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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색만 갖춘 교육하고 지분 달라는 ‘스타트업’ 멘토들

2018-11-30

무능한 멘토·허술한 제도에 병드는 스타트업

“‘로또’나 다름없는 조언이다. 이런 조언을 어디서 얻을 수 있겠느냐. 대가를 돈으로 받지는 않을 테니 회사 지분의 10%를 달라.”

2년 전 창업한 스타트업 대표 A씨는 최근 ‘지분’을 요구하는 일부 멘토들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회사를 설립한 이후 기업지원기관 등에서 진행하는 창업교육을 받은 뒤로 생긴 일이다.

창업 멘토링은 10여 년 전 청년창업 열풍이 불면서 생겨난 대표적인 창업교육이다. 예비창업가나 창업 초기 단계를 넘어 본격적인 성장기에 들어선 스타트업 기업가들이 선배 창업가나 창업 컨설턴트를 만나 창업에 관련된 교육을 받는 것이다. 멘토들과 함께 창업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과정을 통해 창업을 간접적으로 경험해 보거나 창업과 회사 경영 노하우를 전수받는 방식이다. 하지만 정작 이 교육을 받은 스타트업 대표들은 창업 멘토링이 구색만 갖춘 교육이라고 지적한다. 허투루 운영되는 멘토링은 물론 멘토링에 대한 대가성 지분 요구도 일상적이다.


같은 말 반복하는 강연·조언
전문성 없는 ‘일자리형 멘토’
지자체·창업기관들과 ‘연줄’
창업지원 심사위원으로 활동
창업자, 멘토와 사이 나빠지면
불이익 당할까 문제제기 못해



지역대학 창업 동아리로 출발해 지난해 창업한 스타트업 대표 B씨의 경우 수년간 받은 멘토링이 “앵무새처럼 같은 말만 반복하는 창업 강연이나 멘토링”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일반지원사업에는 정해진 기간 내에 멘토링을 몇 회 해야 한다는 조건이 걸려 있는데, 스타트업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천편일률적인 조언으로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지역 멘토들이 카르텔을 형성해 창업과 관련된 여러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어 그들과 사이가 나빠지면 불이익이 돌아올까봐 문제를 제기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지자체와 기업지원기관의 무관심도 이런 일이 벌어지는 데 한몫한다.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의 경우 연간 3천500만원가량의 예산으로 멘토단을 운영한다. 정작 멘토단의 인력풀 가운데 직접 창업을 해본 이들은 소수에 불과하다. 현재 멘토단 25명 가운데 실제 창업한 기업가 멘토는 5명에 불과하다. 삼성전자 소속 3명, 창업 관련 사업을 위탁받는 창업·경영·기술 컨설팅&교육 전문기업가 1명, 산업단지공단 관계자 1명, K-ICT창업멘토링센터 소속 4명 등이다. 이에 대해 혁신센터 관계자는 “VC(벤처캐피탈)나 투자자, 검증받은 창업 멘토들로 멘토단을 꾸렸다”고 말했다. 이들에게 주어지는 수당은 시간당 20만원 이하, 외부인사의 강연 경력 등급을 매겨 시간당 25만~40만원을 받고 있다.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도 전체 창업지원사업의 예산에서 멘토링이나 창업 강연 수당을 따로 배정해 놓고 있다. 예를 들어 연간 예산이 1천만원인 첨단음향기술인력양성사업은 고용노동부 지침에 맞춰 기관장이나 저명인사는 1급(시간당 20만원 이하), 기관의 책임급은 2급(15만원 이하), 선임급은 3~4급(10만~12만원)의 수당을 준다.

대구시는 창업진흥과에서 창업과 관련된 사업을 지원해주는 방식으로 각 사업마다 전문멘토 등을 섭외해 창업 강연을 진행하고 보수를 지급한다.

문제는 멘토링에 나서는 이들이 창업과 관련된 기관이나 단체 소속이지만 전문성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실제로 민간단체에서는 일자리 창출사업으로 멘토 양성과정을 운영해 창업지도사 자격증을 내주기도 한다.

지역의 한 액셀러레이터는 “멘토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하기 위해선 일자리형 멘토들이 사라져야 한다. 창업지원사업 대부분은 이들의 밥벌이로 쓰인다. 기업지원기관에서는 자신들과 업무와 접점이 있거나 친분이 있는 사람들을 멘토로 선정한다. 그에 따른 피해를 스타트업들이 떠안게 되는 구조가 되다보니 자생하지 못하고 지자체나 기관의 지원금만 따내는데 주력하는 ‘좀비형 스타트업’이 생겨난다”고 지적했다.

손선우기자 sunwo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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