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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성] 황당한 등급 올려주기

2019-05-01

운전면허 2종 보통면허(수동)증 갱신을 위해 최근 운전면허시험장을 찾은 A씨(여)는 도로교통공단 직원으로부터 다소 황당한 안내를 받았다. 7년 이상 무사고 운전이면 1종 보통면허로 변경이 가능하다는 것. A씨는 면허증을 딴 지 벌써 30년째지만 단 한차례도 사고를 낸 적이 없다. 운전면허증 취득 후 운전대를 잡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소위 말하는 ‘장롱면허증’ 보유자다. 그래도 혹시나 해서 시기가 되면 잊지 않고 면허증을 갱신하고 있다. 처음에는 1종 보통 면허로 바꿀 수 있다는 말에 귀가 솔깃했지만 이내 포기했다. 앞으로도 운전대를 잡을 일이 없을 것 같았지만, 일정 기간 무사고 운전이라는 이유만으로 자격증의 등급을 올려준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아서다.

현행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2종 보통면허(수동) 소지자가 7년 무사고를 달성하고, 본인이 원하면 1종 보통면허증으로 발급해 준다. 2008년 법 개정 전에는 10년 무사고를 유지해야 했다. 무사고 조건을 충족한 2종 보통 면허 소지자가 명함판 사진 1장과 건강검진 확인서 또는 신체검사서를 기존 면허증과 함께 운전면허시험장에 제출하면 5분 이내로 1종 보통면허증을 발급 받는다. 2종 보통 면허증이 순식간에 1종 보통면허증으로 둔갑하는 것이다. 한때 유행했던 보험 광고처럼 무사고 기간만 충족하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면허증 ‘등업’이 허용되고 있는 셈이다.

2종 보통면허자와 1종 보통면허자가 운전할 수 있는 차량 범위는 크게 차이가 난다. 승용차만 동일하게 운전할 수 있다. 승합차의 경우 2종 보통은 승차정원 10인 이하(1종은 승차정원 15명 이하), 화물차의 경우 2종 보통은 적재중량 4t 이하(1종은 12t 이하)만 운전할 수 있다. 그럼에도 별다른 절차 없이 단순히 무사고 운전 기록을 근거로 면허 종류 변경을 허용한다는 것은 편의를 앞세워 국민의 안전을 등한시하는 제도라고밖에 볼 수 없다. 10~20년 2종 보통 장롱면허증 소지자가 1종 보통면허증을 발급받아 15인승 승합차를 운전한다고 가정해보자.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이 같은 제도가 운전면허를 관리하는 도로교통공단의 수수료(면허증제작 수수료 7천500원) 수입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지는 않을까 우려되기도 한다.

운전 면허증은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는 중요한 자격증이다. 무사고 요건을 갖췄더라도 주행시험이라도 치르게 하는 등의 절차를 거쳐 면허증 종(種) 변경을 허용해야 한다. 편의보다 안전이 먼저다. 김기억 동부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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