단지의 주력산업을 고도화하기 위해 비즈니스 활동을 함께할 수 있는 기업협의체를 구성하여 이들이 추진해나갈 다양한 연구개발 과제를 발굴한다. 이를 통해 참여기업 간 공동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고 사업화를 위한 지속적인 협업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아울러 산업단지 내 창업을 활성화하고 청년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입주기업과 대학, 퇴직근로자와 예비창업가들 사이의 지식·경험·자원의 공유, 기술거래 매칭 등의 활동을 지원한다. 특히 4차 산업혁명에 부응하여 기업의 다양한 제조 데이터를 수집·분석·활용하기 위한 공동연구개발과제를 발굴·기획하고, 스마트 제조기술 도입에 적극적인 기업과 솔루션 공급자 등으로 스마트 미니클러스터를 운영하여 산업단지의 스마트화 촉진에도 그 역할을 다할 것이다.

우리 제조업은 과거 IMF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시련을 슬기롭게 넘기고 오히려 도약의 계기로 삼았던 소중한 자산을 가지고 있다. 어려움의 발생과 극복이 반복되는 경제의 흐름 속에서 산학연융합촉진센터가 중소기업들에 명의의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여, 우리 제조업이 예전과 같은 활력을 하루빨리 되찾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황규연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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