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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아침을 열며] 검색어 경쟁과 민주주의

2019-09-16

검색어·댓글로 만들어지는
인터넷 언론은 극단화 경향
공존의 정치는 오히려 악화
인터넷과 SNS시대의 과제
한국정치 근본적 성찰 필요

[아침을 열며] 검색어 경쟁과 민주주의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 정치학박사

모처럼 추석 연휴 동안 정파적 구호들이 포털 검색어 우선순위에서 보이지 않는다. 대신 TV의 추석 특집물에 나오는 인물이나 장소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물론 추석에도 조국 법무부 장관 관련 뉴스는 빠지지 않았다. 추석상 자리에서도 최근 정국 이야기가 심심찮게 나왔을 것이다. 다만 정파끼리의 인터넷 검색어 경쟁이 이 기간에는 없었을 뿐이다.

인터넷을 통해 정치적 지지 또는 반대 여론을 확산시키려는 것은 인터넷 시대의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검색어 순위나 댓글은 인터넷 상의 일반 국민, 즉 네티즌의 여론을 나타내는 주요 지표가 된다. 검색어나 댓글이 과연 얼마나 제대로 국민여론을 반영하고 있는가는 늘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인터넷 시대 이전에도 적극적인 참여자와 다수의 보통 사람 사이의 괴리는 있었다.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현실 정치여론은 적극적인 참여층이 주도해왔다. 물론 때로는 바닥에 있던 민심이 표출돼 민심과 이반된 여론주도층을 뒤엎기도 한다. 그럼에도 여론 주도층이 민심에도 영향을 미치고 일상의 정치여론을 주도한다. 그래서 ‘조직화된 시민’ ‘깨어 있는 시민’의 힘 등이 강조되기도 했다. 그런데 적극적인 참여, 또는 조직화된 소수의 힘은 인터넷 시대 들어 차원을 달리하게 됐다.

소수의 힘일지라도 주도세력의 파급력이 압도적이다. 파급력이 거의 동시적이라 할 정도다. 만일 바닥의 민심과 주도세력의 입장이 유리될 경우 그만큼 문제가 더 심각하게 된다. 악용될 경우 조지 오웰의 ‘1984’는 가상이 아니라 현실이 된다. 프로그램을 동원한 검색어나 댓글 조작이 나오기도 했다. 이 또한 조직화된 소수의 인터넷 활동의 극단적인 형태일 뿐, 질적으로 다르다고 보지는 않는다. 2심까지 유죄 판결을 받은 ‘드루킹 사건’도 여론 조작 등으로 불리기는 했지만, 구체적인 죄목은 댓글 조작을 통한 업무방해였다. 합법적 절차여부가 문제일 뿐, 여론의 형성과 조작은 경계선에 있다는 것이다.

‘실검전쟁’을 통해서 만들어진 검색어 순위 문제도 마찬가지다. 알다시피 최근 ‘실검전쟁’은 조국 장관의 청문회를 앞두고 전개되었다.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면서는 윤석열 검찰총장과 검찰에 대한 비난이 실시간 주요 검색어로 만들어졌다. 여론을 만들고자 하는 의도가 반영된 것이었지 여론은 아니었다. ‘실검전쟁’이라는 표현이 말해주듯이 검색어, 댓글과 더불어 만들어지는 인터넷 언론은 정치적 견해를 극단화시킨다. 인터넷 정보가 확증 편향의 속성을 가진데다가 정파적 권력투쟁까지 겹쳐 분열과 극단화의 정치가 되고 있다. 인터넷 시대가 마주하고 있는 민주주의의 근본적인 과제이기도 하다.

정치적 분열의 극단화는 민주주의 여부 이전에 정치적 실패다. 조국 장관은 인사청문회를 앞둔 기자간담회에서 우리의 ‘민주주의가 만개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민주주의의 기본 요소인 민주적 여론 형성 기제 자체가 붕괴되고 있다. SNS시대와 이를 토대로 한 포퓰리즘이 오늘날의 민주주의를 어렵게 하고 있다는 건 최근 민주주의 이론의 보편적인 지적이다. 민주화 운동 경력이 자산인 정치인의 민주주의에 대한 유체이탈의 현실 인식이 놀라울 뿐이다.

1987년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과제였던 민주적 공존의 정치는 최근 들어 오히려 악화됐다. 여기에 인터넷과 SNS시대는 민주주의 역사에 새로운 과제를 던지고 있다. 여야 경쟁의 정치가 만들어 온 대안 정치의 동력도 요즘은 기대하기 어렵다. 공정과 민주를 내세운 세력의 허위를 성토하는 야당은 더더욱 공정과 민주에 대한 기대감을 주지 못하고 있다. 민주주의가 만개했다는 허구의식이 아니라, 인터넷 시대의 민주주의와 공존의 정치라는 한국정치의 과제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하다.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 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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