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자단체 반대에 백지화
“농업인과 상생 취지 왜곡”
일단 숨 고른후 관망할 듯
농민들로부터 대기업의 토마토 생산 참여라는 비난(영남일보 3월20일·22일자 2면 보도)을 샀던 동부그룹이 이를 전면 백지화했다.
동부그룹은 26일 계열사인 동부팜한농이 경기도 화성시에서 진행하던 유리온실사업을 중단하기로 했다. 지난 20일 농민들에게 상생 모델을 제안한 지 일주일 만이다.
당초 동부팜한농은 화성시 화옹지구 내 10.5㏊ 규모의 유리온실에서 연간 5천t의 토마토를 재배, 해외로 수출할 계획이었다.
동부그룹의 이번 토마토 재배 포기는 경북과 경남 등 영남권은 물론, 전국의 농업인단체와 파프리카·토마토 생산자단체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동부그룹이 일단 숨 고르기를 한 뒤 농림축산식품부와의 협의를 거쳐 실리를 챙기려는 의도로 분석하고 있다.
또 경제민주화 역행 등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빚은 일부 대기업과 금융사들이 검찰 압수수색을 받으면서 박근혜 정부의 대기업 사정 분위기가 초읽기에 들어감에 따라, 동부그룹이 비난의 화살을 피하겠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동부팜한농은 이날 긴급 성명서를 통해 “농민들의 반대에 막혀 세계시장을 겨냥한 화옹 유리온실사업에서 철수한다”는 공식입장을 발표했다.
동부팜한농은 지난 20일 농업인단체와 유리온실에서 토마토 등 농산물을 공동생산하자는 상생모델을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농민단체와 농협이 동부팜한농 제품 불매운동 등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자, 결국 사업중단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대신, 공을 농업인단체 측에 넘겼다. 동부팜한농 측은 농민들이 직접 유리온실에서 토마토를 재배해 수출을 담당해 보라고 제안했다. 당초 정부 FTA 지원 기금 87억원이 투입된 화옹 유리온실단지에서 동부팜한농이 발을 빼고, 그 자리에 정부 책임 아래 농업인들이 역할을 맡으라는 것이다.
동부팜한농 측은 “화옹 농식품수출전문단지는 정부의 농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자한 사업인 만큼, 정부가 책임 지고 농업인들을 통해 수출농업의 전초기지로 키워나갈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농산물 수출로 농업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당초 취지가 왜곡됐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국농업경영인경북도연합회 측은 “대기업의 농업생산 분야 철회 결정은 늦었지만 당연한 것”이라며 “화성 유리온실을 비롯해 50㏊ 규모의 전북 새만금간척지와 4㏊ 규모의 충남 논산 유리온실 등 수천여t의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는 계획도 함께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창남기자 argus6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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