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만권의 만화·소설책에 애니·피규어 등 다양한 물품 갖춰
서브 컬처(Subculture). 하위 문화 또는 부분 문화로 해석된다. 만화, 애니메이션, 라이트노벨(일러스트를 포함한 가벼운 느낌의 장르 소설), 인디 음악이 대표적이다. 특정 집단, 마니아들의 문화로 치부될 수도 있지만, 이제는 문화의 다양성을 만들어낼 뿐만 아니라 주류 문화의 자리도 넘보고 있다. 보수적 이미지가 강한 대구에서 그들만의 문화를 즐기고 있는 이들을 만나봤다.
피규어가 전시된 모습. |
매니아들이 직접 그린 그림이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
‘러브 라이브!’의 파이널 공연을 축하하기 위해 팬들이 적은 롤링페이퍼. |
대구에도 애니메이션, 피규어(figure)라면 사족을 못쓰는 ‘덕후’들이 모여드는 성지가 있다. 2015년 1월 문을 연 ‘코믹 프라자’(대구 중구 문화동)다. 지난 2일 기자는 애니메이션, 피겨의 세계를 맛보기 위해 코믹프라자를 찾았다. 이곳으로 향하는 계단에는 지난해 열린 인기 애니메이션 ‘러브 라이브!’의 파이널 공연을 축하하는 응원 메모가 눈에 띄었다. 인기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팬들이 직접 그린 그림도 있었다. 프로가 했다고 해도 믿을 만큼 정교했다. 매장은 평범한 일반 서점처럼 보이지만 결코 아니다. 8만권의 만화·소설 책, 200여개의 피규어와 각종 굿즈(Goods)가 전시되어 있었다. 이곳의 매니저이자 10년차 베테랑 덕후인 백지훈씨는 “이곳은 만화, 소설과 같은 책부터 다양한 굿즈까지 ‘덕후’들이 좋아하는 물건을 취급한다. 여기 없는 물건을 사러 일본까지 가는 마니아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곳을 처음 찾는 기자에게 백씨는 소설책 한 권을 보여줬다. 라이트노벨 ‘소드아트 온라인’이다. 그는 “처음부터 어려운 내용의 책을 접하면 흥미를 잃을 수도 있다. 그래서 처음 오는 손님들에겐 이해하기 쉬운 책을 권한다”고 설명했다. ‘덕질’의 끝판왕도 볼 수 있었다. 2006년 나온 라이트노벨 ‘모노가타리 시리즈’다. 다른 만화와 소설을 많이 패러디해 관련 책을 읽지 않은 독자는 쉽게 이해할 수 없을 정도다. 굿즈는 누구나 이 물건을 갖고 있는 사람이면 덕후라는 것을 알 수 있는 것부터 ‘일코용 굿즈(일반인이 보면 평범한데 해당 애니메이션이나 소설을 본 사람은 알아 볼 수 있는 굿즈)’까지 다양하다. 일코용 굿즈는 보통 찻잔, 핸드백, 하이힐 같은 평범한 물건들이다.
애니메이션, 피규어의 매력은 무엇일까. ‘입덕’한 지 6개월이 된 허정민군(16)은 “처음엔 친구들 때문에 보게 됐는데 점점 매력에 빠지게 됐다. 상상만 했던 미래의 이야기나 시간 여행 같은 소재가 특히 마음에 들어 액션과 판타지물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입덕’ 3년차인 김재성군(17)은 ‘러브 라이브!’를 좋아한다. 김군은 “이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온라인 카페 활동도 하고 있다. 단순히 내가 보고 즐거운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온라인상으로 서로의 생각을 이야기할 수 있어 더욱 빠져들게 됐다”고 말했다.
글·사진=유승진기자 ysj194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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