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25(일)

[3040칼럼] 위험한 유혹, ‘먹방’

| 2018-12-11 08:16:30

먹방의 인기는 멈추지 않아

역기능에 대한 우려도 커져

비만에 따른 사회경제 손실

최근 10년 새 2배가량 증가

먹방과 건강한 긴장 유지를


‘재벌(財閥)’은 영어식 표현이 없다. 그냥 ‘chaebol’이다. 복합기업 내지는 대기업을 뜻하는 영어 단어인 ‘conglomerate’와는 의미가 다르다. ‘재벌’이 가지는 한국만의 독특한 특징 덕분에 ‘chaebol’이라는 고유명사가 됐다. ‘전세(傳貰)’도 영미권에는 한국의 전세 같은 주거형태가 없기에 전세를 발음 그대로 ‘jeonse’ 혹은 ‘chonsei’라는 고유명사로 표현한다.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먹방’도 마찬가지다. ‘먹는 방송’의 줄임말인 먹방은 2000년대 후반부터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신조어다. 미국 검색 사이트에서 ‘muk’를 입력하면 ‘mukbang’이 자동완성으로 뜬다.

먹방은 이미 방송사나 인터넷 1인방송의 대세 콘텐츠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한 설문 조사 결과 인터넷 1인방송 중 가장 인기 있는 콘텐츠로 먹방을 꼽은 응답자가 65%에 달할 정도다. 영국의 잡지인 이코노미스트는 대한민국 ‘먹방’의 인기 이유를 경기 침체 등으로 인해 한국인에게 깔려 있는 불안감과 불행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해외 거주 중인 사람들 혹은 각종 질병 등으로 식사를 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먹방이 위로와 활기를 준다는 의견도 있다. 한 대중문화평론가는 우리나라가 함께 밥을 먹는 전통문화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생활양식의 변화나 1인가구 증가 등으로 인해 가족과 함께 밥을 먹는 경우가 드물어졌는데, 먹방이 사람들과 한 상에 둘러앉아 함께 밥을 먹는 듯한 느낌을 준다고도 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먹방의 역기능인 폭식과 비만 유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 중 적잖은 시청자가 잠자리에 들기 전 우연히 보게 된 먹방이나 ‘쿡방’에 자극을 받아 늦은 밤 라면을 끓여 먹거나 야식배달을 했던 소위 ‘길티플레저’(guilty pleasure : 죄책감을 동반하지만 즐거움을 느껴 하게 되는 행위)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영국 옥스퍼드대의 ‘두뇌와 인지 연구실’에서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음식 사진을 보여주기 전과 후의 뇌 MRI 사진을 비교해 보면 실제 욕망과 관련된 부분의 신진대사가 24% 늘어났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영국 리버풀대 연구진은 SNS 스타의 먹방 영상을 본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26% 많은 칼로리를 섭취했다고도 했다.

국내 비만율은 2014년 이후 꾸준히 오름세인데, 이것이 먹방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4년 30.9%, 2015년 33.2%, 2016년 34.8%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난달 공개한 ‘2018년 비만에 대한 인식도 조사’ 결과에서도 60% 넘는 응답자가 먹방이 비만 유발을 조장하는데 동의했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비만인구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2016년에는 한국 성인남녀 3명 중 1명이 비만이며, 고도비만의 인구도 계속 증가하여 2030년에는 10명 중 1명이 고도비만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비만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 또한 2006년 4조8천억원에서 2015년 9조2천억원으로 최근 10년간 2배가량 증가했다.

이러한 갖가지 경고등에 보건복지부는 ‘국가 비만관리 종합대책’을 마련했다. 이 대책은 건강을 적극 관리하는 국민에게 체육시설 이용권이나 진료상품권 등 ‘건강 인텐시브’를 제공하고, 올바른 식습관 형성을 위한 교육 강화 및 건강한 식품 소비 유도를 위해 폭식조장 미디어나 광고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개발하고 모니터링 체계도 구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정부의 지나친 개입이 아니냐는 우려와 비판도 있다. 그러나 이는 방송을 통한 표현의 자유 제한이 아닌 국민의 건강 증진과 강화를 위한 비만종합대책 중 하나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할 것이다.

전문가들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우울한 상황에서 자꾸만 먹방을 찾고 무언가를 먹는다면 간접적인 중독 상태라고 말한다. 먹방을 보는 횟수나 시청 시간 등의 기준을 스스로 정함으로써 먹방과 나의 건강 사이의 ‘건강한 긴장감’을 유지해야겠다.

강선우 (대통령직속자문기구 국가교육회의 전문위원)

[Copyrights ⓒ 영남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건강

교육

가장 많이 본 뉴스

돌아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