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해 금강경
원역 구마라집/ 편저 시칭시/ 번역 김진무 류화송/ 불광출판사/ 536쪽/ 2만8천원 |
연말이다. 차분하게 한 해를 돌아보고 다가올 새해를 설계하는 시간이다. 세상은 늘 시끄럽다. 마음의 평화를 얻기가 쉽지 않은 시대다. 거칠고 각박한 세상에서 ‘지지고 볶으며’ 사는 것을 피할 수는 없겠지만 한번쯤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고민을 하는 것도 좋을 듯 싶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딱 좋다. 일단 너무나 유명하다. 내용은 몰라도 금강경이라는 경전은 대부분 알고 있다.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다.
금강경을 다룬 강설서나 해설서가 많지만 이 책은 조금 다르다. 변화하는 사회에 맞춰 새로운 형태를 시도했다. 경전의 심오한 내용을 파악하기 쉽도록 도해의 방식으로 정리했다. ‘시각적으로’ 읽는 재미가 있다. 그동안 불경의 난해함에 고개를 흔들었던 사람이라면 경전 읽기의 즐거움을 체험할 수 있다. 충분히 도전해볼 만하다.
이 책은 또 단순히 금강경을 설명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불교의 역사나 문화까지 다루고 있다. 역대 금강경 역본도 모두 실려 있다. 부록에 보리유지, 진제, 급다, 현장, 의정 등 고승대덕들의 역본을 모두 실었다. 불자가 아니라도 일독을 권한다. ‘무상보리를 수행하기로 발원하는 것은 인생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예컨대 하는 일에 점점 전념하게 되고, 사람과 사물을 대하는 데 있어 마음이 평화로워지게 되며, 더욱이 인생으로 하여금 두 번 다시 물결치는 대로 휩쓸리지 않게 할 수 있어서 세속적인 명예와 이익을 추구하는 가운데 자신을 주도할 수 있고, 만족을 알며 늘 즐거울 수 있게 된다.’ 금강경은 속세와 떨어진 경전이 아니다.
조진범기자 jjch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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