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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진단] 탈원전 2년의 비망록

2019-06-25

탈원전 선언 2년
누구를 위한 것인지 의문
더 늦기 전에
탈원전 여부 선택권
국민에게 돌려줘야

[화요진단] 탈원전 2년의 비망록
김기억 동부지역본부장

2017년 6월19일 고리원자력발전소 1호기 영구 정지 선포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은 “고리 1호기 영구 정지는 탈핵(脫核) 국가로 가는 출발”이라며 “원전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준비 중인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은 백지화하고, 원전의 설계 수명도 연장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탈원전을 공식 선언했다. 취임 한달여 만에 주요 대선 공약 하나를 과감하게 실천했다. 문제는 탈원전과 같은 국가 에너지 정책의 근간을 손대는 것은 임기 5년의 대통령이나 특정 세력의 선호나 편견으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교육 체계처럼 에너지 정책은 한번 방향을 바꾸면 수십년에 걸쳐 국민 모두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현 정부 탈원전 정책의 모델로 삼고 있는 독일은 상당 기간 치열한 논쟁을 벌였고, 생방송 TV토론과 의회 표결 과정을 거쳤다. 스위스는 국민투표를 거쳐 원전 퇴출을 결정했다. 이들 국가와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탈원전 정책은 너무 고민 없이 쉽게 결정됐다. 이 탓에 말 많고 탈 많은 탈원전 선언 2년은 우리에게 ‘도대체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탈원전인가’라는 강한 물음을 던진다.

탈원전은 이상(理想)으로는 머물 수 있지만 현실이 되기는 쉽지 않다. 원전 없이도 안정적으로 에너지원을 확보할 수 있다면 누구도 탈원전을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불행히도 우리는 자원 빈국이다. 원전을 제외한 에너지원(석탄,LNG)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현 정부가 지난 4일 확정한 3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 현재 7.6% 수준인 재생에너지(태양광, 풍력 등) 발전 비율을 2040년까지 최고 35%까지 늘리겠다고 했지만 이는 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태양광 발전 설비를 하려면 엄청난 면적의 부지를 확보해야 하는데 그리 녹록지 않다. 우리나라는 기후 변동성도 심해 발전 효율은 떨어진다. 재생에너지가 원전을 대신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원전을 줄이기 위해서는 LNG(액화천연가스) 발전을 늘려야 하는데 세계적으로 매년 LNG 수요가 늘어 값은 오르고 공급은 불안해 발전 단가는 지금보다 올라갈 수밖에 없다. 지금은 원자력보다 안정적이고 값싼 발전원은 없다. 전기요금 인상 없는 탈원전을 꿈꾸고 있지만 이는 망상이다.

우리나라는 에너지 갈라파고스(남미 고립된 섬)다. 그럼에도 우리가 전기를 저렴하고 안정적으로 마음껏 쓸 수 있는 것은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 덕분임을 부정할 수 없다. 제조 강국 대한민국을 이끈 힘의 원천이기도 하다. 탈원전을 선언한 독일, 스위스 등 유럽 국가들은 전력이 부족하면 이웃 국가에서 구입해 쓸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잘못된 에너지 정책으로 전력난을 초래해도 사올 곳이 없다. 자칫 국가의 근간인 에너지 안보를 위협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탈원전 정책은 원전 관련 세계적 추세와도 배치된다. 탈원전을 선언했던 대만은 지난해 국민투표를 통해 탈원전을 포기했다. 원전 제로를 선언했던 일본은 2030년까지 원전 발전 비중을 20~22%로 늘리기로 하고 중단했던 원전을 재가동하고 있다. 영국은 2035년까지 13기(14GW)의 원전 건설을 추진하고 있고, 미국도 신규 원전 2기를 건설 중에 있다. 탈원전 선언 이후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 건설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원전 수주 실적은 전무한 상태다. 우리가 위험하다고 안 짓는 원전을 다른 나라에 지어주겠다는 것은 자기 모순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9일 열린 제조업 르네상스 비전 선포식에서 “없어져야 할 산업은 없고 혁신해야 할 산업만 있을 뿐”이라고 했다. 또 메모리반도체 이후 새로운 산업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대통령 말을 빌리면 원전 산업도 없어져야 할 산업이 아니며, 신산업을 찾는 것 못지않게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 산업을 유지 발전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 탈원전 2년이 지나면서 원전 핵심 부품기업이 쓰러지고, 원자력을 전공하는 학생이 급감하는 등 60년 동안 쌓아온 원전 산업이 존립마저 위협받고 있다. 특히 원전 산업은 한번 무너지고 나면 다시 일으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원전 산업을 지킬 수 있는 시간이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내년 4월 21대 총선이 치러진다. 이날 탈원전 정책 여부에 대한 국민투표를 함께 실시하자. 탈원전 여부에 대한 선택은 특정 정치세력이 아닌 국민의 몫이다.
김기억 동부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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