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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박사 문제일의 뇌 이야기] 황금빛 벌판에서 느끼는 행복

2019-10-14
[향기박사 문제일의 뇌 이야기] 황금빛 벌판에서 느끼는 행복

2019년은 유독 많은 태풍이 우리나라를 찾았습니다. 특히 추수가 다가오는 시기에 집중된 태풍이라 유난히 더웠던 여름 동안 땀을 뻘뻘 흘리며 힘들게 벼농사를 지은 분들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최근 태풍을 버텨낸 벼가 가을 햇살에 익으며 펼치는 황금빛 벌판을 보면 직접 농사를 지은 것이 아닌데도 마음속 깊이까지 행복합니다. 왜 우린 잘 익은 벼가 가득 찬 벌판을 보면 행복해질까요. 단순히 풍년의 예감 때문일까요? 사실 그건 잘 익은 벼의 색깔인 ‘노란색’이 우리 뇌에게 보내는 신호 때문입니다. 노란색은 사람이 감지할 수 있는 가시광선 중에서 가장 밝은 색입니다. 따라서 어느 색보다도 사람의 주목을 가장 먼저 끄는 특성을 가집니다. 그래서 우린 눈앞에 펼쳐진 풍경 속에서 황금빛 벌판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죠. 또 색에 대한 인간의 심리를 연구하는 학문인 색채 심리학(color psychology)에서는 노란색을 우리가 보는 어떤 색보다도 행복한 색이라 합니다. 따라서 노란색은 우리 뇌가 기쁨이나 행복을 느끼게 하거나 어떤 일에 대해 낙관적으로 생각하게 합니다.

그럼 벼가 익으며 만들어가는 황금빛 벌판의 장관이 우릴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우리나라 사람에게만 국한된 것일까요? 최근 이런 우리 마음을 설명하는 연구 결과가 하나 발표되었습니다. 스위스 로잔대학교 심리학 연구소의 도미셀 조나우스카이테 교수 연구진은 색에 대한 인간의 감정 반응에 대한 연구를 수행한 연구 결과를 2019년 9월 ‘환경심리학 저널(Journal of Environmental Psychology)’에 발표하였습니다. 조나우스카이테 교수 연구진은 전세계 55개국 6천여명을 대상으로 12개 색에 대한 사람의 감정반응을 조사하였는데, 전세계 대부분의 사람이 노란색에 대해 기쁨이란 감정과 연관있다고 대답하였습니다.

연구진은 노란색이 사람에게 ‘해’와 ‘따뜻함’을 상기시켜 이와 같은 결과를 보인 것 같다고 설명하였습니다. 이 연구진은 노란색과 기쁨이란 감정 간의 연관관계를 55개국의 지도상 위치 및 계절과도 조사해보았는데, 흥미롭게도 적도로부터 멀어질수록 노란색과 기쁨이란 감정의 연관성이 더 높아지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또 비가 아주 오지 않는 나라에 비해 강수량이 어느 정도 있는 나라에서 노란색과 기쁜 감정 간의 연관성이 더 높은 것도 발견하였습니다. 예를 들어 대략 5%의 이집트 사람만이 노란색이 기쁨을 준다고 답변한 반면, 핀란드 사람은 90% 정도가 노란색이 기쁨을 준다고 답변을 하였습니다. 즉 우리나라처럼 아주 덥지 않고 비가 어느 정도 오는 나라에 사는 사람들이 노란색에 대해 긍정적인 감정을 더 느낀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잘 익은 벼가 만드는 황금빛 벌판을 바라보는 우리나라 사람은 벼의 노란색을 기쁨으로 느끼지만, 끝도 없이 펼쳐진 모래가 만드는 사막을 바라보는 이집트 사람에게는 노란색이 기쁨을 주는 색이 되지 못하는 것이죠.

오늘 향기박사가 색채 심리학과 노란색을 활용한 가을밤 소확행 팁을 하나 제안하고자 합니다. 우선 먼저 오늘 밤은 다이어트를 잊고 찬장 속에 있는 노란 양은냄비를 꺼내 라면을 하나 끓이세요. 다음은 다 익은 라면 위에 계란 노른자 하나 얹어 냄비째로 식탁으로 가져가세요. 눈으로 천천히 그 노란색을 충분히 음미하여 마음속에 퍼지는 행복을 느끼세요. 그리고 맛있게 라면을 드시면 반드시 기쁘고 행복해질 겁니다. 그래도 마음속이 충분히 행복으로 채워지지 않는다면 노란색 바나나 우유를 마시면 마저 채워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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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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