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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화요진단] 황교안의 승부수

2019-12-10

단식투쟁 이후 당직자 쇄신
공천심사위원장 공모 신선
국민공천제 제대로 실천땐
야권 통합의 플랫폼 기대감
당장 입법전쟁 성공 급선무

[화요진단] 황교안의 승부수
이영란 논설위원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기, 유재수 전 부산 경제부시장 구속 및 감찰무마 의혹, 울산시장 선거 개입, 우리들병원 대출비리 의혹 등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이번 사건들은 한결같이 한 방향을 가리킨다. 문재인 대통령이 있는 권력의 핵심 청와대이다. 이 같은 권력비리 의혹은 내부고발 없이는 알기 힘들다. 그런 측면에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권 내 권력투쟁이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양상으로 벌어지고 있다는 추론이 나온다. 문재인정부가 집권 후반기를 맞으면서 ‘전부 다냐, 아무것도 아니냐(all or nothing)’ 게임이 펼쳐지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은 여야 정치권 등 외견상 보이는 권력투쟁이 아니라 물밑에서 흐르는 범여권 내의 이전투구이다. 우선은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불출마 선언을 계기로 부상한 임 전 실장과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의 갈등설이다. 아울러 더불어민주당 내 ‘86세력’으로 불리는 주사파운동권 내지 신(新)친문 그룹과 원조친문 그룹과의 갈등설, 또는 문재인 대통령을 만들어낸 두 친위세력, 즉 부산·울산·경남(PK)세력 대 호남파의 다툼이다. 여기에 더불어민주당 내 친문 대 비문의 세대결 등이 때로는 중첩되어 있다는 관측이다.

얼마 전 친문핵심으로 꼽히는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당내 비문 인사로 꼽혀온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회동해 당내에 문재인 대통령을 중심으로 친문(親文), 비문(非文), 반문(反文)은 없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임종석 전 실장과 일본 ‘도쿄 회동’을 공개한 바도 있다. 이는 매우 역설적인 진단을 가능하게 한다. 의식적으로 ‘계파는 없다’는 메시지를 내는 것 자체가 여권 내 계파갈등의 휘발성을 우려하고 있음을.

이들과 ‘권력공동체’라고 할 수 있는 검찰·경찰이 내는 불협화음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된 형사소송법 및 검찰청법 개정을 둘러싼 밥그릇 싸움의 성격이 없지 않다. ‘권력공동체’로서, ‘칼’을 가진 자들의 싸움은 결과에 따라 엄청난 ‘피’를 튀긴다.

그럼 집권세력의 권력투쟁과 그 과정에서 불거지는 여러 가지 비리 의혹이 보수우파의 재건에는 어떤 영향을 줄까. 여권의 내분 사태가 어떤 결과로 나타났는지는 지난 20대 총선이 확연히 보여주었다. 박근혜정부의 주류 대 비주류의 공천싸움은 총선패배와 탄핵으로 연결되었고, 결국 정권교체로 이어졌다. 문재인정부에서는 그 과정이 재연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다만 여권의 숱한 의혹 속에서 국민적 지지를 받지 못했던 자유한국당이 황교안 대표의 죽음을 건 단식투쟁 이후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청와대 의혹을 따지고 들면서 당이 일사불란해지고 있다. 특히 황 대표가 단식을 끝내던 날 당직자 일괄사퇴를 통해 주요 당직자를 쇄신하고, 내년 총선과 관련해 ‘국민 중심 공천제’를 강조하면서 공천심사위원장 공모에 나선 것은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실제로 황 대표가 차기 대선 경선에서 유리한 국면을 만들 수 있는 독점적인 공천권 행사를 하지 않겠다는 것은 기득권 포기로 볼 수 있다. 특히 ‘황교안의 국민공천제’가 제대로 실천되기만 한다면 이는 야권통합을 위한 플랫폼이 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황 대표에게 상당히 비판적이던 당밖의 보수우파 진영에서도 자유한국당에 대한 기대를 내놓기 시작했다.

다만 황 대표의 승부수가 제대로 먹히려면 아직도 지난한 과정이 남아 있다. 우선은 9일 ‘심재철·김재원 체제’로 바뀐 한국당 원내대표단이 이번주부터 시작된 ‘입법 전쟁’에서 성공해야 한다. 또한 누가 봐도 불편부당하고 시대정신을 제대로 읽을 수 있는 공천심사위원장을 위촉해야 한다. 일단 이를 위한 출발선에서 승부수를 찾아 낸 황 대표에게 응원을 보낸다. 권력의 균형과 견제를 통해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에서.
이영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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