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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부커 수상자가 풀어낸 미술이야기

2019-10-19
맨부커 수상자가 풀어낸 미술이야기
줄리언 반스의 아주 사적인 미술산책//줄리언 반스 지음/ 공진호 옮김/ 다산책방/ 424쪽/ 1만8천원

맨부커상 수상 작가 줄리언 반스의 예술 에세이다. 그림 한 점을 두고 이토록 상세하고도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을까. 그림의 배경이 된 사건과 그 사건이 그림이 될 때까지의 과정, 그것을 그린 화가의 마음과 그 그림을 보는 사람들의 마음 속까지. 저자는 캔버스의 그림자를 집요하게 파고들어 하나의 이야기로 완성해낸다.

이 책은 무엇보다 지극히 사소한 듯하지만 흥미로운 이야기로 시작해 우리의 눈길을 붙잡는다. 낭만주의의 대가 들라크루아는 고루하고 성실한 금욕주의자였고, 사실주의의 대가 쿠르베는 모든 프랑스 여자가 자신을 택할 거라고 자신만만해 하다 시골 처녀에게 거절당한 나르시시스트였다.

드가는 여성을 혐오한다는 혹독한 오해를 받은 반면, 보나르는 한 여인의 그림을 385점이나 그린 지독한 사랑의 상징이 되었다. 타고난 천재 같기만 한 피카소는 차분하고 도덕적인 단짝이었던 브라크를 평생 질투했다.

마네는 모델에게 생동감 있게 움직이라고 끊임없이 요구했지만, 세잔은 사과처럼 가만히 있으라고 호통치다 화가 나면 붓을 내팽개치고 화실을 뛰쳐나갔다.

그림 한 점 앞에 선 우리 눈앞에 그것이 그려지던 순간의 한 토막이 수많은 장면이 되어 스쳐 지나간다. 때로는 우습고 친근하며, 때로는 경이롭고 가슴 뛰게 하는 주인공들이 마치 살아 숨 쉬듯 말을 건네온다. 저자는 뻔한 비평 대신 예상치 못한 각도에서 다가와 즐거움을 선사하며 그림을 보는 새로운 눈을 뜨게 해준다.

김봉규기자 bgki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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