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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구로에서] 닭구벌 닭살

2017-08-09

2013년 치맥 돌풍지 대구
일제강점기는 양계 1번지
범어동은 최고 양계특구
이젠 프라이드치킨 메카
치킨스토리텔링을 할 때

[동대구로에서] 닭구벌 닭살
이춘호 주말섹션부 차장

달구벌이 어느 순간 ‘닭구벌’, 나중엔 ‘닭발’로 들렸다.

2013년 대구발 ‘치맥페스티벌’ 등으로 대구가 최강 ‘닭의 도시’로 우뚝한 탓이다. 어원학적으로 볼 때 대구는 닭과 밀접하다. 대구의 신라 때 지명인 ‘달구벌’. 이게 닭과 관련이 있을 것 같다. 대구에선 닭을 ‘달구’라 한다. 닭똥은 ‘달구똥’, 닭새끼는 ‘달구새끼’로 불린다. 경주시 교동 첨성대와 반월성 사이에 있는 숲인 ‘계림(鷄林)’. 바로 ‘닭숲’이다. 그 닭나라 신라가 한때 달구벌로 천도하려고 한 적도 있다.

대구는 대한민국 양계산업의 태동지. 서문, 칠성, 남문 등 사통팔달 형성된 전통시장 덕분에 닭수급도 원활했다. 또한 철도와 도로, 심지어 낙동강 뱃길까지 잘 발달돼 있는 양계산업의 최적지였다. 1975년 대구에 무려 48개의 부화장이 있었다. 북구 산격동에 있었던 ‘신기부화장’은 일제강점기 국내 최대 규모. 신기부화장을 통해 미국계 닭인 하바드 종자가 61년쯤 대량으로 수입된다.

60년대로 접어들면서 ‘계란후라이’는 국민반찬으로 등극한다. 삶은 계란은 사이다와 곁들여 먹던 국민간식이었다. 박정희 대통령까지 적극 나서 ‘계란 보급운동’을 이끈다. 63년 ‘양계산업’이란 용어가 본격화된다. 68년에 ‘대한양계협회’가 형성되고 첫 양계 전문잡지인 ‘현대양계’도 창간된다.

지역 양계 1세대인 권진택씨(현재 성주군에서 ‘오성농장’ 운영)와 송인환씨(현재 칠곡에서 ‘성진양계장’ 운영), 뒤를 이은 배신국씨(고령에서 토종닭인 ‘우리품닭’ 집단 사육) 등도 60~70년대 한국 양계산업 1번지가 수성구 범어·황금동이란 사실을 증언했다. 현재 그랜드호텔 뒤편 동도초등학교, 호텔 동쪽 맞은편 남북으로 형성된 범어네거리~어린이대공원 아파트촌 역시 최강의 양계장특구였다. 양계특수가 일자 서구 내당동 애락원, 칠곡군 신동면 신동재 자락 애생원 나환자들도 동원됐다. 그들도 62년 보사부 정책에 의해 양계장을 꾸려갈 수 있었다.

하지만 90년대로 접어들면서 범어·황금동은 아파트촌으로 집중개발된다. 시내 양계장벨트는 경산시에 인접한 시지·매호동 및 대구 근교 쪽으로 이전한다. 이후 대구 양계산업은 치킨산업으로 질적변화를 하며 가공산업이 아닌 유통산업으로 유턴한다.

60년대는 전기통닭시대였다. 서울 명동 영양센터에 힘입어 중구 중앙네거리 모퉁이에 ‘백마강 전기통닭’이 등장한다. 이를 이어받은 게 가마솥에 통마리째 튀긴 ‘옛날통닭’, 그걸 이어받은 건 닭백숙의 대구적 변용인 ‘닭도리탕’이다. 앞산 안지랑계곡엔 무허가 닭도리탕집이 즐비했다. 2000년 서울로 상륙한 ‘봉추’가 안동찜닭 붐을 일으키지만 안동찜닭의 원조는 앞산 닭도리탕이다.

80년대로 넘어오면서 삼계탕붐이 일었다. 그 와중에 ‘프라이드치킨시대’가 개막된다. 무너질 것 같은 대구 양계산업이 프라이드치킨으로 기사회생한 것. 78년 출현한 ‘대구통닭’은 간장프라이드치킨 선구자다. 이 흐름 때문에 91년 시작된 교촌도 대박 날 수 있었다. 80년대초 ‘맥시칸’이란 양념프라이드치킨을 선보인 윤종계씨. 그는 한때 1천700여개의 가맹점을 낸 국내 양념치킨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이어 맥시칸치킨, 처갓집, 멕시카나, 스모프, 교촌, 종국이, 땅땅…. 터졌다 하면 거의 대구발 치킨이었다.

뿐만 아니다. ‘또이스’ 등 닭도리탕 전통을 잇는 제2 대구식 찜닭도 강세다. ‘닭똥집튀김’ 돌풍의 주역 평화시장, 칠성시장 전국 유일의 ‘닭곱창볶음’, 여기에 닭개장, 궁중닭백숙, 닭불고기 등까지도 대구가 닭의 고장임을 확인시켜준다. 대구의 동서남북, 온통 치킨투성이다.

치맥을 넘어서자. 대구가 치킨의 종가인만큼 이젠 그 자원을 국제화시킬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이참에 치킨 관련 스토리텔링 카피공모전부터 시작해보자. 갑자기 ‘닭닭닭’ 카피 하나가 생각난다.

‘닭구벌 올 땐 닭발보다는 닭살!’
이춘호 주말섹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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